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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효봉 Aug 01. 2018

상상하면 다시 떠날 것이다 :
다음에 또 가요!

아이와 여행을 떠나는 모든 부모들에게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현실이다.

- 파블로 피카소 -



“아빠, 우리 집에 가지 말자”

“왜?”

“여행 더 하면 안 돼?”

“정말 재밌었나 보네?”

“응응 조금만 더 있다 가자”

“근데 이제 아빠 일하러 가야 해”

“에이~ 휴가 내면 되잖아”

“하하, 다음에 아빠랑 엄마랑 또 오자”

“잉~ 집에 가기 싫은데~~”

“다음엔 어디 가고 싶어?”

“다음에? 음... 바다 가고 싶어. 바다 가자아~”     


#1 여행의 끝은 아쉬움


여행의 끝은 항상 아쉬움입니다. 여행이 엉망으로 끝나서 곤란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여행이 너무 즐거워서 문제일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아쉬워하면서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쓸 때죠. 이럴 땐 괜히 즐거웠나 싶을 정도로 난감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와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하니까요. 아이는 왜 아쉬울까요? 아쉽다는 말은 뭔가 모자라서 안타깝고 미련이 남는다는 말인데요. 그럼 여행이 뭔가 잘못된 걸까요? 대체로 그건 아닙니다. 아쉬운 건 아이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지 여행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거든요. 이럴 땐 아이의 마음을 알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가끔 아이의 행동을 번역해주는 번역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 마음은 이런 데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아서요. ‘이런 행동을 하면 아이들의 마음은 이런 것이다’라고 바로 번역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아직 그런 건 없으니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아쉬워하는 건 그만큼 이번 여행이 즐겁고 행복했다는 말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끝나는 걸 아쉬워하는 건 당연한 거죠. 우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걸 하면 됩니다. 그거요!   

  


#2 아쉬움을 설렘과 기대감으로


아쉬움을 다음 여행을 위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바꿔주세요. 여행이 끝났다는 건 이번 여행이 마무리되었다는 뜻이지 영원히 끝났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 지금 당장 느끼는 행복을 원하기 때문에 더 아쉬워하는데요. 아이와 함께 다음 여행을 계획해보세요. 계획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어디로 가고 싶은지,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어떨까요? 그런 다음 같이 상상하고 구체화해보세요. 그러면 지금의 행복을 다음 여행과 연결할 수 있게 됩니다.      


앨런 피즈와 바바라 피즈가 쓴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이라는 책에는 이런 실험이 나옵니다. 호주의 심리학자 앨런 리처드슨은 무작위로 선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먼저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는데요. 첫 번째 그룹은 20일 동안 매일 농구 자유투를 연습했고요. 두 번째 그룹은 첫날과 마지막 날만 자유투를 연습했습니다. 세 번째 그룹도 첫날과 마지막 날만 자유투를 연습했지만 매일 20분씩 마음속으로 자유투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합니다. 20일째 되는 날 자유투 성공률을 측정했는데요. 첫 번째 그룹은 24% 실력이 향상되었고 두 번째 그룹은 전혀 향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23%가 향상되었는데요. 거의 첫 번째 그룹과 비슷하게 실력이 향상된 거죠. 리처드슨은 이 실험 결과를 계간 연구지 <리서치 쿼터리>에 발표했습니다. 그 논문에 따르면 이런 상상의 효과는 마음속에서 최대한 생생하게 보고 느낄 때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이와 다음 여행을 상상할 때도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상상해보는 게 좋습니다.   


아이와 이런 상상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너무 현실성을 따질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는 말은 누구라도 듣기 싫어하거든요. 계획은 계획일 뿐이니 일단 상상하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느껴보세요. 특히 어린아이들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을 좋아하니까요. 이걸 놀이로 만들어 즐기면 더 좋습니다. 아빠 한 번, 아이 한 번 그다음 엄마 한 번, 아이 한 번 이렇게 돌아가면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요. 가위, 바위, 보나 묵찌빠 같은 게임을 넣어 순서를 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때로는 진짜 여행을 가는 것처럼 연기해보고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같이 봐도 괜찮고요. 조금 장난스럽더라도 그렇게 하다 보면 다음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3 상상에서 아이가 이끄는 여행으로


그럼, 아이가 다음 여행을 기다릴 때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아이와 함께 조금씩 천천히 계획을 세워보세요. 다음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행을 계획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거든요. 아이가 초등학생쯤 된다면 주도적으로 여행을 이끌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도 있고요. 이렇게 계획을 함께 세운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여행에 참여하게 됩니다. 아이가 스스로 적극 나설 때 ‘아이가 이끄는 여행’을 시작해보세요.      


여러분 혹시 짠내투어라는 TV 프로그램 아시나요? 출연진들이 돌아가면서 여행 설계자가 되어 여행을 이끄는 프로그램인데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최대한 멋진 체험과 관광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까지 먹어본 다음 함께 그 여행을 평가합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도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오늘은 아빠가 다음 날은 엄마가 그다음 날은? 그렇죠. 아이가 이끌어보는 거죠. 적당한 예산을 주고 아이가 여행을 이끌게 하면 분명 처음엔 속이 터집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어른들도 힘들어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조금씩 도와주면서 계속 기회를 주면 언젠가는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물론 이런 여행은 대체로 초등학교 3~4학년부터 시작하면 좋고요. 그 이전에는 조금씩 역할을 맡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여행이 끝나고 아이가 아쉬워한다면 자연스럽게 이번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또 다음 여행을 상상하고 다시 또 떠나고 하면서 조금씩 아이가 이끄는 여행을 향해 나아간다면 분명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4 여행이 남긴 찬란한 유산


아쉬움. 여행이 우리에게 남긴 건 이것뿐인가요? 내 가슴을 두드린 설렘, 손을 흠뻑 적신 긴장감, 몸을 떨게 하는 감동, 마음을 쥐어짜는 두려움, 아무 생각 없는 용기, 현실이 아닌 것처럼 진격해 온 낯섦, 몇 개의 장면과 몇 명의 인물 그리고 어떤 노래로 인화된 추억들. 이 모든 걸 붙잡아 두고 싶지만 이건 행선지가 정해진 기념품처럼 우리 손에 쥐어진 게 아니지요. 설렘, 긴장감, 감동, 두려움, 용기, 낯섦, 추억을 붙잡고 싶다면 ‘달라진 나’를 초대하세요. 여행하며 생각하고 느끼고 배웠던 이 찬란한 유산이 의미 있으려면 변화해야 합니다. 한 번의 여행으로 내 일상을 한 가지만 바꿔놓아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성공입니다. 이렇게 여행에서 배우고 여행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아이와 함께 해보세요. 




작가의 책

http://aladin.kr/p/xf1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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