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노애락 08화

일노애락/ 완벽하지 않아도 꾸준히

by 차이

작년 휴직 기간 동안 다양한 책과 영상을 접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시간관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업무에 몰두하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한 달, 또 일 년이 쏜살같이 지나가 있었다. 하지만 일에서 잠시 벗어나보니 하루에 정말 많은 시간이 나에게 주어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시간 관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나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홍보 업무의 특성상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잦고, 타 부서와의 조율도 필수적이다 보니 하루 일과는 늘 급한 일 중심으로 흘러갔다. 일터를 벗어나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역할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부로서 엄마로서 해야 하는 일들이 남아 있었고, 그렇게 하루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잠드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작년에 시간관리를 체계적으로 시도해 보면서 이 모든 것이 결국 '핑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대한 나만의 기준과 정의, 우선순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갖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어디인지, 그것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에 따라 시간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


글로 쓰고 말로 하면 참 쉬운 이야기인데 현실에 적용하는 건 그리 간단하지 않다. 휴직 기간 동안에는 비교적 우선순위를 잘 지킬 수 있었고, 그래서 시간 관리에 자신감도 생겼다. 회사로 복귀하면 예전과는 다른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복직 후 정신없이 밀려드는 업무 속에서 다시금 시간의 주도권을 잃었다.


일에 대한 오너십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임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우선순위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책임을 먼저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바보처럼 살지 말자,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자' 수없이 다짐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어쨌든 돌아보면 복직 이후 시간 관리는 분명 실패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현명하게 나아가기 위해 다시 나만의 시간 루틴을 붙잡아 보려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금세 포기했겠지만 지금은 안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저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그러니 지금, 나를 위한 결정적 한 걸음을 내디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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