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시시콜콜 14화

지렁이를 보면 엄마가 생각이 나

by 문장 수집가
지렁이를 보면 엄마가 생각이 나.

지렁이의 부탁 (이장근 동시집 칠판볶음밥 중에서)

비만오면
지하 방에
물이 차요

잠시 대피해 있을께요

제발 밟지 마세요


딸아이가 산책하다가 지렁이를 발견하고는 지렁이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며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왜 지렁이를 보면 엄마인 내가 생각이 나는 걸까? 그것은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칠판 볶음밥이란 동시집에 들어있는 지렁이의 부탁이란 동시 때문일것이다. 그 뒤로 지렁이만 보면 엄마가 생각이 난다고 했다.


특히나 오늘은 보도블럭을 열심히 지나가던 지렁이가 자기를 보고 멈칫 했다는것이다. 자기랑 눈이 마주치자 지렁이가 아닌척 동작을 멈췄다면서 어떻하면 좋으냐면서도 계속해서 혼잣말을 쏟아 냈다.

엄마 혹시
재네들 집에 비가 와서 물이 찬건가?
그래서 다른데로 이동하는건가?
그럼 어쩌지 엄마?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쩌지, 어쩌지만 반복하는 딸에게 진정하라고 한뒤에 오늘은 비가 많이 오지 않았고 그 지렁이는 아마도 이웃사촌에게 마실가는 중이거나 너처럼 산책중일거라고 대답을 해줬다.


"정말 그런거겠지?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


"그래 걱정하지 말고, 지렁이가 너때문에 눈치보느라 움직이지 못하는거 같으니까 너도 얼른 지나가 주렴"


누가 지렁이를 보면서 이런 대화를 나눌까? 우리만이 가능한 대화일지도 모른다.


오늘같은 날이면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동시들이 기억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때때로 툭툭 튀어나오고 척하면 척 알아듣고 상황극을 펼치곤 한다. 남편을 제외하고 딸도 그렇고 아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그런 우리들을 보고 남편은 누가 어린이고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지렁이의 부탁을 쓴 작가님은 우리 세명에게 동심을 심어주는데 성공을 한것이다.


그렇게 딸아이와 나는 1시간동안 지렁이 이야기만 하다가 진짜 이유가 궁금해져서 검색창에 지렁이 이동이라고 넣어 보았다. 그 내용을 캡쳐해서 딸아이에게 보내줬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때는 지식적인 사실여부를 전해야 한다고 당부를 하면서 말이다.

비 오는 날 이동: 지렁이는 피부 호흡을 하기 때문에 비가 와서 흙속의 공기가 물로 채워지면 호흡을 위해 땅 위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환경 적응: 산소가 부족하거나 너무 건조한 환경에서는 더 나은 서식지를 찾기 위해 이동합니다.
음성 주광성: 지렁이는 빛을 싫어하는 음성 주광성을 가지고 있어, 밝은 곳을 피해 어두운 곳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동 기회: 비 오는 날은 지렁이에게 땅 위로 나와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동 방식: 지렁이는 근육을 수축하고 이완하는 연동 운동을 통해 이동하며, 몸의 점액질을 이용해 마찰을 줄여 움직입니다.
주의할 점: 비가 그친 후 햇볕이 강할 때 땅 위로 올라온 지렁이는 수분이 마르기 전에 다시 흙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말라 죽을 수 있습니다. 이때 발견하면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흙으로 옮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중에서)


지렁이들은 알까? 이렇게나 자기들의 신변을 걱정해주는 아이가 있다는것을 말이다.

지렁이들은 알까? 비가 조금만 와서 지렁이 집에 물이 차지 않았으면 하고 걱정해주는 어른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렁이.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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