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너는 나를 물들여버렸다.
가끔은 담배를 피운다는 행동을 동경한 적이 있다.
흔한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만한 그런 생각들처럼 저 생각 역시 흘러가 버릴 줄 알았다.
그냥 담배를 한 대 태우고 나면 뭔가 생각이나 감정이 정리될 줄 알았고
어떻게든 너를 잊을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될 줄 알았다.
너는 내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했을 때 몸에 좋지도 않고 남한테 피해를 주는 그런 걸 왜 하냐고,
다시는 하지 말라고, 약속하라고 말했었지.
나는 웃으면서 다시는 안 하겠다고. 걱정 말라고. 장담을 했었는데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은 그 약속을 깨버리고 말았지.
하필이면 그 날따라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네 덕분에 많이 심란해하고 있었어.
웃기지. 이제는 더 이상 너에게 쏟아낼 그런 감정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너를 떳떳하게 잘 대할 수 있을 거라고, 아무런 기대 없이 그냥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결심을 하고 나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네 연락을 받는 순간부터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내가 그냥 너무 한심해 보여서
나만 혼자서 또 자괴감과 회의감이 드는 것 같아서, 나만 네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무엇인가에 홀린 듯 사서 펴봤어.
연기를 잘못 들이마신 건지 아니면 사레들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엄청 기침을 했어.
눈이 아플 정도로. 분명 슬픈 건 아닌데 그냥 눈물이 좀 나더라고.
그래도 한 절반 정도 꾹 참고 펴봤어.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아니더라고. 생각이 정리되기는커녕 희미해져 가던 생각들마저 선명해져 버렸어.
한동안 바람을 쐬면서 옷에 배인 담배냄새를 털어내려 했어.
손도 씻고, 양치도 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했는데도
너무나도 선명하게 냄새가 남아있더라고.
아 그렇게 하나둘씩 흔적이 생기는 건가 봐.
한번 배어버린 향은 잊히지 않았고, 빠져나가지도 않았다.
마치 당신이 시나브로 나를 물들여버린 것처럼.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