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첫사랑입니다.
아마 3년 전 오늘이었을 거다.
내가 너에게 첫눈에 반한 건.
어제 우리는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말들을 전화로 했었고
그 전화를 끊고 나서 상당히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우리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참 다양한 일을 겪었구나.
너를 잘 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행동으로는 그게 잘 안돼서 항상 고민이었는데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고 있었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는, 여전히 관계에 미숙한 그런 사람이었구나.
나만 이렇게 불안한 게 아니었구나.
나만 네가 어려웠던 게 아니었구나.
미안함과 동시에 고마움 그리고 안도감이 섞여 나를 감싸 안았다.
미안했다. 네가 나 때문에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해서. 나의 투정과 힘듦 때문에 네가 힘들어했어서.
고마웠다. 네가 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해서. 많은 감정과 고민을 결국에는 나에게 말해줘서.
감히 고백하건대 그 어떠한 위로도 말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 누구의 괜찮다는 말도, 너와의 연락만큼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너와 연락하기 직전까지도 나는 다른 아이들에게 우울하다며 이젠 해탈한 것 같다며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런데 웃기지. 그랬던 나인데.
짧게라도 오는 너의 연락을 보며 네가 화난 건 아닌지,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닌지
그 생각들이 나를 뒤덮었고. 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네 고민, 원망을 듣는 순간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는 풀린 순간
그냥. 그냥 너무 좋아서. 희미한 미소가 계속 떠나지를 않았다.
우리의 전화 내용은 밝지는 않았다.
네가 한 고민들과 걱정 그런 게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돌아다녔고
얼굴을 보고 얘기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약간은 남았었고
네가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신이 나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음과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음과 동시에
고민해줘서 고맙다고. 아파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네 말을 믿지 못할 리가 없다. 그냥. 한 번만 더 말을 해줬으면 했었다.
그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이 들었었다.
네가 지칠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였다. 그래서 선뜻 대답을 못했었다.
너는 내 관계의 카테고리에 '너'라고 존재하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어려웠다.
아무런 선행연구도, 참고할만한 자료도 없이 오직 너만 있기에. 실수할까 두려웠고.
그 실수로 인해 우리의 관계가 깨질까 두려웠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변해보려 한다.
네 말대로 조금은 기다리는 법을 배우려 한다.
너의 영역을 존중하고, 믿고 기다리는 그런 일.
다음에 만나면
너를 닮은 꽃인 부바르디아를 사 너에게 바치려 한다.
나는 이미 당신의 포로가 되었으니.
당신은 나의 첫사랑이니.
첫사랑: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 혹은 진심으로 사랑했던 첫 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