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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난 일하기 싫을까

맘에 썩 차지 않는 회사에서 존버하는 것에 대한 근원적 질문

일요일 저녁의 내 모습은 마치 나사 하나가 덜렁거리는 사람마냥 흔들거린다.

내일 해야 할 빠곡한 투 두 리스트가 하나 하나 마음을 할퀴며(...) 일요일 오후 9시부터의 시간은 이미 끝나버렸다고 우울감에 빠져드는 것. 회사에서 읽으라고 주는 백만 자기계발서에는 분명 당신의 회복탄력성을 위해서 휴일의 마인드 컨트롤은 필수라고 했는데 왜 나라는 멍청이는 그 발상의 전환 하나 똑바로 못하는가. 아아, 결국 미생인가.


전원 스위치처럼 주말엔 업무모드가 온전한 off의 상태로 있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래서 다들 스위치를 끄고 온전히 동작과 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하는걸까? 여기저기 아티클에서는 분명 솔루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솔루션은 하나같이 단기적이다. 운동이 끝나고 개운한 마음으로 맥주를 들이키며 릴리즈할 자료 워싱과 사업계획을 다 완성하지 못한 그 업무를 생각하는 나를 볼 땐 매우 허망한 감정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이것저것 시도하면서도 한 발짝이라도 나아지지 못하는 나를 보면 또 돌아오는 한숨.


요즘에 다시 '내 사업'의 앵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던 찰나(tmi : 기름집 꿈나무), 큰 인사이트나 그럴싸한 깨달음은 아니다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사업을 하고싶었던 이유는 앞뒤없이 이렇게나 몰입(혹은 세뇌)되있는 나의 캐파시티를 내가 소유한 어딘가로 쏟아내고, 지금 개미로써는 와닿기 힘든 사업 결과물을 나의 결과로 가까이 만져보면서 내 몰입과 노력의 결과를 더 가치있게 만들고자 하는 의지였구나. 100세로 한정된 내 시간 속에서 성취와 몰입이 가슴에 더 뜨겁게 작용했으면 하는 욕망이었던 것이고, 남의 KPI가 아닌 내 삶의 KPI가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정신의 이유였다. 상사의 인정이나 이름만 번듯한 인센티브처럼 내일이면 무너질 수 있는 짧은 달콤함이 아니라, 오래오래 지속성있게 정신을 한 데 담궈놓을 수 있는 무언가를 이루고싶어졌으리라.


결국 일 하기 싫음을 포괄해 지상의 모든 일은 마음의 문제였다. 일요일 저녁의 허망함과 평일 8시 야그너의 한숨, 그리고 운동이 끝난 뒤 일을 생각하는 뒤 구린 마음은 한 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사람과 타팀과 한숨이 뒤섞인 이 시뻘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나는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 물론 '살아남음'이란 회사원 그 이후의 무언가를 위한 준비이고, 이후의 삶은 개미보다는 더 살에 닿는 성취감은 물론, 사랑과 의식주 - 내 삶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아직 자산이 부족해 기름집을 만들기 어려운 나는 더 열심히 개미질을 해야겠지만, 이러한 거창한 목표(?) 외에 좀 더 살에 닿는 이유야 열심히 만들 수 있다. 카드 할부를 갚는다거나 이직 말고서도 좀 더 생산적인 이유 말이다.




같은 팀의 한 대리는 매일 아등바등하며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려는 나에게 늘 내려놓으라 하면서도 본인도 아등바등대는 신기한 분이다. 웃으며 그에게 왜 내려놓지 못하냐고 물었다.


솔직히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아 시방(순화) 못하겠다! 싶은 게 하루 10번으로도 모자라요.
그럼에도 이 곳에 있는건 이 업계에서 내가 하고싶은 사업을 하기 전에 이 곳의 모든 프로세스를 알고 배우기 위함이예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의 냄새를 맡고 알고 싶어요. 이 업계 안에서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같은 거요.


 <이유있는 존버>는 아등바등대는 마음을 꽉 잡아낼 수 있는 튼튼한 근육의 역할을 해 줄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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