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셋째 주
아홉수? 주변에선 동그란 눈을 뜨고 "일 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말라"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되나? 진짜로 나쁜 일이 생기는 건지 어쩌는 건지, 아홉수를 직접 기록해 보고 싶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나이라는 게 있어서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공평하게 나이를 먹었다. 내가 아홉수면 친구도 아홉수, 친구가 아홉수면 나도 아홉수. 덕분에 친구들과 절망의 구렁텅이에 단체로 빠지는, 아주 민주적이고 평등한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모두가 함께 시작하는 아홉수는 일 년 동안 잘 버티면 친구들과 함께 끝나는 구조였다. 그런데 지금은 생일을 기준으로 "나만" 아홉수가 시작된다. 생일에 절망을 덤으로 받는 셈이다.
그래도 나는 X 세대니까 옛날식으로 아홉수를 만나기로 작심했다. 그래서 2025년으로 해가 바뀌면 글을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뜻밖의 사건들이 터지고 또 터졌다. 그래서 벌써 1월 셋째 주가 되었다. 여기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홉수, 진짜 있는 걸까? 뭔가 계획대로 잘 안된다.
"결혼, 이사 같은 큰일은 피하라"는 얘기도 있고, 나쁜 일이 생긴다는 소문도 있다. 근데, 이게 너무 무책임한 말 아닌가? "쥐 죽은 듯 일 년을 버티라"니. 두 번 곱씹고 세 번 생각해도 이건 좀 억지다.
열아홉에도, 스물아홉에도, 서른아홉에도 나는 나이 탓하며 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책임감 넘치게 산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내 삶을 나이 탓으로 돌릴 정도로 무책임하지도 않았다.
올해 초 병원에서 신장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검사를 했다. 다행히 결과는 괜찮단다. "좋아, 나쁘지 않은 출발이네!"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광시증과 비문증이 갑자기 생겼다. 눈앞은 흐릿하고 두통이 덤으로 찾아왔다. 아무래도 기분이 가볍지 않다. 이거, 진짜 아홉수인가? 생각이 이리로 저리로 흔들린다.
건강 문제는 아홉수라서 생긴 일이 아닐 거다. 어떤 일들은 그냥 일어난다. 이유도 없고, 원인도 없다. 인생은 내가 다 알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만약 "아홉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다"라고 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겠는가?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홉수는 정말 있는 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만들어낸 전설 같은 건지.
어쩌면 내 인생은 이번 아홉수에 정말 꼬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지나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걸 살아 봐야 알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네 번째 아홉수를 맞이하는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거다. 아홉수라고? 그래, 살아보자. 살아보면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