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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의 생각
Apr 07. 2021
꼭 기억해라
벌써, 다시는 할 수 없는 딸과의 추억
2017년 7월의 산행
한바탕 장맛비가 지나가고
산안개로 고즈넉한 산책길에 나라가 동행했다.
산바람에 나뭇잎이 머금었던 빗방울이 떨어지자
까르르 웃기 시작하더니 쉴 새 없이 옹알 된다.
왼쪽 귀를 잡아당기면 왼쪽으로
오른쪽 귀를 잡아당기면 오른쪽으로 가줬더니
제법 의기양양하다.
툭툭 뒷덜미를 내리치고
웅웅 거리며 가리키는 곳에는
어김없이 참새나 비둘기들이 있다.
이 산에서 자기보다 작은 것들에 반가운가 보다.
산책로를 지나 산길에 이르기 전
나라의 팔다리 구석구석에 모기퇴치제를 뿌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땀으로 범벅된 내 팔다리는 그냥 뒀다.
역시나 산길을 지난 내 팔다리는
군데군데 물린 모기 자국에 벌겋기만 하다.
그래도 눈치 빠른 모기들이
나라의 팔다리는 그냥 두어 다행이다.
등에서 내린 나라가 쭈쭈 거리며 다가와 입술에 뽀뽀해주더니 자기 손에 쥐고 있던 과자를 내민다.
제법 낭만적일뻔한 이 순간은
사실 주머니 속 말랑카우를 내놓으라는
나라의 속셈이었다.
지나가던 아줌마가 나라의 손을 잡고 해준 이야기를 나라가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아빠가 너 짊어지고
이렇게 데리고 다닌 거 꼭 기억해라''
꼭 기억해라 나라야.
* 2017년 7월의 글을 다시 남겨두다.
: ep
아이가 첫 돌이 되기도 전에 중고로 구입한 도이터 키즈 컴포트를
얼마 전
동생에게 줬다.
이미 딸아이는 컴포트의 한계 중량을 넘을 만큼 컸지만
등에 짊어지고 이 산, 저 산 다닌 추억들이 아련해 한참을 가지고 있었다.
벌써 다시는 할 수 없는 딸아이와의 추억이 생겼다는 것이 어색하다.
지금 함께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더 사랑해야겠다.
컴포트를 보낸 것이 아쉬워,
다시는 딸아이를 등에 업고 산에 오를 수 없는 것이 아쉬워
4년 전의 글을 다시 남겨둔다.
그래도 이제는 낮은 산은 함께 오를 수 있어서
참 좋다.
지난 가을 함께오른 동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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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추억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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