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은 민정의 말에 꽤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긴 ‘당신은 소설 속 인물입니다.’하고 누군가 이야기하면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건 아무래도 좀 믿기 힘든 이야기가 아닐까? 다음 날, 서재 응접실에 다시 모인 소설가들은 대책 회의를 시작했다. 희경이 제일 먼저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양 교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나요? 우린 8명이나 되는데….”
동혁이 빈정대듯 말했다.
“8명이면 뭐하나? 상대는 총을 든 싸이코라고. 누구 하나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면 이길 순 있겠지. 근데 누가?”
한바탕 전쟁의 기미가 감돌자, 인재가 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제 생각엔, 일단 무영 님을 본래의 세계에 보내드리기도 해야 하고, 주인 영감님도 데려와야 하니 다시 가 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동혁이 놀라며, 말했다.
“다시 간다고요? 어딜? 설마, 소설의 세계?”
그때 무영이 귀신처럼 나타났다.
“내가 그 세계에서 자네들을 도와준 것, 잊지 않았으리라 믿네.”
무영의 한 마디에 다들 입을 닫았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민정이 무영에게 물었다.
“근데, 아저씨는 어쩌다 판타지 소설의 세계에서 무협 소설의 세계로 간 거예요?”
“내가 있던 세계가 소설의 세계라니, 내가 그걸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구만.”
“저희에겐 소설의 세계지만, 그냥 편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사실, 난 오래전 기억은 다 잃어버렸다네. 내가 기억하는 건 엘프의 숲에 쓰러져 있다가 정령왕에게 구조되었던 순간부터라네.”
“아, 그 정령왕이요? 저희도 본 적 있어요.”
어느새 소설가들은 할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 듣는 손주들처럼 무영 앞에 둘러앉아 듣기 시작했다.
“엘프의 숲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나에게 어느 날 그놈이 찾아왔네.”
“그놈?”
“그래. 그 검은 얼굴 속 인물. 그자는 마치 나를 아는 듯했어. 날 보자마자 달려와 이상한 걸 묻더군.”
“이상한 거요?”
“그게 뭐였는지 이제는 기억이 안 나. 워낙 오래된 일이라.”
“그래서요?”
“그자가 얌전히 잠들어 있던 레드 드래곤을 깨워서 엘프의 숲이 쑥대밭이 되고 난리였어.”
“헐”
“그리곤 양 교수라는 그놈이 나타나서는 나를 그대들이 왔던 그 세계로 끌고 왔다네.”
“무협의 세계? 양 교수가 왜 하필?”
“그건 나도 모르네. 그놈을 찾으면 작살을 낸 다음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 꼴이니….”
그때 누군가 서재의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선재였다.
“양 교수가, 양 교수에게 연락이 왔어요!”
양 교수가 선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이런 내용이었다.
‘그냥 조용히 눈 감고 산다면 죽이진 않겠다. 만약, 다시 방해한다면 이번엔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마치 살인자가 보내는 최후통첩 같은 메시지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이내 그 침묵은 깨졌다. 다들 한 마디씩 대거리했다.
“웃기시네! 그냥 갔으면 놔둘까 했는데, 안 되겠네!”
“그래. 바로 잡을 건 바로 잡아야지. 이런 협박 따위를 겁내면 안 되지.”
“도발인가? 재밌겠는데?”
동혁과 준수 그리고 루키가 분기탱천하는 사이 인재는 차를 대기시켰다.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선재에게는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