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전감이 만드는 조용한 힘
팀워크라는 단어는 참 자주 들리지만 정작 그 의미를 명확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아요. 직장에서 누군가와 함께 일한다는 것과 정말로 좋은 팀을 이루며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요. 우리는 팀워크가 좋다고 하면 흔히 분위기가 좋은 팀, 말이 잘 통하는 팀, 일이 잘 굴러가는 팀을 떠올리곤 해요. 틀린 건 아니지만 팀워크라는 건 사실 훨씬 더 섬세한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 감정의 결과물이에요.
로라 델리조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기고를 통해 “탁월한 팀은 구성원 사이의 사회적 감수성(social sensitivity)이 높고, 모두가 골고루 말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회적 감수성은 상대의 감정과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에요. 표정의 미세한 변화, 짧아진 말투, 잠깐의 침묵 속에서도 팀 전체의 분위기를 살피는 마음이죠. 표정을 보고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하고 물어주고 업무가 막히면 “그 부분은 제가 같이 볼게요”라고 자연스럽게 덧붙여요. 때로는 유머로 긴장을 풀고 때로는 침묵을 허락하며 공기를 조정하죠. 이렇게 서로의 정서를 세밀하게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을 때 말보다 빠른 공감이 오가요.
심리적 안전감은 ‘실수해도 괜찮다’는 확신이에요. 회의 자리에서 “이건 다른 생각인데요” 하고 말했을 때 누군가의 얼굴이 굳는 대신 “좋아요. 그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죠”로 이어지는 팀. 보고서에서 오타가 나도 “다음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로 마무리되는 분위기. 그런 팀에서는 구성원들이 방어적이지 않아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 하고 실패해도 그걸 학습의 과정으로 받아들입니다.
구글은 2012년에 사내 조직문화 개선 프로젝트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발족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결과도 같은 이야기를 전해요. 구글 내부의 180개가 넘는 팀을 분석한 결과, 가장 성과가 높은 팀의 공통점은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이었어요. 개인의 능력보다 ‘서로의 말에 얼마나 귀 기울이느냐’, ‘발언의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느냐’가 더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거예요. 실제로 그런 팀의 회의에는 웃음이 있고 누군가의 실수 위에 또 다른 아이디어가 덧붙여집니다. 반면 경직된 팀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이 리더의 입에만 쏠려있고 말이 줄어들고 결국 혁신도 멈춰요.
그래서 저는 팀 미팅을 할 때 이런 규칙을 지키려 해요. 발언이 끝나면 다음 사람을 직접 지명해요. ‘이 이야기를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요. 그리고 회의가 끝날 땐 서로에게 짧은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의은 그 말 덕분에 정리가 됐어요.” 이런 단순한 순서와 인사가 신뢰의 온도를 지켜줘요. 말의 끝에 누군가의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이 이어질 때 팀은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팀 안에서는 작은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살릴 수도 있어요. “이 일 혼자 하시기엔 벅차지 않아요?”, “도와드릴까요?”, “지금 괜찮으세요?” 같은 짧은 말들이 쌓이면 어느새 ‘함께 하고 있다’는 감정이 자라요. 반대로 “그건 제 일이 아닙니다.” 같은 말은 관계를 끊고 그 단절은 다시 팀워크의 파열로 이어지죠.
비영리조직은 대부분 매출이나 실적을 위해 모인 팀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우리의 협력은 단순한 업무 협력이 아니라 가치와 신념을 함께 지켜내는 일에 더 가깝죠. 그래서 이 조직에는 언제나 사명감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습니다.
저는 이제 그 단어를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명감은 분명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오래 버티게 하지 못해요. 오히려 그 단어가 클수록 구성원은 더 빨리 지치고 더 쉽게 스스로를 다그치게 됩니다. “사명감이 있다면 해야지”, “의미가 있으니까 힘들어도 견뎌야 해” 우리가 지칠때마다 수도없이 들어온 이 말들은 결국 서로를 위로하지 못한 채 죄책감만 남기곤 하죠. 더 이상 사명감으로 성과를 요구하지 맙시다. 중요한 건 사람이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서로를 격려하며 일의 의미를 지켜가는 문화예요.
좋은 팀은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팀이에요.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해요.” 이렇게 말해주는 한 사람이 있을 때 그 팀은 무너지지 않아요. 서로를 위해 잠시 대의를 멈춰주는 용기 그게 비영리조직의 팀워크가 지녀야 할 새로운 감각이 아닐까요?
저는 좋은 팀워크가 대단하거나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이 팀 안에서 나는 괜찮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감정, ‘우리가 함께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다’는 확신, 그리고 ‘서로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태도. 이 세 가지가 있을 때 우리는 조금 더 용감해지고 서로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어요. 팀은 결국 한 사람이 혼자 버티지 않도록 서로의 리듬을 맞추는 구조예요. 그리고 그 리듬 안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