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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이 Mar 14. 2019

집 전체를 클럽으로 만들어 버린 에어비앤비 호스트

케냐 나이로비 숙소에서의 광란의 금밤!




“마일루, 이 하얀 연기는 뭐야? 마셔도 되는 거야? 냄새가 이상해.”

“걱정 마! 라벤더 안개야. 머리가 아플 때 맑게 해 주는 효능이 있어.”

“그런데, 너희들 혹시 마약하는 거야?”

“걱정 마, 걱정 마! 한국인들한테는 권하지 않아. 한국에선 마약이 불법이잖아.”    






 케냐의 치안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에 숙소 고민이 컸다. 나이로비 시내 중심부에서 가까운 곳,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범죄 없는 거리, 정부 부처가 몰려 있고 경비가 삼엄한 곳이 우리가 숙소를 고르는 조건이었다. 수소문 끝에 대사관이 몰려 있는 동네의 한 아파트를 예약했다.


 집 주인 마일루는 낮에는 은행원이고 주말에는 클럽에서 DJ 일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가끔 집에 친구들을 불러 클럽처럼 논다고도 했다. 마일루의 집은 우리가 아프리카 여행을 하며 묶었던 숙소 중 가장 좋았다. 보들보들하고 도톰한 이불을 얼마 만에 덮어 보는 건지 천국이 따로 없었다. 폭신한 침대에 전기장판까지 갖춰져 있었다. 현지인 메이드는 우리의 찌든 옷을 깔끔하게 손빨래해서 다림질까지 해 줬다. 세렝게티에서는 샴푸가 없어 긴 머리카락을 물로만 헹궜었는데, 마일루네 욕실에 구비 된 각종 트리트먼트와 헤어오일, 에센스를 보자마자 머릿결 관리에 들어갔다. 배낭여행자인 우리에게 마일루의 집은 초특급 호텔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일루네 집 거실!

 




 

 마일루는 아침 10시에 나가서 4시가 되면 돌아왔다. 퇴근 후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다. 밤마다 동료들과 영화 모임 혹은 인도어 스터디가 있다며 나갔다. 야간 축구를 하는 날엔 근사한 유니폼과 축구화를 뽐내기도 했다. 여행도 얼마나 많이 다녔는지 러시아에서 사 온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Matryoshka)와 브라질 전통 칵테일 카이피리냐(Caipirinha)가 장식장에 예쁘게 놓여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산 기모노 인형과 인도에서 공수한 각종 향초들까지, 마치 세계 여행 전시장 같았다. 마일루와 매일 여행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함께 커피를 마셨다.



“마일루, 우리 3일 더 머무르고 싶은데, 괜찮을까?”

“오! 나야 영광이지, 좋아. 편하게 머물다 가. 그런데 금요일에 내 친구들이 오는데, 괜찮아?”

“우리야 좋지. 케냐 친구들도 사귀고 싶어!”

“음, 친구들이 음악을 좋아해서 조금 시끄러울 수도 있어. 클럽처럼 놀 거거든.”

“클럽? 완전 좋은데! 기대할게!”    





오랜만에 깨끗한 숙소여서 라면도 끓여먹고, 삼겹살도 구워먹는 여유를 가졌다.







 사건은 금요일 밤에 일어났다. 교회에 간다고 성경책을 들고 십자가 목걸이까지 하고 나간 마일루가 들어올 땐 완전 딴판이었다. 어디서 옷을 갈아입었는지 힙합 패션이었다. 마일루를 따라 들어온 두 명의 친구들도 만만치 않았다. 헤드셋을 쓴 채로 웨이브를 타면서 현관문을 통과했다. 신발을 벗을락 말락 현란하게 다리를 움직이더니 현관에서 한참 동안 소울 가득한 춤을 췄다.


“하이! 코리안 처음 봐! 반가워, 음악 좋아해? 케냐 뮤직비디오 보여 줄까?”

“좋지! 케냐 음악 좀 크게 틀어 줘.”

“오케이, 히얼 위 고!”


 쉴 새 없이 몸을 뱀처럼 흔들던 친구들은 분명 술이 아닌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술 없이도 이렇게 정신없이 놀 수 있다니. 이어서 세 명의 여자 친구들이 도착했다. 우리를 보자마자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춤을 알려 주겠다며 온몸을 이용해 거센 춤사위를 선보였다.

 생각대로 몸이 따라 주지 않았던 우리는 잠깐 어울려 놀다가 장을 보러 나갔다. 동생과 나는 우리만의 불금을 보내자며 돼지고기와 채소를 샀다. 나이로비 시내에서 최루탄을 맞은 이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숙소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다시 힘을 내 여행을 해 보자는 의미에서 삼겹살 파티를 할 예정이었다.    


“너희들 뭐 해? 뭘 말고 있는 거야?”

“아, 이건 대마초야. 이건 아주 어린잎이라서 약해.”


 장을 보고 돌아왔을 때 이미 집은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시샤를 계속 피워 놓는 바람에 연기가 가득한 것처럼 뿌옜고 라벤더 향기가 진동했다. 그 속에서 케냐 친구들은 종이에 무언가를 말고 있었다. 사실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이 놀랍진 않았다. 남미 볼리비아와 칠레 등을 여행할 때도 숙소에서 대마초를 나눠 피우는 여행객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마일루와 친구들은 우리에게 대마초를 권하지 않았다.


“한국에선 마약이 불법이지? 너희는 구경만 해. 손도 대지 마.”

“응, 그런데 케냐는 합법이야?”

“아니 불법이지. 그런데 이건 어린잎이라, 이 정도는 괜찮아.”

“아, 우린 저녁 먹으려고. 돼지고기 구워 먹을까 해.”

“편하게 먹어, 편하게. 우린 베란다에 나가서 피울 거야. 걱정하지 마. 피해 안 줄게! 그리고 이건 ‘시샤’라는 거야. 스펠링은 S. H. I. S. H. A야. 구글에 검색해 봐. 이건 마약 아니야. 너네한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건 거실에서 좀 피울게.”


 그들은 정말로 시원한 베란다에 나가 대마초를 피우며 춤을 췄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일루의 파티에 꽤나 당황했지만, 케냐인들의 파티 문화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마일루와 친구들은 신나게 놀다가도 우리한테 다가와 케냐의 대표 커피 세 가지를 내려 줬다. 세계맥주대회에서 유럽을 제치고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는 케냐 맥주도 건넸다. 그날 밤 우리는 일찍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하얀 연기가 방 안에 가득해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그들의 파티가 무려 아침 8시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마일루는 우리가 케냐를 떠난 후에도 계속해서 안부 문자를 보냈다. 우리는 에티오피아에 갔다가 다시 케냐 나이로비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지금은 어디야? 이번 주에 케냐 대통령 취임식이 열려. 나이로비에 온다면 시내는 가지 마.

에티오피아는 좋아? 이번 주에 대통령이 이스라엘로 출국한대. 아마 공항이 마비될 거야.    




 마일루는 우리가 다시 나이로비에 돌아왔을 때 또다시 위험천만한 시위와 폭동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는지 정치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계속 보내 줬다. 하지만 고마웠던 마일루와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우리가 나이로비에 다시 방문했을 때가 하필 대통령 선거일이라 치안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마일루를 만나지 못한 채 황급히 떠났다.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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