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제주도에 전해오는 신화에 따르면 삼성혈이라는 곳에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이렇게 세 사람이 땅에서 솟아올랐다고 한다.
이들이 바로 제주의 시조이며 그들이 활을 쏘아 화살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살기 시작하면서 제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시리우스라는 도시의 역사박물관에 기록된 내용으로 자신들의 역사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가 서로 힘을 모아 자손을 퍼뜨리며 평화롭게 살던 어느 날, 삼성혈 주변 하늘에서 수십 개의 별이 한라산 쪽으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
세 사람은 별이 떨어진 백록담에 올랐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는데 소문에 따르면 그들이 거기서 신을 만났고 다시 땅 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땅 밑 세계로 돌아온 그들은 지하 깊숙한 곳에 신의 기술로 도시를 건설했고, 그 도시를 신의 이름을 따서 ‘시리우스’라고 불렀다.
미카는 도시의 거대한 광장 한가운데에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거기엔 각기 다른 자세로 서 있는 세 사람의 동상과 건물 3층 정도 높이의 뾰족한 탑이 하나 보였다. 해루는 탑의 아랫부분 눈높이쯤에 새겨진 이 도시의 역사를 소리 내어 읽고는 미카를 보며 말했다.
“아저씨, 이제 어떡하죠?”
“나도 모르겠어. 해루. 시리우스라는 곳은 처음 듣는데.”
미카와 해루, 제리는 광장 의자에 앉았다. 미카는 계속 스마트폰을 보며 왜 전화가 안 될까를 생각했고, 해루는 제리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배고프지? 배고프다.”
해루의 배고프다는 말을 들은 미카는 일단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도시는 서울과 비슷했지만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거대한 규모에 비해 소음은 크지 않았다. 모든 차들이 무소음으로 달렸고, 거리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아무 건물이든 들어가 보면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광장 옆 큰 빌딩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주 큰 빌딩이었지만, 입구를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1층은 생각보다 훨씬 더 넓은 로비였고, 천장이 없어 하늘이 보였다. 분명히 건물 안에 들어갔는데 다시 밖인 것 같은 이상한 구조다.
사람을 찾아 한참 헤매다 드디어 분수 앞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젊은 여자를 발견했다. 미카가 그 여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혹시 여기 식당이 어디 있을까요?”
“아, 시리우스 시민이 아니시군요.”
“네?”
“여행자는 저기 여행자 센터에 가시면 도움받으실 수 있어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여행자 센터라는 곳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었다. 뭔가 속은 기분이 든 미카는 해루에게 말했다.
“해루,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그 여자분께 다시 물어보고 와야 할 것 같아.”
미카가 나가고 해루는 여행자 센터의 데스크를 둘러봤다. 데스크 앞에 섰더니 갑자기 벽에 커다란 얼굴이 나타나 말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누구세요?”
“저는 여행자들을 돕는 ‘두부’라고 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네, 엄마 아빠를 찾고 있어요.”
“그렇군요.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나요?”
“네?”
“잘 못 들으셨군요.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신 여행자인가요?”
“어느 별이라니, 여기, 지구 아닌가요? 전 지구에 사는데요.”
“여긴 지구죠. 여행자들은 보통 다른 은하에서 오는데 여행자가 아닌가요?”
“그냥 엄마, 아빠 찾다 오게 됐어요. 제주도에서.”
“여행자가 아니라면 도움을 드릴 수 없어요. 혹시 다른 도움이 필요하시면 건물 59층 보안 센터에 가 보시겠어요?”
해루가 네라고 답하자 벽에 문이 나타났다. 엘리베이터였다. 해루는 미카를 기다리고 싶었지만, 제리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바람에 엉겁결에 타게 되었다. 59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열렸다. 보안 센터에도 여행자 센터처럼 사람은 없었다. 해루는 데스크 앞으로 다가갔고, 이번에도 벽에 커다란 얼굴이 나타났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엄마, 아빠를 찾고 있어요.”
“부모님을 잃어버리셨나요?”
“네, 도와주세요.”
“어린이 보호법에 따라 당신을 보호하겠습니다. 60층으로 보내드릴게요.”
얼굴이 사라지고 해루의 발밑에 있던 바닥이 위로 올라가 60층에 닿았다. 이번엔 로봇이 나타나 해루를 맞이했다.
“코타나 시스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보호 대상자를 위한 작업을 시작합니다. 가만히 있어 주세요.”
로봇은 왼쪽 팔에서 주사기를 꺼내 해루에게 다가왔다. 갑자기 주사라니! 말도 안 돼! 해루는 겁을 먹고 제리와 함께 로봇으로부터 도망쳤다. 로봇은 조금 따라오는 듯하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복도를 달리느라 지쳐 숨을 몰아쉬던 해루는 일단 아무 방이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눈에 보이는 방문에 손을 댔다. 그러자 문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열렸고, 이상한 실험실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여긴 또 어디지?”
실험실에도 사람은 없었다. 한가운데에 박물관에서 본 유물처럼 특별히 전시된 주먹만 한 보석이 하나 있었는데 빨간빛이 나서 신비로웠다. 해루는 그 묘한 기운에 이끌려 보석 앞으로 걸어갔고 보석을 살짝 건드려보았다. 그랬더니 요란한 경보음과 다급한 목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렸다.
“경고, 경고. 코타나 시스템에 침입자 발생. 보안 등급 S로 격상.”
깜짝 놀라 제리를 끌어안고 복도를 달리던 해루는 갑자기 목덜미가 따끔해지더니 의식을 잃고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