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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두세술 Dec 11. 2023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발전하고 싶은 당신에게

다큐멘터리 업계 종사자에서 개발자로, 유치원 님의 이야기

*이 글은 유치원 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가공한 글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발전하고 싶은 당신에게 유치원 님의 인터뷰를 추천합니다.

안녕 난 유치원이야!

나를 소개할 때 전형적인 자기소개를 벗어나 상대방에게 인상을 남기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이름과 결부된 학창시절 유치원이라는 별명이 있기 때문에 유치원이라고 소개한다. 작고 까불어서 유치원 이미지랑도 잘 맞는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효과적이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인상을 남긴 후에는 추가로 MBTI로 나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편이다. 나는 ENTP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런 나의 MBTI를 보고선 의아해할 때가 많다. ‘너는 왜 J(계획성향_판단형)가 아니야?’ 이런 말은 약속과 시간에 대해 다른 P(자율성향_인식형)보다는 예민하다 보니 그런 말을 많이 듣는 것 같다. 또 여행할 때, 일할 때도 어느 정도는 계획을 짜놓는다. 심지어 우리 가족들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나의 성향을 J 같은 P로 정리하겠다.

 

베를린, 내 야망의 도시

나는 28살의 모습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런 부분에서는 나의 P성향이 여실 없이 드러난다. 하지만 20대 후반, 30대로 범위로 넓여 보자면 나는 처음부터 외국에 나가서 일하는 것이 목표였고 아직도 이 목표는 유효하다. 그래서 20대 후반 시기인 지금은 경력을 쌓는 것에 집중하고 30대 초반에는 외국에 나가 일하는 것에 도전할 예정이다. 정확히 말해서는 독일의 베를린.


 칙칙한 날씨마저도 멋있게 느껴졌던 그 베를린이다. 베를린은 이질적이면서도 상반된 것이 서로 잘 어울리는 도시다. 나는 나의 멋진 삶을 이 멋진 도시에서 보내고 싶다는 야망이 있다.

 

매력적인 태권도

요즘은 상대방을 만나는 것이 이전처럼 쉽지 않을 때들이 많다. 상황적으로 말이다. 취업을 준비하고 일로 바쁘고. 하지만 나는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게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꾸준히 운동하는 것을 목표로 태권도를 하고 있다. 그전에는 육상도 했고, 복싱도 했지만 무언가 꾸준히 운동한 경험은 없다. 그래서 ‘내가 이전부터 하고 싶어했던 운동 종목, 태권도를 이참에 하자!’라는 결심이 서게 되었다. 내 몸을 보호하고 호신하는 측면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태권도라는 종목 자체가 멋있다는 생각을 그동안 해왔던 것 같다. 단을 따는 것과 같이 명확한 목표가 있다는 점 또한 나에게는 매력적이다. 더불어 단을 따기 전에도 계속 띠 색깔이 바뀌는 ‘작은 성공’을 계속 성취한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태권도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시적인 성과

이전에 나는 다큐멘터리 업계에 종사했는데, 기획부터 번역까지 넓은 범위의 전반적인 일을 담당했었다. 업계 특성상 긴 호흡으로 모든 것이 움직였다. 여러 사람을 촬영하는 것, 자료들을 모으는 것,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일. 이 모든 것에 정말 많은 절대적인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이런 방식이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걸 느낀 후 나는 전직했다. 이와는 반대로 짧은 호흡으로 성과와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론트엔드 개발 직군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이 분야는 컴퓨터 언어를 사람이 인식하기 편하도록 표현하는 영역이다.

UX(이용자 경험) 설계와도 관련이 있다. 꼼꼼함이 중요한 영역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영역이기 때문에 피드백도 그만큼 빠르다. 지금 당장은 틀에 짜인 것을 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나의 예술성을 살리며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것들을 개발하고 싶다.

 

공존하는 상반된 감정

커리어 자체에 대해 ‘확실하다’라는 느낌은 아직 없다. 하지만 동시에, 본인이 하는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나 역시도 이걸 발판으로 독일에서 일하는 것이 목적이라 더 그런 감정이 더 드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황 자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방황을 겪을만한 시기임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또 이런 감정을 나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안다. 이런 단계를 거치니 오히려 확신이 들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한 데이터가 많다. 나 자신을 좋아할 때도, 나 자신을 자책할 때도 명백한 근거가 있다. 상황이 마냥 밝지만은 않을 때에도 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잘 파악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 자신을 항상 관찰자로 보았다. 변화가 크지 않은 사람인 만큼 조그마한 변화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그러한 방식이 불확실 속에서도 확신을 찾을 수 있었던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방황의 시기를 겪어도 이마저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나의 큰 장점이다. 그렇다 보니 불확실의 감정을 확신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과정이 내 삶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내 마음 상태를 아니 자연스럽게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고 오래된 친구가 보고 싶고, 그리운 감정이 든다.

 

인상을 남기는 사람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언제나 감사한 일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인상을 남기는 사람이구나.’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 올해 2022년은 나에게 정말 특별한 한 해였는데,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때마침 나를 찾는 연락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운인지는 모르겠다.

이 말을 남기며 동시에 공허한 감정도 분명 있다. 지금 우리의 또래들, 20대 후반의 사람들은 정말 치열하게 살고 있고 방황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자의 일로 바쁘다 보니 이전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친구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항상 연락은 ‘해야지, 해야지’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하지 못하고 시간은 불쑥 지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이왕 연락하는 거, 이왕 보는 거 조금 더 괜찮은 모습으로 만나길 원해서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궁금한 친구들의 소식. 그래서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먼저 연락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 모두 다 같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 부딪히는 난관도 같고 이를 해결하는 시기도 비슷하다면 서로 찾는 시간이 비슷할 수 있겠지만 어느 한 쪽이 그렇지 못하다면 계속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이제서야 삶의 안정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잃어버렸던 것들을 되찾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올해에는 상황 때문에 연락하지 못했던 두 명의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해보려 한다. 특히 연락하고 싶은 친구 중 하나는 공휴일인 내 생일을 처음으로 챙겨준 친구인 만큼 나에게는 의미가 깊은 친구다. 성향만큼은 아주 다른 친구지만 나에게는 정말 인상 깊은 친구고 다시 만나면 누구보다 반가울 것 같다. 남은 연말까지는 특별한 일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인터뷰 후 유치원 님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

유치원님의 인터뷰를 마치고

“삶을 온전히 끌어안다”

각자의 삶은 모두 다른 형태를 띠지만, 불안한 시기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막상 닥쳤을 때에는 이러한 불행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 같고, 그 불안을 있는 그대로 보기란 쉽지 않다. 나의 경우, 불안함이 찾아오면 ‘왜 불안하지?’ ‘뭐가 잘못된 거지?’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불안을 회피하려 했다. 


하지만 유치원님의 인터뷰를 하면서 불안과 방황을 마주하는 법을 배웠다. 불안과 방황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자세. 그것은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지금의 방황이 언제까지나 방황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치원님의 인터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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