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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공통점

by 서효봉

눈을 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천장이 보였다. 돔 형태의 천장은 꽤 높았다. 지하실 냄새와 약품 냄새가 났다. 인재는 자신이 어떤 침대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다. 겨우 목만 옆으로 돌릴 수 있을 정도였다. 아니, 이 상황은? 소설가의 마을 지하 벙커에 갇혔을 때와 똑같다. 여기 다시 올 줄이야. 내가 그동안 꿈을 꾼 건가? 아니면 지금 이게 꿈인 건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다른 소설가들이 누워있었다.


인재는 마지막 기억을 떠올려봤다. 분명 소설의 세계에서 나왔는데, 양 교수가 나타났다. 무영이 그의 총에 맞았다. 그리고는 기억이 없다. 그럼, 지금 이 상황은 양 교수의 짓인가? 양 교수가 왜? 그때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인재는 지난 경험을 살려 자는 척 연기했다. 점점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인재씨, 인재씨, 일어나봐요!”


인재가 착하게 눈을 뜨니 선재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그제야 선재가 양 교수와 같이 왔었다는 게 기억났다. 인재는 낚였구나 싶은 마음에 다시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미 늦었다.


“자는 척하지 말고요. 다 봤어요.”

“아하하, 자는 척은 무슨?”

“도와주러 왔어요.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요.”


선재는 인재를 묶고 있던 끈을 풀어주고, 다른 소설가들도 차례로 깨웠다. 인재가 선재에게 물었다.


“선재씨, 우리 왜 여기 갇혀 있는 거죠?”

“자세한 이야기는 나가서 해요. 빨리 나가야 해요. 곧 양 교수가 올지도 몰라요.”


인재는 선재의 말에 서둘러 다른 소설가들을 풀어주었다. 마지막으로 무영도 깨워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밖은 지난번 탈출했을 때처럼 깜깜한 밤이었다. 불빛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선재가 휴대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마을 입구에 은색 승합차 한 대가 나타났다. 다들 야반도주하듯 승합차에 후다닥 올라탔다. 소설가의 서재를 향해 출발했다. 서재에 도착한 소설가들은 선재에게 질문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선재씨, 어떻게 된 거죠?”

“양 교수가 왜 우리한테?”

“선재 씨는 왜 양 교수를?”

“너무한 거 아니에요?”

“우릴 재워서 뭘 한 거죠?”


선재는 질문 공세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동안의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선재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미 오래전에 영래가 선재에게 양 교수라는 사람이 찾아오면 돕는 척하길 부탁했다고 한다. 물론 선재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진짜 양 교수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소설가들이 위험해질 거라는 영래의 말에 돕는 척했다는 것이다. 소설가들은 선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자신들을 지하 벙커에서 구해준 것은 분명하니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인재가 말했다.


“이제 어쩌죠?”


동혁이 휴대폰을 찾으며 말했다.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야죠! 이건 불법 감금에 살인 미수라고요.”

“근데, 경찰에서 믿어줄까요? 소설의 세계에 갔다 왔더니 대뜸 우릴 가뒀다는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무래도 경찰에 이 상황을 설명하긴 어렵겠죠. 미친 사람 취급받을걸요. 내가 경찰이라도 그럴 것 같네요.”


인재가 맞장구치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렇게 갇혀 있었던 상황, 뭔가 너무 똑같은 것이….”


소설가들이 고민을 거듭하는 동안 민정은 무영에게 서재를 보여줬다. 무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까 우리가 타고 온 그 수레도 그렇고 여기 이 책방도 그렇고 뭔가 좀 이상해.”

“이상하다고요? 뭐 가요?”

“아니, 그냥 뭐,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아저씨가 더 이상해요. 다리는 괜찮아요? 총에 맞았는데?”

“아, 나 정도 경지에 닿으면 그깟 부상은 금방 회복되지. 신경 쓰지 마.”

“또 이상한 게 있어요.”

“뭔데?”

“소설 속의 인물이 여기 내 옆에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네요.”

“내가 소설 속 인물이라고?”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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