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일이 밝았다. 새해를 맞아 작년을 회고하고 올해를 다짐하기 위해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지난 2019년 한 해에서 꼽은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나의 2020년을 그려보고자 한다.
이직에 성공했다. 여기서 '성공'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지난 회사에서 힘들었던 많은 부분들이 해소됨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막상 와보니 여기에선 결코 누릴 수 없는 지난 회사의 장점들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 '이직'이 가진 그 이상의 의미는, 생에 처음으로 주어진 상황에 나를 맞춘 것이 아닌, 내 판단에 근거하여 작은 모험을 했다는 점이었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나도 모르게 책임감을 느껴서인지, 예전보다 매사에 더욱 능동적여졌음을 느꼈다. 전 회사에선 1도 신경 쓰지 않던 사소한 것들도 눈여겨보기 시작했는데, 소소하게는 월급명세서에 찍힌 항목 하나하나도 관심 있게 살펴보기 시작했으며, 크게는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계속해서 상기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마구 낼 정도로 애착과 Ownership이 생겼다. 물론 그런 것들이 허용되는 분위기가 갖춰진 회사이기에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내가 내린 선택에 대해 스스로 확인하고 증명하고 싶어서인지 더욱 능동적여졌음을 느꼈다. 긍정적 변화라 생각한다. 나의 마지막 20대는 더욱 열정 넘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이혼할 때의 스트레스와 맞먹는다는 이직 스트레스가 나에게도 없을 리 없다. 아직은 낯선 부분도 많지만, 하루빨리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나만의 영역을 갖추고 서로 의지하고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친구를 만들 거다..ㅠ 아직은 많이 그리운 전 회사 동료들 흑흑
이직을 통해 UX디자이너에서 서비스 기획자가 되었다. 사실 뭐 거의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느끼는 차이점은 과거엔 디자인에도 어느 정도 비중을 뒀다면, 이젠 상위 기획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그렇다 보니 디자인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건 사용자 경험(UX)에 대한 고민은 절대 놓지 않을 거라는 것!
올해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직한 회사가 기존에 B2C를 다루던 회사라 그런지 시장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 같아 인상 깊었는데 이런 훈련도 많이 하고 싶고.. 회사에서 주력하는 인공지능 기술도 많이 다뤄보고 싶다.. 아직은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 많은 나란 주니어ㅋ
작년 이직을 준비하면서 꽤 오랜 기간 동안 나의 핵심역량에 대해 정리했었다. 올해도 1년간 다질 핵심역량을 정리해보며 작년의 그것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봐야겠다.
2019년은 사이드 프로젝트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평생 쓸 일 없을 줄 알았던 명함 한 통이 거의 바닥날 정도였으니 뭐.. 사이드 프로젝트에 그토록 빠졌던 이유는, 새로운 자극을 통해 기존의 것에서 또 다른 영감을 찾을 수 있다는 점과 그렇게 다각도에서 기존의 것을 곱씹어봄으로써 내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당시 회사생활 3년 차의 현타를 극복하게 했던 활력소였다는)
많은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건 기록과 회고의 중요성이다. 무수한 인사이트들을 얻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버린다. 깨달음의 희열을 느낀 그 순간 내 생각과 감정을 잘 기록해두고 몇 번이고 꺼내보며 회상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나와 늘 함께했던 아이패드는 생에 가장 현명한 충동구매였다. 다음번엔 조금 더 가벼운 아이패드 미니를 살까 하는 건 안 비밀^^;
그치만 올해는 새 회사 적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예정이라 적극적인 프로젝트를 할 수 없으니..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 한 달에 한 번 브런치 글쓰기를 실천해보겠다.
나는 한번 일에 몰두하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고 주말 내내 그것만 들여다본다. 하지만 작년 세부와 발리 여행을 다녀오며 의도적으로 일과 분리되었다가 다시 복귀했을 때의 맑은 머리 상태와 솟구치는 일에 대한 의욕을 잊을 수가 없다. 강제 휴가는 좋은 것. 1년에 한 번 장기(최소 4박 5일) 해외여행을 가겠다!
작년 가장 큰 극복은 물 공포증이었다. 세부에서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캐녀닝을 하며 수도 없이 물에 빠졌고, 발리에서도 수십 번 물에 빠지며 서핑을 했다. 여전히 수영은 못하지만, 수면 아래 새로운 세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무서움을 극복하고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것 너머의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멋진 것을 무섭다고 지난 28년간 피해왔다니 바보..
지난 회사에서 상대 팀 상사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혼났던 사건이 있었다. 그 일은 꽤 오랜 기간 트라우마처럼 남아, 상사와의 회의자리에서 혼자 괜히 더 긴장하고 쫄보가 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회의 자리에서 발언을 하는 게 두려워졌고 딱딱하고 무서운 회의는 의도적으로 피해버렸다. 올해는 이 두려움을 제대로 극복해보려 한다. 1차 목표는 어떤 회의에서든 한 번 이상 발언하기, 2차 목표는 예전에 혼났던 그런 상사와 같은 사람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남 눈치 너무 보지 말고, 상대방이 날 이렇게 생각할 거야 의식하지 말고, 그냥 덤덤하게 내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겠다.
1월 1일이 지나버려 후다닥 마무리..
쓰고 보니 전부 일, 일, 일이지만, 아직 이직 한 달 차라 어쩔 수 없나 보다. 2020년은 조금 더 단단한 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지. 화이팅!
(2021년 1월 1일에 다시 읽을 거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