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나침반을 조립하여 걷기 시작한, ESFJ 님의 이야기
*이 글은 ESFJ 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가공한 글입니다.
나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당신에게 ESFJ 님의 인터뷰를 추천합니다.
내 길의 시작
내 길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떠난 유학 경험에서 시작된다. 여유로운 환경은 아니었지만, 교육열 높으신 부모님의 권유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유학 중이던 오빠의 영향이 컸다. 그렇게 미국에서 1년 동안 학교에 다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학 시절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나 미국 학비가 조정되고, 집안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렇게 나의 의지와 다르게 급히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정규 과정에서 이탈했다는 불안감이 컸다. 미국에 남아있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알아봤지만 결국 한국에 돌아가야 했고, 한국 학년제에서는 벗어나 복학을 한다면 유급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의 난 미국과 한국 그 어디에서도 소속되지 못한 채 궤도에서 벗어난 것 같았고, 이런 상황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부모님이 하라는 걸 열심히 했던 아이
부모님께서 보내주셔서 간 유학. 주어진 상황들에 최선을 다했는데 원치 않는 귀국을 해야 하는 것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감히 누굴 탓할 수도 없었던 상황에 홀로 마음의 방황을 했다.
방황 끝에 8개월간 검정고시를 준비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얻었지만 수능을 볼 자신은 없었고, 어학특기자 입시를 준비했지만 첫 해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다음 해, 토익만 어림잡아 13번 이상을 봤을 만큼 많은 노력을 한 끝에 대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귀국 후부터 검정고시, 재수를 거친 대학입학까지의 과정은 내 인생의 밑바닥이었던 것 같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과정은 불안했고 난 많이 지쳐있었다.
인생의 길을 고민하기 시작한 때
나의 진로 고민은 대학 전공을 선택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시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무엇을 잘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고 모든 의욕이 사라진 상태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성실하게 살던 사람이니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천직을 만나면 행복할 것 같았고, 천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만족한다' 싶을 만한 일을 만나고 싶었다.
한참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던 때, 아버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영어교육학과를 추천해 주셨다. 진취적인 아버지는 미래를 그려 나가지 않는 딸을 이해하지 못하셨고 그로 인해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결국 그 권유는 나에게 좋은 조언이 되었다. 난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좋아했고 영어교육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나를 알게 된 시간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나면 교원자격증이 발급된다. 그래서 그저 자연스레 ‘나는 선생님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왔다. 대학교 3학년때까지 막연히 그리 생각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 진로를 다시 한번 고민했고 학교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은 내 성향상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깊게 생각하고 내린 결단은 아니었지만, 사기업 취업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싶었다. 그 이후 비영리 단체, 빵집, 서빙,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들까지 가르치는 영어 학원 등 그때그때 오는 기회를 잡아가며 다양한 종류의 일 경험을 쌓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나
1. 나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잘 맞고, 그것을 즐긴다.
2. 기분 전환이 잘 되는 사람이다.
3. 스트레스를 안 받지는 않지만, 해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감정 처리를 잘하는 편이다.
4. 난 나만의 시간이 확보되어야 행복한 사람이다.
5. 관계 지향적인 사람이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일에 시너지가 난다
그렇게 새로운 목표
난 여러 경험을 통해 느낀 점과 인생 선배들의 조언을 종합해, HRD(인적자원개발업무)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사실 이것이 나의 천직이라는 확신은 없다. 하지만 20대를 보내며 '어떤 길을 선택해도 100% 만족함이 없다는 것'과 '모든 일에는 희로애락이 있다는 것'을 체감했고, 나의 성향과 맞고 전공 분야도 활용할 수 있는 HRD 분야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직무는 정했으니 산업 분야는 조금 더 열어놓고 나에게 가장 좋은 안을 선택하려 하고 있다.
슬픔, 행복, 복잡함
올해 내 감정의 키워드는 슬픔, 행복, 복잡함이다.
슬픔. 난 지금 HRD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슬픔’의 감정을 많이 느꼈다. 준비했던 입사 서류들이 다 떨어지면서 잘 버텨오던 불안감의 댐이 무너졌다. 동갑내기 친구들은 하나둘 직장인이 되는 걸 보면 나는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더 나아가 직업을 갖는 것이 기본적인 과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하니 삶의 기본 뼈대를 이루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무력감과 슬픔이 나의 기저에 깔려 있었다. 주변 지인들은 “취업은 운이다”, “마지막까지 하는 버티는 사람이 되는 거야”라는 응원을 해주었지만, 난 정규직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차근차근 쌓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인턴 생활을 결정했고, 인턴 기간 동안 회사도 경험하고 루틴에 맞춰 생활하면서 슬픔이 많이 걷히고 있다.
행복. 인턴 생활 직전까지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 건지, 회사 생활이 재밌고 활력을 느낀다. 회사 내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게 많아서 지금 상황이 만족스럽다. 회사뿐 아니라 관계 속에서 느끼는 행복도 크다. 친구들과의 안정적인 관계, 연인과의 연애에서도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
복잡함. 인터뷰하는 시점에서 한 달 남짓 후에는 인턴 기간이 종료된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이 있다. 그 고민의 끝에 후회가 없었으면 싶어 마음이 더 복잡한 것 같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면 결과를 잘 받아들이는 편인데,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열심히 다시 취업 준비를 해보려 한다. 어쩌면 복잡함이란 감정은 평생 풀어가야 하는 감정 같기도 하다. 그래서 복잡한 감정이 들 때면 최대한 멀~~~리 내다보려 노력한다.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는 것들도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본다. 또 ‘나의 상황에만 몰두하지 않고, 주변을 살피며 다들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사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넓게 내다보고 있다. 필요하다면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조언을 구하며 나만의 방법을 찾아 나가는 과정 중에 있는 듯하다.
ESFJ 님의 인터뷰를 마치고
“복잡한 마음과 함께 살아가기”
알면 알수록 나를 참 모르겠다는 고민에 복잡할 때, ESFJ 님과 인연이 닿아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기억에 남는 두 가지가 있다. ESFJ님이 과거의 선택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더 명확하게 알아간다는 것과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방향성을 스스로 믿어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ESFJ 님이 복잡한 감정을 대하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 ‘복잡함’ 감정을 해결하기보다는 함께 다스리며 살아가기 위한 혜안에 멋지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