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어트리 사피엔스 Poetry Sapiens 1

계약 동지 이야기

by 서정


계약 동지 이야기

포어트리 사피엔스 Poetry Sapiens 1



고산 윤선도의 시, 五友歌를 돌판에 새기다.



인간은 지구 위의 수많은 생명체와 더불어 살면서 잠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기록을 남겨왔다. 기록이라기보다는 표식이라고 하는 게 옳을 듯하다.
‘왜일까’라는 질문을 해본다. 오랜 추궁 끝에 얻은 결론은 '사랑'이었다.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그리고 꾸준히 표시해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하기 때문이라면 그 표시는 바로 詩일 것이다. 작대기를 그렸든, 그림을 그렸든, 암호를 새겼든, 글씨를 새겼든 그것은 시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류의 시 의식과 시 표현은 생명본능에 의한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태인 것이고 내일과 미래를 향한 염원의 표출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를 쓰는 인간, Poetry Sapiens는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생명체의 대표적 명칭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여 포어트리 사피엔스 Poetry Sapiens의 본질인 詩와 詩語, 詩心에 깃들어 있는 '사랑'을 그려나가려 한다. 애틋한 사랑, 극진한 사랑, 숭고한 사랑을 소박하고 재미있게 그려내고자 이 글을 시작한다.





시인의 첫 시를 읽다

그림-지선시.png


시인의 첫 시를 읽는 기쁨은 아무나 누리는 행복이 아니다. 몇 날 밤을 지새우며 산고를 겪은 후에 태어난 시는 발표하기 전 가장 가까운, 가장 미더운,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읽어주기를 바라며 건넨다. 바로 첫 시다.


시인은 매번 나에게 뜨끈뜨끈한 첫 시를 보내주었다. 그것은 감동이고 감격이었다. 그런 호사를 누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분은 나를 어찌 여기는지 잘 다듬어진 한편 한편을 내주었다.


어찌 망설임이 없었을 것이며, 어찌 수줍음이 없었을 것이며, 어찌 부끄러움이 없었을 것인가. 그러기에 더해지는 감동과 감격이었던 것이다.


행간에서 품어 나오는 정취가, 낱말에 묻어있는 고뇌가, 전문에 숨어있는 사랑이 고스란히 가슴으로 밀려와 숨이 가빠진다. 귓가를 맴돌며 온종일 윙윙거린다. 그것은 그리움이었다. 그리움의 둥지였다. 그 그리움의 둥지로 날개를 퍼떡이며 날아가 본다.

202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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