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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Feb 21. 2019

미래를 꿈꾸는 긍정 VS 대책 없는 긍정?

하쿠나 마타타 의미 아!FREE!카!




“너무 빨리 달리는 거 아니에요?”

“빨라? 난 빠른지 느린지 몰라. 계기판이 고장 났거든. 하지만 걱정 마! 하쿠나 마타타!”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어느 순간 ‘하쿠나 마타타’라는 말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모든 일이 잘될 거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하쿠나 마타타. 하지만 일부 아프리카 사람들은 위험한 순간에도 이 말을 너무 뻔뻔하게 외쳤다.


    아프리카의 대형 버스는 대부분 3인석 좌석으로 이루어졌다. 세 명이 정사세로 앉아 붙어 가야 하는데, 몹시 불편하다. 시트는 더럽고 벗겨진 부분이 많아 비위생적이기까지 하다. 또 언제 어디서 좀도둑이 기승을 부릴지 몰라 소지품을 가슴팍에 꼭 껴안은 채 주위를 경계해야 한다. 버스 시간표도 엉망이다. 버스 터미널에 붙여 있는 시간표에 따라 버스가 출발하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아프리카 버스는 정시에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많이 타서 좌석이 다 채워졌을 때 출발한다. 비싼 고급 버스를 예약했지만 막무가내로 낡은 버스로 갈아타라고 하기도 한다.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하쿠나 마타타’를 외칠 뿐이다. 모두 다 잘될 건데 버스에 불만 갖지 말라는 거다.      




동생이 한 자리 앉기에도 비좁은 버스






 아프리카의 분위기에 젖어 우리도 웬만한 일에는 하쿠나 마타타를 외쳤지만, 탄자니아 모시에서 킬리만자로산 아래 입구까지 가는 미니버스를 탔을 때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운전기사 옆의 맨 앞 좌석에 앉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 달렸다. 한 시간이나 가야 하는데 사고라고 날까 봐 초조했다. 시속이 몇 킬로인지 보려고 했더니 웬일이야! 계기판 유리가 깨친 채 망가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안전벨트는 하지 않는 게 아프리카의 상식이었다. 이미 고장 나서 할 수도 없었다. 반대편에서 동물이라도 뛰어들면 급정거를 했고, 우리는 앞 유리에 머리를 부딪쳤다.


“하하하. 하쿠나 마타타!”


 미니버스에는 돈을 걷고 문을 열어 주는 버스 안내 아저씨도 있었다. 버스 회사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문에 매달려 손을 뻗은 채 달리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움푹 파인 아스팔트 바닥을 피해 역주행을 하다가 앞에서 오는 차량과 부딪칠 뻔했을 때도 “하하하. 하쿠나 마타타!”였다. 하쿠나 마타타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게 맞단 말인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잠비아 뉴 카프리 음포시에서 타자라 열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까지 택시를 타고 갈 때였다. 열차 안에서 마실 물을 사기 위해 잠깐 마트에 들러 달라고 했다. 택시 기사는 자기 것도 하나만 사 달라고 했다. 뜬금없었지만 날씨가 너무 더우니 음료수를 하나 사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음료수는 됐고, 맥주를 한 병 사 달라는 것이었다. 맥주가 워낙 싸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렇게 마트에 들렸다가 다시 출발하려는 순간, 택시 기사가 맥주 뚜껑을 따더니 시원하게 들이켰다.


“운전해야 되는데 맥주를 마시면 어떡해요?”

“오, 여긴 아프리카야. 아-프리FREE-카, 몰라? 걱정하지 마. 하쿠나 마타타!”

“경찰한테 붙잡히면 어떻게 해요? 음주운전 불법 아니에요?”

“프리덤, 프리덤, 하쿠나 마타타.”


택시 기사라고 하지만 그냥 차를 가진 동네 주민인 경우가 많다. 운전중에 맥주를 마시는 프리덤~ 





 이들에게 하쿠나 마타타는 어떤 뜻으로 쓰이는 걸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잘될 것이다’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가장 유명한 대사가 바로 하쿠나 마타타였다. 한국어로 ‘근심 걱정 모두 떨쳐 버려’라고 번역되기도 했다.     


“계기판이 없어도 사고는 나지 않을 테니, 근심 걱정 모두 떨치고 잘 앉아 있으라는 거 아니야?”

“운전 중에 술을 먹어도 경찰에 절대 안 걸릴 거니까 근심 걱정 모두 떨치고 가자는 거 아니야?”

“그런가? 안전벨트가 고장 났어도, 역주행을 해서 부딪칠 뻔해도 죽지 않을 거니까 근심 걱정 모두 떨쳐 버리라는 건가?”


달려 와서 선 배낭 뺏고, 후 차에 태우는 택시 기사들







 우리가 보기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대책 없이 행동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많았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버스가 정시에 출발하지 않으면 좀 어떤가, 느긋이 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계기판이 없는 차라도 운송 수단으로 쓸 수만 있다면 좋은 거지. 그러고 보니 여행 첫날 항공사 아주머니가 외쳤던 하쿠나 마타타와 커피 농장에서 만난 바부 할아버지의 하쿠나 마타타처럼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 준 하쿠나 마타타가 더 많았다.


이쯤 되니 우리도 나 몰라라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 여긴 아FREE카니까! 마음대로 해라. 말해 봤자 통하지도 않는데, 우리가 아프리카의 방식을 따라야지. 아프리카식 하쿠나 마타타 덕분에 우리는 ‘긍정’을 넘어 점점 ‘대범’해지고 있었다. 



그래, 모두 다 옳아!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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