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턴트 행성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낮도, 밤도 없는 이 행성의 표면엔 늘 유독성 기체가 안개처럼 서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타나 에너지를 추출하기에 적합한 지하 공간 덕분에 수많은 외계 생명체들이 다른 행성에서 이주해 와 지하도시에서 살았다.
미스터 코너 씨는 뮤턴트 행성의 지하도시 크로니클의 과학자였다. 그는 유일한 가족인 동생 코나와 함께 도시 외곽에 살고 있었다. 날마다 코타나 연구소에 출근해 코타나 에너지를 활용한 시공간 이동 기술을 연구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로니클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도시 생명체들이 감염되기 시작하자 크로니클의 지도자들은 감염된 생명체들을 모두 한 구역에 모아 통제하기로 한다.
얼마 후, 미스터 코너 씨의 동생 코나가 전염병에 걸려 통제 구역으로 격리되었다. 코너 씨는 동생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은하계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 코나를 좋아했던 코너 씨의 친구 아몬드 봉봉은 ‘밀리언’이라는 사람을 코너 씨에게 데려왔다.
“코너, 여기는 밀리언, 은하계 최고의 의사지.”
“아, 밀리언씨, 반갑습니다. 미스터 코너라고 합니다.”
“밀리언입니다.”
“제 동생 상태를 좀 봐주시겠습니까?”
“어디 계신가요?”
“통제 구역 G7-2에 있어요.”
통제 구역엔 뮤턴트 관리국의 허가를 받은 의사들만 드나들 수 있었다. 코나의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온 밀리언이 코너와 봉봉에게 말했다.
“코너 씨, 문제가 좀 복잡하군요.”
“네?”
“이건 전염병이 아닙니다.”
“전염병이 아니라뇨?”
“코타나 에너지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생긴 후유증입니다. 통제 구역 안에 모든 사람이 다 그렇습니다.”
“아니, 그런데 왜 전염병이라고”
“그들도 곤란하겠지요.”
“곤란?”
“지하도시 자체가 뮤턴트의 코타나 에너지와 너무 가까워서 이걸 해결하려면 도시 전체가 이주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거짓말을?!”
코너 씨는 화가 나서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도시 생명체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리언은 이 사실이 알려지면 도시 붕괴는 물론이고 행성 전체가 버려질 것이라고 했다. 뮤턴트 행성의 모든 도시가 가장 깊숙한 도시 크로니클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너 씨는 동생을 치료할 방법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크로니클의 코타나 연구소에서 뮤턴트 행성의 코타나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밀리언과 코너는 코타나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 보안 센터를 지나 코어에 접속하고, 암호를 입력하는 순간 코너 씨는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크로니클 24-1이었다. 코타나와 기밀 정보에 손을 댄 혐의로 우주로의 영구 추방이 결정된 상태였다.
추방 1시간 전, 아몬드 봉봉이 크로니클 24-1로 찾아왔다.
“미안하네, 코너. 나 때문에.”
“그게 무슨 말인가?”
“밀리언이란 놈, 가짜였어.”
“뭐?”
“자네가 코타나 연구소에 있다는 걸 알고 접근한 놈이었다고.”
“아니, 자네가 소개해준 의사잖아!”
“알아보니 의사도 아니었어. 완전히 당한 것 같아.”
“그럼, 코나는? 코나 상태는?”
“코나는 걱정하지 마. 그놈이 양심은 있었는지 놈이 다녀간 후로 코나는 괜찮아졌대. 근데 이상한 건.”
“이상한 건?”
“갑자기 통제 구역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다 회복됐다는 거야.”
“뭐? 그게 말이 돼?”
“모르겠어. 아무튼 그래.”
코너 씨는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아몬드 봉봉에게 작은 시계를 건네며 말했다.
“은하계 좌표 추적 장치일세.”
“이건 어떻게?”
“자네만 믿겠네.”
결국 미스터 코너 씨는 뮤턴트 행성으로부터 영구 추방되었다. 캡슐 속에서 은하계를 떠돌던 그를 아몬드 봉봉이 추적 장치로 찾아와 우주선에 실었다. 하지만 뮤턴트 행성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범죄자 신분이라 동생을 만날 수도 연락도 할 수 없었다.
이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고 달아난 그놈을 찾는 것. 그래서 누명을 벗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 그것밖에 없었다. 아몬드 봉봉과 함께 1년 넘게 우주의 온갖 행성들을 돌아다니던 그가 건진 유일한 단서는 이것이었다.
밀리언이라 사칭했던 그놈은 사실 ‘슬리피’라는 놈이고, 유명한 코타나 사냥꾼이라는 것.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