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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효봉 Jul 04. 2018

아이 여행, 제대로 도와주자 :
이거 어떻게 해요?

아이와 여행을 떠나는 모든 부모들에게

“엄마, 나 오줌 마려워”

“잉? 아까 휴게소에서 화장실 안 갔어?”

“갔어. 근데 또 마려워”

“으이그, 물 많이 마셨구나?”

“몰라, 급해. 빨리 화장실. 빨리.”

(급하게 졸음쉼터 화장실에 들린 후)

“자, 이제 출발하니까 안전띠 매.”

“나 이거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이제부터는 혼자서 해봐. 엄마가 많이 해줬잖아.”

“그냥 좀 해 주지”

“스스로 할 줄 알아야 어른이 되는 거야.”

“이렇게 하는 건가? 엄마 잘 안 꼽혀. 이거 좀 해 봐봐.”

“안 돼. 오늘부터 스스로 하기야.”

“에이. 몰라. 나 안 해. 안 해. 안전띠 답답해.”

“너 빨리 안 해? 위험하단 말이야! 혼난다. 정말?”     



#1 혼자서도 잘한다는 말


어린아이와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일들을 겪습니다. 대소변을 못 가리는 원초적인 경우부터 시작해서 안전띠를 하거나 밥을 먹거나 음료수 하나 마실 때도 신경 써줘야 할 일이 참 많죠. 어떻게 보면 상전이 따로 없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아이를 모시고 다닌다는 표현이 와 닿을 때도 있죠. 부모는 갓난아기 때부터 아이를 보살피다 보니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도 대신해주는 게 익숙합니다. 그런데 다른 집 아이들을 보면 혼자서도 척척 잘 해내요. 신기합니다. 우리 아이만 이상하게 아기처럼 굴지요. 독하게 마음먹고 지금부터 스스로 해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해보지만 그럴수록 아이는 자꾸 떼만 씁니다. 이러다 언제 클지 앞이 깜깜하지요.  


사실 어른들 입장에선 ‘아이가 혼자서도 잘한다. 스스로 한다.’라는 말이 참 좋게 들립니다. 혼자서 잘 해내야 이제 좀 컸구나 싶고 철이 들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지요. 하지만 아이 입장에선 ‘혼자서 해야 한다. 그것도 잘해야 하고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은 무서운 말입니다. 지금껏 부모가 해 준 것들을 갑자기 내가 해야 한다니 이유도 모르겠고 그러고 싶지도 않죠. 부모가 자꾸 그렇게 나오면 서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혼자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면 겁을 먹거나 짜증내며 화를 낼 확률이 높습니다. 



#2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부모교육전문가인 비키 호플의 책 <부모의 5가지 덫>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면 다음 사항을 염두에 둬야 한다.

-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라
- 아이에게 연습하고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라
- 아이가 능숙해지기 전까지는 한두 가지 일만 집중적으로 가르쳐라     


시간을 들여 단계별로 시도해보세요. 

예를 들어 여행 도중 아이의 신발 끈이 풀렸어요. 아이가 신발 끈을 묶어달라고 합니다. 이럴 땐 우선 시범을 보입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신발 끈 묶는 방법을 알려주며 시범을 보이는 거죠. 그다음 혼자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보세요. 분명히 처음엔 잘 안 됩니다. 신발 끈 묶는 게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그러니 같이 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복잡한 걸 쉽게 하는 방법은 과정을 잘게 쪼개는 겁니다. 끈을 잡는다. 교차한다. 당긴다. 매듭을 만든다. 이렇게 쪼개서 하나씩 해 보세요. 어려운 부분은 도와주고 쉬운 부분은 아이에게 맡기면서 같이 하다 보면 약간의 진전이 있을 겁니다.



#3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단계


이때 중요한 건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건데요. 아이가 단번에 신발 끈 묶는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여러 차례 반복해야 가능하니까요. 대신 이번에 이만큼 해냈으니 다음엔 이번보다 한 단계 더 해보자며 격려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성공하고 나면 그다음부턴 혼자 할 수 있도록 계속 기회를 주는 편이 좋습니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지켜봐 주기와 격려인데요. 옆에서 지켜봐 주면 아이는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격려로 아이를 북돋아주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도 키울 수 있죠. 이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됩니다.      


시범 보이기 → 기회 주기 → 같이 해보기 → 기회 주기 → 지켜보기, 격려하기     


이 단계에서 특별히 반복되는 게 있죠? 바로 ‘기회 주기’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많이 생깁니다. 아직 세상살이에 서툰 아이들은 당연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거든요.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 입장에선 이런 시행착오가 달가울 리 없습니다. 되도록 실패하지 않도록 그런 경험을 하지 않도록 원천 봉쇄해버리는 경우도 많아요. 도와주는 게 아니라 아예 대신해주다 보면 당장 마음은 편합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아이를 위한 일인가요? 아이는 도전의 기회를 뺏긴 겁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우지 못하는 거죠. 아이를 대신해주면서 좋은 건 결국 부모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기회를 주세요. 도와준다는 건 마침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겁니다.   



#4 아이는 자기 발견으로 성장한다


저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아이들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합니다.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아이들을 만나면 즐겁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선생님에게 관심이 많거든요. 좌충우돌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또 그만큼 사랑스럽기도 하죠. 아이들은 그 사랑스러움을 무기로 여러 가지 요구를 합니다. 어떤 아이는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하고요. 또 어떤 아이는 음료수 뚜껑을 열어달라고도 합니다. 자기 물건을 들어달라고 하는 아이도 있죠. 귀여운 목소리로 그럴 때마다 저절로 모든 걸 다 들어주고 싶습니다. 해주는 것보다 안 해주는 게 더 힘든 상황도 많죠.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대부분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습관처럼 자기도 모르게 해달라고 하는 아이도 있고, 이건 못하는 거라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들은 자기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은 못하는지 잘 모릅니다. 

분명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데도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이 많은 건 그 때문이죠. 그렇다고 무조건 냉정하게 거절하라는 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일임을 알지만 도와주고 스스로 할 수 있을 거라는 힌트를 보여주며 아이를 일깨우는 과정이 필요해요. 아이가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기 발견’이 가능해야 마침내 성장할 수 있습니다.      


#5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 우린 ‘기회 주기’와 ‘자기 발견’ 이 두 가지를 떠올려야 합니다. 도움의 다음 단계는 기회 주기임을 알아야 하고, 몇 번에 시도 끝에 닿아야 할 목표가 결국 자기 발견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어쩌면 이건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고 부딪치고 확인하면서 우린 성장합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봉쌤의 Tip]

돕는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하는 일이 잘 되도록 거들거나 힘을 보탠다.’는 의미입니다. 우린 이걸 잘 알고 있지만 아이들을 대할 때면 자꾸 마음이 약해집니다. 거들거나 보태는 게 아니라 아예 해줘 버려야 어른 노릇을 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어른이기 때문에 지혜롭게 도와줘야 합니다. 아이도 자라면 자랄수록 해주는 사람보다 도와주는 사람을 더 신뢰합니다. 그런데 똑같은 도움을 줘도 전혀 다른 결과를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바로 ‘적절한 때’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언제 도움을 주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의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다면 도움을 요청했을 때가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도와주면 다 해주는 것과 비슷하고요.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도와주지 않으면 무기력에 빠집니다. 아이도 알아야 합니다. 힘들 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하고, 그렇게 요청했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이 작은 교육이 우리 아이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책

http://aladin.kr/p/xf1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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