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비슷한 이들과 만나는 약속은 주말의 피곤한 몸도 일찍 일으키게 했다. 책 쓰기 전공체(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전공체라고 부릅니다. 학교에서는요.)라는 타이틀 아래, 책 쓰기라는 같은 목표를 지닌 선생님들과 함께 만나는 모임에 다녀왔다.
경기도 단위의 연구회라 각 지역의 선생님들이 모이시는 자리였기에 장소는 중간, 집에서 1시간 30분쯤 떨어진 사당역. 토요일 아침 9시까지의 모임에 늦지 않게 가려면 적어도 새벽 6시에는 일어나 7시쯤에는 출발해야 하는 강행군이다. 너무너무 피곤한 한 주를 보냈기에 귀차니즘인 isfp는 '작고 소중한 주말 아침이니 가지 말고 더 잘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법도 한데 이 모임만큼은 즐겁게 출발 준비를 한다.
책이 좋아서, 책을 좋아하는, 책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기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모임 장소로 향한다.
책으로 만나는 모임이 성공적이려면
2시간 넘게 이어진 이 날의 회의 주제는 책책책-이었다. 다른 주제였다면 몸이 베베 꼬이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를 긴 시간이죠.
어느 강의에서 강사님이 말씀하시길, 강의의 집중도가 성공적이기 위한 가장 좋은 전제 조건은 참석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본인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주제의 강의는 집중도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강제로 지명되어 끌려오듯 듣는 강의에 비해 당연히 집중도가 높을 수밖에요. (두 번째 조건은 '비싼 개인 돈'을 지불하고 참석하는 강의라고 합니다. 좋아하고 듣고 싶은 연수는 강의료가 비싸도 기꺼이 지불할 테니 첫 번째 조건과 같은 맥락인 거죠. 내 돈 내강! 이라니. 이 이야기가 꽤나 기억에 남습니다. 근데 맞는 듯.)
이 날의 자리가 그랬습니다. 책 쓰기를 좋아하고 희망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이신 자리인 만큼 그 열기는 매우 뜨거웠습니다.
이 자리를 준비해주신 선생님들은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은 분들이십니다. 20대 때 책을 쓰기 위해 처음 만나, 이제는 40을 앞두고 있으니 청춘을 함께 지나온 사이지요.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늘 만나는 날이 기다려지는 소중한 인연입니다.
감사하게도 그 어떤 보상 없이 모임에 최적화된 장소를 물색하시고 이른 아침, 세심한 커피와 김밥까지 준비해주시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하시는 이유도 우리 모두 책-이 좋아서.. 이시겠지요. 이 외에도 이 날의 자리를 마련하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많은 행정적, 기타 업무를 바쁜 일상 중에 짬짬이 하셨을 테지요.
감성 돋는 공간에서의 책 이야기
책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수만가지 이야기들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라는 책 제목처럼 함께 글쓰기 역시 힘이 셉니다. 10년 이상을 함께 해 온 책 쓰는 선생님 모임 외에도 최근 함께 하게 된 브런치 작가들의 모임, 라라크루(light wrighting)에 합류하게 되면서 글 취미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함께 쓴다면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끄적이기 시작한다.
(헤세도 그랬다지요. 모든 초고는 shit-이라고. 사람들은 '쓰레기'라고 번역하더군요.)
저는 혼자 쓰려할 때에는 어지간한 의지만으로는 글을 쓸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isfp, 게으른 인간입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동지가 생기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고독한 취미인 글쓰기도 동지가 생기면 즐거운 협업이 되기도 하고, 책으로 나눌 수 있는 수만 가지 이야기와 아이디어들이 봇물 터지듯 퐁퐁 샘솟습니다. 당장 눈앞의 결과물이 안 보여 진대도 지속력 있게 글쓰기 취미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이 날은 대표 선생님을 통해 한 꼭지 정도의 강의를 부탁받아 자료를 만들어갔습니다. 전공체 연구회 활동 중 일부인 도서 추천 작업을 담당해오며 2012년부터 시작된 도서 추천 작업 과정,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쟁점들로 ppt를 준비했습니다.'책'이라는 소재로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참 많고 함께 하고 싶은 작업도 무궁무진하기에 이 시간을 준비하는 과정도 버겁지 않았습니다.
책으로 할 수 있는 수만 가지 이야기들. 그것이 오늘의 저를 가슴 뛰게 합니다. 일상에 치이고 지쳐 침대에 퍼져버리고 싶은 순간, 다시 일으켜 세워 달리게 하는 힘이 되어 줍니다.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제작한 프리스타일 ppt
이 글도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쓰이고 있습니다. 책모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어쩌면 음악이나 듣고 잠을 자며 오는 무의미한 시간이었을 텐데 억지로라도 일상을 기록하려 애쓰고, 그 과정 속에서 스토리를 하나로 엮을 주제를 떠올려가며 끄적이기를 시작합니다. 시작 전에는 별로일 것 같은 글이라도 끄적이다 보면 방향성이 잡히기도 하고 어쨌든 '무엇'이라도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