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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굿즈, 소비와 후원의 경계에서

굿즈와 마음 사이, 그 얇은 경계를 건너는 일

by 짱고아빠

굿즈는 소비일까, 후원일까


최근 몇 년 사이 비영리 현장에서 굿즈 마케팅은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기부하면 에코백을 드립니다, 후원에 참여하면 머그컵을 보내드립니다. 사람들은 좋아 보이는 굿즈를 받기 위해 후원을 시작하기도 하고 반대로 굿즈가 필요 없으니 후원을 거절하기도 해요. 그래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그럼 이건 소비인가요, 후원인가요?”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둘 다 맞습니다.” 굿즈 마케팅은 분명히 소비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후원자가 금액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물건을 받는 구조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굿즈는 후원자가 우리와 관계를 맺는 첫 경험이 되기도 하고 그 관계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되기도 해요.


한 번은 작은 캠페인에서 기부자들에게 손수건을 드린 적이 있었어요. 로고와 함께 캠페인 메시지가 새겨진 손수건이었는데, 몇 달 후 한 후원자가 그 손수건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이걸 볼 때마다 후원신청서 쓰던 그때의 마음이 생각나요.” 그 사람에게 그 손수건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라 자신이 좋은 일에 참여했다는 증거이자 다시 행동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기념물인거죠.



굿즈는 새로운 세대를 잇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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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NGO들의 굿즈 트렌드는 점점 고급화되는 추세를 보입니다. <유니세프 팀>, <월드비전의 하루팔찌>, <굿네이버스의 유어턴링>, <초록우산의 초능력팔찌> 같은 단순한 굿즈부터 <세이브더칠드런과 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콜라보>, <기아대책과 액세서리 브랜드의 협업>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죠. 이런 굿즈들은 단순히 정기후원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20-30대 젊은 층의 후원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목적도 큽니다. 굿즈를 받은 이후 해지율이 높고 지속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부에 관심없는 세대와 NGO의 접접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굿즈 마케팅의 가치는 여기에 있습니다. 후원자가 굿즈를 받았을 때 “이건 내가 함께한 일의 일부야”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굿즈는 캠페인의 메시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고 그 자체로 스토리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때 굿즈와 후원자와의 관계도 시작되는 거죠.


경계에서 본질을 지켜라


물론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굿즈가 후원의 본질을 가려버릴 때입니다.

후원자가 굿즈를 구매(후원이 아니라)하고 정작 우리가 전하고 싶은 가치나 메시지는 그저 흘려보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굿즈 제작과 배송에 드는 비용이 지나치게 커지면 모금의 효율성도 떨어집니다. 실제로 이런 굿즈 캠페인 참여자들 중에는 소위 ‘체리피커’라고 불리는 이들도 많습니다. 굿즈만 골라서 받고 실제 후원은 지속하지 않는 거죠.


“이 물건이 후원자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하게 할 수 있을까?” 굿즈 마케팅을 진행하려 한다면 반드시 이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굿즈는 소비이기도 하고 후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경계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분명해요. 후원자가 굿즈를 통해 ‘내가 이 일에 함께했다’는 자부심과 기쁨을 느낀다면, 그것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신뢰로 넘어가게 될 때 관계는 유지되고 깊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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