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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an 25. 2017

보고 싶은 너에게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고민들

술에 취해 너 때문에 심란해서 다른 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때 한 대화가 여전히 뇌리에 깊게 박혀 그냥 가끔씩 멍하니 있으면 떠오르게 된다.


“그 사람은 너한테 어떤 존재냐?”

“좋아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 지켜주고 싶은 사람, 나 때문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

“으음… 그리고 조금만 더 욕심 내서 나 때문에 행복했으면 하는 사람”

“그런데 네가 어떻게 그 사람을 포기해..”


그 날 너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감히 내가, 너를 쳐다봐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인 모임에서 다들 술에 취해있을 때, 조금 있다 그만 가자며 나를 쳐다본 너를 보며 취한 척하고 그냥 너를 끌어안을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내가 내린 결정은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고 웃으며 “그래”라고 대답하는 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자는 시간이 아까웠고, 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너와 싸울 때면 바로 어떻게 해야 다시 관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싸우고 나서는 항상 이러다 멀어지는 건 아닌가 두려웠고, 나의 말들이 후회되었고, 뭘 해야 할지 몰라 일이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날 내가 만약 너에게 정색을 하며 "술 그만 먹어. 너 취했잖아."라고 화내고 나서 먼저 가지않았더라면,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한 너를 보며 웃으며  "조금만 조심해서 놀다 와" 라고 했더라면 너는 나에게 실망하지 않았을까.


결국 네 입에서 나온  

“오늘은 네가 좀 밉다.”

라는 말은 나의 밤을 뒤덮었고, 결국 나는 밤을 새우면서 네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네가 얼마나 나를 원망하고 있는지, 네 걱정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넌 항상 그렇지”


저 말만큼 나에게 무서운 말은 없었다. 너는 항상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했었고, 그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같은 이유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했었다. 나는 다르다고 자부했었는데, 그 밤 네가 나에게 저 말을 던진 날, 나의 알량한 믿음은 금이 갔고, 나는 허겁지겁 변명하기 급급했다. 변하겠다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 약속했으니 이젠 한번 지켜보려 한다. 그러니 너도 내가 한 말을 듣고 지켜주길 감히 바란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너에게 그렇게까지 화를 냈는지는.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 하나도 신경 안 썼을, 그냥 웃으면서 조금 더 놀다 오라고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너에게만은 그렇게 정색을 하며 울컥했던 것인지 여전히 이성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너는 나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이다. 특별한 사람이며, 나를 구해준 사람이고, 내가 평생 잘해주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니 너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자면 ㅡ 네가 나에게 물은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야?” ㅡ 너는 내가 순간순간을 함께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다. 너의 세상에 한 부분으로 살아가고 싶고, 너 역시 나의 세상에 계속해서 남아줬으면 하는 사람이다. 완전한 공감을 바라지는 않는다. 너의 의견을, 너의 색을, 너의 목소리를, 너의 향기를 지닌 채로 나와 함께 걸어갔으면 한다. 같은 장소가 아니더라도 괜찮으니 그저 존재해주기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너에게 보여주고, 네가 바라보는 세상을 같이 보며 웃으며 떠들고 싶다. 조곤조곤하게 나의 모든 말에 반박을 해도 좋고, 약간은 흥분한 채로 나의 말에 공감을 해주어도 좋고, 그저 아무 말 없이 서로 기대어 음악을 듣고 있어도 좋다. 그냥 내 인생에서 한 불빛으로 남아주었으면 한다.

너만큼은 내가 감히 그렇게 욕심을 내보려 한다.


정말로,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큰일이다. 네가 보고 싶다. 많이.


이와 비슷한 사연이나 고민은 언제든지

bluemwolf@gmail.com으로 연락주시면 나름대로의 답변을 올려드릴게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항상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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