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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삼삼 Mar 13. 2023

북한, 핵·미사일 실험하는 진짜 이유

 우리가 만약 북한 당국자를 만나 이 질문을 해본다고 가정해봅시다. "북한은 왜 자꾸 잊을 만하면 핵실험을 하고, 툭하면 미사일 실험을 하는 겁니까?" 북한 당국자의 답변은 어떻게 나올까요? 아마 북한 당국자는 '모범답안'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떠올리며 이렇게 답할 겁니다.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버리겠다는 건데, 우리 생존권이 달린 자위권을 사수해야지요!" 이게 바로 북한의 모든 주장을 관통하는 논리입니다. 미국이 자신들을 붕괴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당방위 차원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진짜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물론 북한이 미국의 군사력을 무서워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례로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이런 질문을 한 적도 있습니다. "미국의 전함이 북한 수역에 진입하면 어떻게 합니까?" (당시 이 질문은 김 위원장이, 북한이 안전을 보장받을 어떠한 법적 장치도 없다고 이야기하며 던진 질문인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럴 땐 나한테 연락해" 라고요...) 


 하지만, 북한이 단순히 안보가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핵과 미사일을 계속 실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에게 핵 능력은, 물론 안보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수단이기도 하거든요. 즉,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 발전이라는 그들의 목적을 이뤄내기 위한, 협상장에서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인 셈입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북한의 경제 상황이 어떻길래, 온갖 제재를 촉발하는 핵무기 개발을 협상의 수단으로 삼는 걸까요? 사실 북한 내부의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있는 공식 통계는 많지 않습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그런 통계를 만들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걸 남들 보라고 대놓고 공개하진 않거든요. 그래서 일단 북한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2차 자료에 근거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통일부가 매년 발간하는 '북한 이해'에 실린 한국은행 자료를 볼게요. 한은의 추정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 GNI (Gross National Income) 규모는 35조 원, 1인당 국민총소득 수준은 137.9만 원입니다. 각각 남한의 1/56 수준, 1/27 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를 보면, 북한은 외부 식량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17년째 지정될 정도로, 여전히 북한 곳곳에서 아사 상황마저 우려되는 실정입니다. 국제민간단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기아지수는 124개국 중에 24번째로 열악했고요. 영양부족 인구는 전체 주민의 41.6%를 차지해, 161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4번째로 가장 많았습니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지요.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단 북한의 외무성(외교부) 관료들이 가장 핵심적으로 해야할 일은,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 각종 대북 제재(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어내는 것입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경제는 2015년, 2017년, 2018년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대북제재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거든요. 유엔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11차례의 제재를 결의해왔는데,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전방위 제재는 2017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북한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6차 핵실험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는 보복성 조치로 가장 강력한 2375호, 2397호 결의를 채택했거든요. 이들 제재가 얼마나 강력했느냐 하면, 2018년부터 북한의 수출이 90% 이상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 제재가 얼마나 영향이 있었는지는, 실제 북한의 관료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지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번째로 만나 협상 타결을 시도했지만, 결국 불발됐습니다. 그 때,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먼저 자청해서 왜 회담이 결렬됐는지를 설명했는데, 이에 질세라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 (외교부 장관)도 야심한 시각에 기자들을 부른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들이 미국에 요구했던 것은 "유엔제재 결의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할 것"이었다고요. 


 즉, 북한이 스스로 큰 의미를 부여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미국에 요구했던 것이, 바로 자신들을 겨냥한 '경제 제재의 해제'였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 제재를 푸는 게 중차대한 문제라는 방증인 것이지요. (참고로, 북한은 "일부만 해제해달라고 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은 "전면 해제를 주장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도,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제재들이 대북 제재의 핵심 조치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북한이 경제 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뤄내기 위해, 그동안 핵·미사일 개발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어떻게 활용해왔을까요? 그건 다음 번 글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참고 : 「2022 북한 이해」, 통일부, 177p. 

"북한 아사속출 우려…식량공급, 인간 최소 필요치 미달"<CNN>, 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2023/3/4.

FAO, 북한 식량지원 필요국 17년째 지정…"식량상황 계속 취약", SBS, 안정식 기자, 2023/3/4.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 - 한반도 운명 바꿀 5대 과제」, 천영우, 박영사, 2022/4/8. 

「그 일이 일어난 방」, 존 볼턴 저자, 박산호·김동규·황선영 옮김, 시사저널, 2020.  

“북한 기아 상태 ‘심각’…주민 10명 중 6명이 영양부족”, VOA, 안소영 기자, 2022/10/14. 



※ 대문 사진 : 북한이 2월 23일 새벽 함경북도 김책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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