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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Jul 28. 2023

모든 걸 버리고 싶은 날

마흔 즈음에

고난, 시련, 고독감, 슬픔... 그 감정들 이후 불 쑥 찾아오는 모든 걸 버리고 싶다는 생각.


'무의미'라는 단어가 머리를 한없이 맴돌다, 이틀 내내 그러고 있던 나 자신이 한심해 억지로 씻으며 조금의 감정을 회복했다. 무작정 가방을 들고 자전거를 타고 나와 밥을 먹고 적당한 카페를 찾는다.


"그래, 이렇게 씻고, 먹고, 자고, 싸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그리 마음을 다잡고 있는 와중,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아래 맘에 드는 카페를 찾자니 다시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럼에도 다잡고 다잡아. 따뜻한 라테를 한잔 시키고 노트북을 켰다. 글도 쓰고 밀린 일도 하며 거칠어진 마음을 쓸어내리고 쓸어내린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도저히 안 되겠는 마음에 글을 써보려 영감이 떠오를만한 사진을 찾는다. 


"바다, 산..."


산속 거친 길을 달리는 차를 보니 불쑥 모든 걸 버리고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버림이 진정 모든 걸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 어디론가 가고 싶은 마음이다. 어딜 간다고 당연히 해결될리는 없다. 조금의 위안이라도 얻고 싶은 마음이겠지. 나름 회복탄력성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근본 없는 긍정이라기 보단 뚫고 나갈 에너지를 빠르게 얻는 편이다. 한데 이번엔 어둠이 잘 걷히지 않는다. 앞이 잘 안 보인다.


"정말 어디론가 떠나볼까? 어디를 가야 할까. 어디엔가 가면 좀 좋아질까?"


사실 올해 해야 할 일이 마무리되면, 정말 어디론가 가려는 생각이긴 하다. 지역적 위치 까지도 훌쩍 옮겨보려는 중이다. 그래도 그건 모든 걸 버린다는 생각이기보단 또 다른 새로움에 대한 기대에 가깝다. 40이라는 나이에도 얽매이지 않고 뭐든 새로 할 수 있음을 보이려는 도전이기도 하다. 두려움도 있지만 두려움이 내 호기심과 막아서긴 한 참 부족해 보인다.


오늘은 그냥 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잠시의 일탈일지, 끊어낼 수 없는 욕망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 풍경을 보면 좀 나아질 것 같다.


돌이켜 보니 어떤 시절은 연락을 모두 끊어보기도 하고, SNS의 글들을 몽땅 지워보기도 하며 나만의 작은 외침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란 걸 깨달은 덕분인지, 나를 웃으며 맞이해 준 사람들에게 그런 식의 방식을 더 이상 보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말하고 위로받고 또 언젠가는 위로해 주며 관계를 맺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게 됐다. 그러니 오늘의 버림은 나 스스로의 어두운 마음으로부터의 탈피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하려나 보다. 훌쩍 버리고 떠난다고 그게 관계로부터의 단절을 말하는 건 아니니까. 지금의 생활로부터 미끄러지듯 쏙 빠져나와 어디론가 미끄려져 흘러가 버리는 그런 그림을 떠올리며 진짜 어디론가 갈지, 아니면 마음으로 나마 여행을 떠나볼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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