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왜? 그리고 저 남자는?”
“나도 모르겠어. 아무튼 시스템상으로는 코타나를 훔치려 했다는 로그가 남아 있어.”
“그럼, 본부로 보내야겠는데? 둘 다.”
“그래야겠지. 셔틀 좀 보내달라고 연락 좀 해 줘.”
어떤 남자와 여자의 대화 소리에 잠이 깬 해루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미카가 옆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해루는 작은 목소리로
“아저씨, 아저씨!”
“……”
“일어나요, 아저씨!”
“……”
그때 문이 벌컥 열렸고 해루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우르르 들어온 몇 명의 사람들이 침대를 밀어 어딘가로 이동했다. 아마도 그 셔틀이란 걸 타는가 보다. 눈을 감고 있어서 볼 순 없었지만, 뭔가에 올라탔고 어딘가로 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다 또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의자에 앉아 있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미카가 해루에게
“해루, 괜찮아?”
“여기, 어디에요?”
“나도 몰라. 어딘가로 끌려온 것 같은데.”
“끌려와요? 우리 뭐 잘못했어요?”
두 사람의 정면 쪽 벽이 갑자기 유리로 변하더니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커다랗고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아 이쪽을 보고 있는 사람은 백발에 하얀 콧수염을 기른 할아버지였다. 잠시 후 스피커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코타나에 손을 대나니, 간도 크구나!”
“코타나? 그게 뭐죠?”
“모른 척해도 소용없다. 너희 같은 도둑이 어디 한 둘인 줄 아느냐.”
“아니에요. 저흰 도둑 아니라고요.”
해루는 서럽게 항의해 보았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할아버지는 이미 두 사람을 범죄자로 확정하고 있었고, 어떤 처분을 내릴지 고민 중인 것 같았다.
“근데, 하필 어린 애라니…”
할아버지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여자가 말했다.
“시장님, 어린이 보호법 때문에 직접적인 처벌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도 코타나에 손댄 녀석들을 그냥 두면 위원회에서 난리가 날 텐데.”
“24-1로 보내시는 게 어떨까요?”
“음, 그래. 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 밖으로 보내버리면 위원회 녀석들도 별말 없겠지.”
판결이 내려진 것 같았다. 한 시간쯤 뒤 할아버지 옆에 서 있던 그 여자가 나타나 해루와 미카에게 말했다.
“운 좋은 줄 알아. 너희가 왔던 곳으로 보내주는 거니까.”
미카는 의자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이봐요! 난 영국 정부의 보호를 받는 사람이요. 이 소년도 부모를 찾아온 거란 말이오.”
“영국? 새로운 패턴인데?”
“새로운 패턴?”
“불법 여행자들이 주로 하는 거짓말들이 다 비슷한데 이번 건 신선했어.”
“거짓말이 아니라고! 여기가 한국이 맞긴 한 거야? 내 변호사 불러 줘.”
미카가 흥분하자 여자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후 그 둘은 갑자기 다시 잠들었고, 로봇들이 들어와 그들의 의자를 밀며 다른 장소로 데려갔다.
해루가 눈을 떴을 땐 미카가 옆에 누워 있었고, 그 옆으로 문어, 고등어, 수달, 기린처럼 생긴……, 오잉? 묘한 생명체들이 같은 방에 있었다. 꿈을 꾸는 것 같아 다시 잠을 청했지만, 꿈이 아니었다. 옆에 누워 있는 미카를 깨웠다. 깨어난 미카는 해루와 묘한 생명체들을 번갈아 보다가 기절했다.
해루도 기절하고 싶었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문어 머리에 검은 눈 하나 그리고 사람처럼 팔과 다리가 다린 생명체가 해루에게 말했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해루는 한국말 하는 외국인과 만나 여기까지 왔고, 이번엔 한국말 하는 문어와 인사했다. 문어는 아니 미스터 코너 씨는 자신이 뮤턴트 행성에서 왔으며 우주를 여행하다 휴게소인 시리우스에 오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해루는 뮤턴트 행성과 휴게소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미스터 코너 씨는 외계인이고, 여긴 외계인들이 쉬어 가는 휴게소라는 말이다. 해루도 기절했다.
한 시간 후 미카가 깨어났다. 조금 있다 해루도 깨어났다. 문어, 고등어, 수달, 기린처럼 생긴 그들은 생각보다 친절했다. 여기가 지하도시 시리우스이며, 수많은 외계 생명체들이 여기에서 교류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들 덕분에 알게 되었다. 뭐, 믿기지 않는 말이긴 하지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