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8
어릴 적 동네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해야 한다.
고향 부산을 떠나 살아온지도 거의 20년이 되다 보니,
동네 친구들과 자주 만날 기회도 없었고 친구들도 이젠 그 동네에 살지 않는다.
가족 예식을 한다고 정했는데
막상 초대를 못할 사람들을 생각하니, 연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결혼식에 초대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만 알리는 게 목적은 아니잖아??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는 걸 알리는 목적이 여야지 않을까..?
그래서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서운할 사람들에겐
소식은 전해야겠다 생각했다.
정말 언제 전화를 걸어 봤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 한 명 한 명이지만, 통화 버튼을 눌러본다.
다행히 다들 예전 번호를 유지하고 쓰고 있다.
오랜 친구들의 특징은 오랜만에 전화했어도 낯설지 않다.
"나 다음 달에 결혼해"
라는 말에 서로 큭큭 대고 웃는다.
친구들은 모두 "네가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오긴 오구나"
이미 중학교, 초등학교 아이들을 둔 친구들이라
"혼자 사는 네가 젤 부러웠는데, 왜 하는 거니...? ㅎ"
어차피 축하 말을 못 들을 거 같더라니…
"근데 나 가족 예식 할 거야, 제주에서"
이 말을 하면 반응도 나뉜다.
- 아쉽네, 갈 수 없어서..
- 나는 가면 안돼? 우리가 남이가..
대체로 가족 예식을 한다고 해도, 친구들은 자신들도 포함이지 않냐고 할 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나의 좋은 날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구나.
결혼식이 꼭 필요할까?라고 생각했을 때
이런 과정들을 겪으며 오랜만에 친구들과 연락하고 사는 얘기도 하고, 결혼과 결혼식이라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어주니 결혼 준비 과정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각자의 결혼식 에피소드, 현재 남편과 애정 상태가 어떤지 얼핏 티 내기도 하고 자신들의 결혼생활의 고난도 듣기도 했다.
축하와 걱정의 말들이 얽히고설켰지만,
결혼이라는 공통주제로 많은 이들과 얘기를 나눴다.
도통 안부 인사 얘기 말곤, 공통주제를 찾기 어려웠던 이들과도..
내 인생의 한 점이 찍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인생의 한 장면들을 공유하는 지인들 한 명 한 명의 얼굴도 떠 올려 보는 기회도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