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 오로나민씨 님의 이야기
*이 글은 오로나민씨 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가공한 글입니다.
힘듦에도 완벽을 놓기 어려운 당신에게 오로나민씨 님의 인터뷰를 추천합니다.
취업 준비생
요즘의 나를 소개하는 단어는 ‘취업준비생’이다. 스물여덟 살엔 직장 생활 3~4년 차, 승진에 대해 고민하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난 아직 나를 취업준비생으로 소개한다. ‘좀 더 명확한 기준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왔으면 성과가 더 많았을 텐데.’ ‘경제적 활동에 대해 좀 더 일찍 고민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종종 스치기도 한다.
다양한 관심사, 다양한 경험, 흘러온 삶
하지만 동시에 이런 태도에서 얻는 유연함도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도 하고 있다. 명확한 기준과 목표를 향해 살아오지는 않았어도 난 그동안 내 다양한 관심사를 실현하며 살아왔다. 창작도 해보고, 문화 기획도 해보고, 회계 재무도 공부해 보면서 내 관심사를 직접 경험해 왔다. 다양한 관심사와 그 관심들이 만들어낸 경험들이 나를 지금 이곳으로 흘려보냈고, 난 흘러온 이곳에서 내 다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제는 브랜드 마케터나 광고 기획 쪽에서 커리어 입지를 다지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생겼고, 지금은 또 그곳을 향해 걸어가면 된다.
주변 친구들은 나에게
주변 친구들은 나에게 “넌 해온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참 많은데 스스로에 대한 가치 평가를 너무 낮게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해준다. 완벽주의 기질 때문에 스스로 만족할 줄을 몰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나 이런 일 하는 사람이야”라고 이름처럼 소개할 수 있는 직업이 없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중요해
내가 그리는 미래의 행복한 삶은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하고,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 먹으면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어떻게 보면 소박한 삶이다. 사람에게 영감을 많이 받고 성장한 경험이 있기에 앞으로도 새로운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과거의 인연이든 새로운 인연이든 가리지 않고 만났다, 헤어졌다, 하며 살고 싶다.
내 인생 터닝포인트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독립출판물 이야기 작가로 참여했던 거다. 난 ‘하고 싶은 것’이 중요한 사람인데 당시엔 하고 싶은 것들을 해도 되는지 몰랐었다. 25살, 이야기 작가에 참여하는 것을 기점으로 해야만 하는 과제들에서 해방돼서 하고 싶은 것들을 위주로 살아가니 삶이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내 욕망과 직감을 따라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난 꿈이나 소설 같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 같은 것들에 잘 반응해왔는데, 그동안 이런 내가 이상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이야기 작업을 하며 만난 사람들은 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었고 그곳에선 내가 오히려 현실적인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작업을 하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날 수 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 비슷한 동료를 만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 인생의 선택은 게임처럼 이 길을 갈지, 저 길을 갈지 선택하는 문제지, 정답인 길은 없단 것. 내 삶의 태도를 바꾼 터닝 포인트였다.
쉼
난 매일 치열하게 전쟁처럼 살아왔는데, 이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사실 우리는 각자 유전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타고난 기질이 다르다. 그렇게 다른데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경쟁하며 사는 것이 내겐 이상하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우리에겐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 쉼, 나른함, 멍 때리는 시간도 내겐 나를 들여다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성취감, 지침, 외로움
이번 해 내 감정의 키워드는 성취감, 지침, 외로움이다.
성취감. 난 만족을 모르는 성격이기 때문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하려 한다. 요즘은 TO DO MATE라는 어플로 정말 작은 할 일이라도 체크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지침. 아무래도 내 목적을 성취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으니까 사실 요즘은 좀 지쳤다. 옛날에는 ‘나 왜 이렇게 지쳤나, 힘내자.’라고 생각했다면 요즘은 그냥 ‘지쳤다. 나 지쳤구나.’라고 생각한다.
외로움. 요즘 독립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년 전 독립을 했는데 자매처럼 함께 살던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독립하니 나의 온몸이 떼어져 나간 기분을 느끼고 있다. 외롭다는 감정을 여실히 느끼며 ‘이게 홀로서기를 하는 어른으로 가는 과정이구나’ 하고 있다. 다만 외로움을 오래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 이제는 함께 있을 때도 독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다람쥐도 쳇바퀴에서 벗어나 도토리를 먹을 수 있다
다람쥐도 쳇바퀴에서 벗어나 도토리를 먹을 수 있다는 걸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람쥐는 쳇바퀴가 세상 전부인 줄 알고 달린다. 하지만 사실 그 쳇바퀴에서 딱 벗어나기만 하면 도토리를 스스로 먹으러 갈 수도 있는 거다. 판에 박힌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냥 바로 딱 놓고 거기서 나올 수 있는 건, 자신의 선택이지 누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쳇바퀴 돌고 있을 땐 그게 안 보이니까 다른 선택을 못 할 수 있는데 거기만 벗어나면 되는 거다. 내 인생의 모든 건 내가 다 선택할 수 있는 거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특히 나처럼 완벽함을 덜어내는 과정이 필요한 사람들은 가끔 쳇바퀴에서 벗어나 보자. 생각보다 별거 아닐지도?
오로나민씨 님의 인터뷰를 마치고
“내 인생 내 거고, 내 선택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이번 인터뷰는 내 삶의 주체가 나란 걸 되새길 기회였다. 책이나 강의 같은 데에서 들었으면 당연한 소리라며 흘러들었을 이야기이지만, 가감 없이 자기 생각을 전하는 오로나민씨님을 직접 마주하고 그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진심이 느껴졌다. 완벽주의 기질을 갖고 있다는 오로나민씨 님의 성향과는 상반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난 어쩐지 인터뷰를 하고 나니 인생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아무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니라, 내 인생은 그냥 내가 만들면 그만이다는 생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