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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Mar 28. 2019

함께 또는 따로,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 그 후

아프리카 9개국 배낭 여행의 끝 그리고 또다른 시작




“군고구마를 왜 이렇게 많이 구워놨데? 먹을 게 남아 도나..”


“이거 아프리카 아이들한테 주면 진짜 잘 먹을 텐데…….”                   





    




 우리는 마다가스카르를 끝으로 아프리카 9개국의 여행을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홍콩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군고구마였다. 몇 시간 전만 해도 가난에 허덕이는 아이들 틈에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먹을거리와 식당들, 휘황찬란한 밤거리를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굶고 있는데, 왜 이곳은 이렇게 풍족할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금 이 군고구마를 사 먹어도 될까. 군고구마 한 박스면 아프리카 아이들 수십 명을 먹일 수 있을 텐데.      










 아직 아프리카 여행의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인지 우린 홍콩의 모습이 낯설어 숙소 밖으로 나가 놀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가축과 함께 드러누워 있던 빈민가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우리는 초고층 빌딩 사이로 레이져쇼를 벌이는 홍콩에 도착해 있었다. 아마 한국으로 돌아가면 홍콩이랑 분위기가 비슷하리라. 언제 그랬냐는 듯 맛있는 음식을 사먹을 거고, 예쁜 옷과 악세사리로 치장 할 거다. 분명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일인데, 자꾸 꺼려졌다. 우리는 숙소 방에 나란히 누워 얘기를 나눴다.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 한국가면 다시 깨끗이 씻고 화장하고 살아야 되네”

 “네츄럴 토일렛 가는 버릇 나오면 어떡하지. 아 눈치안보고 자유로웠었는데”


 “그나저나 언니랑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난 이제 혼자도 여행해 보고 싶기도 하네”

 “그래, 그럼 당분간 따로 여행해 보고 또 다시 만날까?”     












 남미에서 만큼은 아니었지만, 아프리카 여행 중에도 갈등은 있었다. 다만 여러 번의 여행으로 서로의 성격과 취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싸우기보다 양보를 택했다. 하지만 탐탁지 않은 양보와 억지 양보도 섞여 있었다.


 마다가스카르 모론다바 숙소에서 우연히 세계 여행 중인 한국인 부부를 만났었다. 부부는 함께 세계여행을 하면서도 각자 다른 일정을 잡아 따로 움직였다. 와인을 좋아하는 아내가 와인농장에 간 동안, 와인에 관심이 없는 남편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서로의 의견을 존중했고, 경험하고 싶은 일을 따로따로 진행했다. ‘동행자’이니 뭐든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 우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는 내가 하고 싶은 거 1번, 동생이 하고 싶은 것 1번, 꼭 이렇게 동등하게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동행자라는 틀 속에서 어쩌면 서로를 옥죄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 막바지, 억지 양보로 인한 응어리가 남아 있었다. 우린 홍콩에서의 마지막 날 밤에 ‘서로 함께, 또는 각자’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앞으로 각자 여행길에 오를 것이다. 아마도 서로가 곁에 없을 때 더욱 서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위험에 처하게 되면, 함께할 때의 무식함이 그리울 것이고, 혹여 초라한 길거리 음식을 먹더라도 함께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란걸 느끼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자매가 함께 여행하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이지만 어떻게 매번 함께 여행을 하는지 의아해 한다. 싸우지는 않는지, 돈은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다. 우리도 처음에는 자기 생각만 하느라 싸우는 일의 연속이었다.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큰 부딪힘은 없었지만 마음이 상하는 순간은 역시 있었다. 치사해 지기에 이르면 누가 100원이라도 더 여행경비를 냈냐며 쉽게 금이 가기도 했다.      



 우리는 앞으로 따로, 그리고 또 같이 여행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우린 알고 보면 아직 미완성의 동행자다. 계속되는 여행을 통해 우리가 완벽한 동행자가 될지 어떨지는 우리 역시 몹시 궁금하다. 싸우지 않는 다고해서 완벽한 동행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함께 여행을 자주, 많이 다닌다고 해서도 완벽한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미완성의 동행자로써, 앞으로 또 떠나게 될 우리 자매의 여행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우린 몇 년 뒤 다시 함께 그린란드에 가기로 했으니 그날을 기다려 본다.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지금까지 자매의 이야기 많이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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