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2. 역할조직과 위계조직 사이에서

위계와 역할 사이, 팀이 움직이는 두 개의 엔진

by 짱고아빠

조직구조의 의미


신뢰와 심리적 안전감이 팀워크의 심장이라면 그 심장을 오래 뛰게 하는 건 구조 즉 시스템입니다. 구조란 복잡한 규칙이 아니라 결정권이 어디에 있고, 책임은 누가 지며, 정보는 어떻게 흐르는지를 합의한 약속이에요. 팀이 신뢰로 연결되려면 그 신뢰가 흐를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거든요. 이 통로가 곧 조직의 구조예요. 이 조직 구조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우리가 익히아는 위계조직 다른 하나는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역할조직이에요.

위계조직은 우리가 익숙하게 경험해온 피라미드형 구조예요. 지시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보고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죠. 각 단계마다 결재가 필요하고 책임은 윗사람이 지지만 권한은 아랫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군대, 공공기관, 전통적인 대기업의 구조가 대표적이에요. 장점은 명확해요. 급박한 상황에서는 빠르게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책임 소재가 분명해요. 하지만 그만큼 윗사람의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위로 올라가기가 어렵죠.


반면 역할조직은 계급보다 전문성과 기능을 중심으로 운영돼요. ‘누가 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일을 배분하고 의사결정도 그 전문 영역 안에서 이뤄지죠. 예를 들어 캠페인을 준비할 때 팀장이 아니라 디지털 담당자가 메시지를 주도하거나 현장 담당자가 전략을 제시하는 식이에요. 위계 대신 역할이 중심이 되는 구조죠. 이런 방식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서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스타트업이나 IT 기업에서 먼저 자리 잡았지만 최근에는 비영리조직에서도 점점 시도되고 있어요.



조직구조의 그림자


하지만 수십년간 내려온 조직문화를 바꾸는 건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한 기관은 조직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모든 직원을 ‘님’으로 부르기로 했어요. 관장님 대신 ‘○○님’, 과장님 대신 ‘○○님’. 하지만 회의의 발언순서는 여전히 직급 순서대로였고, 결론은 “관장님께 여쭤보고”로 마무리되곤 했어요. 호칭은 달라졌지만 구조는 그대로였던 거죠. 또 다른 기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할 중심 회의’를 도입했어요. 안건별로 가장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리드하는 방식이었죠. 처음엔 신선했지만 젊은 직원들의 의견은 그 자리에서 제안하는 수준이었고 결국 중요한 결정은 회의가 끝난 뒤 팀장선에서 다시 논의됐어요. 겉으로는 역할조직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위계조직의 그림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겁니다.



위계와 역할 사이, 전환의 기술


이런 간극 속에서 실무자들은 종종 혼란을 느껴요. 책임은 내게 있는데 결정권은 위에 있고 효율적으로 하려면 내가 판단해야 하지만 결재를 기다려야 하죠. 일의 성과보다 누가 했느냐가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 구조 속에서 직원들은 점점 말을 아끼게 돼요. 물론 역할조직이 옳고 위계조직이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성급한 변화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거죠.


변화를 가져오기 전에 역할조직의 자율성과 창의성, 위계조직의 통제와 안정성을 모두 가져야야 할 방법은 없을지, 두 조직문화의 단점을 최소화 하면서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없을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거예요.


위계조직은 위기 상황에서 빠른 결정을 내리기 좋고 역할조직은 변화와 학습이 필요한 일상 업무에서 강점을 보여요. 예를 들어 재난 대응 모금처럼 속도와 일관성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한 명의 책임자가 중심을 잡는 위계적 구조가 필요해요. 하지만 캠페인 기획이나 콘텐츠 제작처럼 창의적 사고와 협업이 필요한 일에서는 각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역할조직이 훨씬 효과적이에요. 그렇다면 우리 조직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구조를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죠.


제가 함께 일했던 한 팀은 이 원칙을 잘 활용했어요.

언론 대응처럼 긴급한 사안이 생기면 ‘위계 모드’로 전환해요. 팀장이 단일 창구가 되어 승인과 발송을 책임지고, 모든 정보는 한 채널로 집중되죠. 반대로 캠페인이나 스토리 기획처럼 장기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로 돌아가면 ‘역할 모드’로 바꿔요. 카피는 콘텐츠 담당자가, 예산은 PM이, 파트너 협의는 외부연계 담당자가 주도하고 팀장은 그 과정에서 충돌만 조정해요. 이런 스위치 룰을 미리 합의해두니 구성원들은 언제 어디서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위계조직과 역할조직의 하이브리드 구조를 운영하는 네 가지 원칙


1) 결정권은 책임과 함께 간다 : 최종결정자는 결과 책임도 함께 져야 합니다. ‘결정은 내가 안 했는데 책임은 내 몫’이라는 구조는 팀의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2) 전문성이 우선이다 : 직급이 아니라, ‘이 일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결정을 위임해야 해요.

3) 상황에 따라 구조를 바꾼다 : 긴급(위계)과 일상(역할)의 전환 조건을 미리 정해두면 혼선을 줄일 수 있어요.

4) 정보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 의사결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해요. 닫힌 보고 대신 열린 공유가 신뢰를 만듭니다.


우리 조직의 구조 자가진단 세 가지 질문


1) 지금 이 안건의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인가요?

2) 사람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바로 볼 수 있나요?

3) 결정권자와 결과 책임자는 같은 사람인가요?

이 세 가지 질문만 던져봐도 우리 조직이 위계 중심인지 역할 중심인지 금세 드러나요.


역할조직과 위계조직 무엇이 다를까요?


역할조직 (Role-based) vs 위계조직 (Hierarchical)

1) 핵심 개념

- 역할조직: 기능과 전문성 중심의 유연한 구조

- 위계조직: 상하 위계에 따른 지시·통제 구조

2) 조직 형태

- 역할조직: 수평적, 프로젝트 단위

- 위계조직: 수직적, 직급 중심

3) 의사결정 방식

- 역할조직: 현장 전문가가 빠르게 결정

- 위계조직: 상급자 승인·결재 중심

4) 호칭 문화

- 역할조직: 역할 중심 호칭(○○님, 영어이름 등)

- 위계조직: 직급 중심(대리, 과장, 팀장)

5) 책임 구조

- 역할조직: 결정권과 책임이 일치

- 위계조직: 책임은 위, 실행은 아래

6) 정보 흐름

- 역할조직: 공유·개방형 채널

- 위계조직: 보고 체계 중심

7) 성과 기준

- 역할조직: 결과·협업 기여도 중심

- 위계조직: 지시된 업무의 완수 여부 중심

8) 강점

- 역할조직: 혁신, 학습, 속도, 자율성

- 위계조직: 위기 대응, 통제, 방향성 유지

9) 주의점

- 역할조직: 리더십 부족 시 혼선

- 위계조직: 창의성과 자율성 저해 가능

결국 구조는 일하는 방식을 정리하는 언어입니다. 좋은 팀워크는 신뢰에서 시작되지만, 그 신뢰가 오래 가려면 그릇이 되어주는 구조가 필요해요. 비영리조직의 일은 언제나 변화와 예외 속에서 이루어지죠. 루틴한 일보다 급한일이 더 많고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일도 넘쳐나죠. 하지만 구조가 명확한 팀은 그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요. 누가 위에 있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움직이느냐를 정리하고 합의한 구조 그 구조가 바로 건강한 팀워크의 또 다른 이름이에요.

keyword
이전 13화8-1. 좋은 팀워크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