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1760), 안나 막달레나 바흐가 세상을 떠난 날
262년 전 오늘,
1760년 2월 27일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두 번째 아내인 안나 막달레나 바흐(Anna Magdalena Bach, 1701-1760))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나이 58세로, 남편과 사별한 지 10년이 채 안 된 때였습니다.
안나 막달레나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매우 훌륭한 조력자였습니다. 작곡하고, 가르치고, 연습하느라 늘 일이 많은 바쁜 남편을 도와 기꺼이 사보 작업을 거들었죠. 안나 막달레나의 필체는 바흐와 매우 유사해서 바흐 전문가조차 때때로 구별하지 못했는데요. 안나 막달레나의 필사본으로 남아 전해지는 것 가운데 학문적으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입니다.
안나 막달레나가 바흐와 결혼한 것은 1721년, 그녀는 갓 스무 살의 소프라노 가수였습니다. 당시 바흐는 서른여섯 살이었고, 첫 번째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를 1년 반 전 떠나보내고 어린 자녀 넷을 홀로 키우고 있었죠. 음악적 재능이 있는 젊은 여성이 결혼을 결심하기에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조건이었는데요. 안나 막달레나는 바흐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단 자신의 일, 즉 음악 활동은 계속해서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바흐도 이를 존중해 훗날 라이프치히로 이사하기 전까지 안나 막달레나는 바흐가 악장으로 일하던 쾨텐 궁정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하네요.
안나 막달레나는 바흐에게서 열세 명의 자식을 낳았습니다. 마리아 바르바라의 아이 네 명까지 함께 기르며 한 가정의 어머니, 또 안주인으로서 헌신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가정을 돌보는 틈틈이 바흐의 악보를 필사한 것도,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런 아내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바흐는 두 권의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음악 수첩>(Notenbüchlein für Anna Magdalena Bach, 1722, 1725)에 담았습니다.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음악 수첩>에 들어 있는 음악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입니다.
미뉴엣 G장조, 쳄발로 연주로 들으시겠습니다.
남편 바흐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았던 안나 막달레나였지만, 바흐가 1750년 세상을 떠난 뒤 미망인으로서의 삶은 어려웠던 걸로 전해집니다. 어리고 유약해 아직 홀로 서지 못한 자녀들이 넷이나 그녀 곁에 있었습니다. 안나 막달레나 바흐는 물려받은 유산과 보조금을 가지고 아끼고 절약하며 남편 사후 10여 년을 버텼고요, 262년 전 오늘, 1760년 2월 27일 숨을 거두었죠.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삶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그녀의 뛰어난 재능은 남편의 인정과 지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결실을 맺지는 못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죠. 1968년에 만들어진 독특한 형식의 독일 영화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연대기>(Chronik der Anna Magdalena Bach)도 추천드립니다. 제목은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연대기>이지만, 사실상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시선으로 읽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일대기'로 볼 수 있습니다. 바흐의 일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켜본 중요한 증인도 역시 '안나 막달레나 바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