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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Sep 08. 2018

앙코르와트 일출과 캄보디아 여행자들

앙코르와트 둘째 날, 그랜드 투어, 프레 룹 일몰, 프레야 칸, 타솜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캄보디아 2일 차 



아침 일찍 시작이다.

원래 스마이는 5시면 된다고 했으나 나는 4시 50분을 이야기했고, 데스크에서는'비'가  4시 30에는 가야 한다고 우겨서 온 앙코르 와트 일출이다. 

어둠을 뚫고 시원한 바람에 그들의 삶의 냄새가 함께 실려 가는 새벽, 아니 야밤의 산책은 신선한 열대과일 같다. 정문에 내려진 다음 어둠 속으로 뚝뚝 기사 '스마이'를 보내는데 '스마이'가 가는 사람을 붙잡아 나랑 같이 가라고 이야기해준다. 

가다 그 친구와 인사하니 뭄바이에 사는 인도인 '로칫'이다. 

인도인 일부가 건너와 '크메르인'이 되어 앙코르 문명을 만든 것에 엄청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나도 '앙코르와트'의 뚜껑을 열기 전에 그저 조상의 유적으로 먹고사는 약소국 민족이라 생각했으나 점점 이쪽 캄보디아인에 대한 마음속 존경심 게이지가 올라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사실 인도 유적에서도 태국 유적에서도 볼 수 있는 미의 기준과 수준을 뛰어넘었다. 

어둠 속에서 5시에 오픈한 앙코르 왓트 내부로 들어가 제일 좋은 자리를 잡은 다음 동이 틀 느낌이 올 때쯤 먹과 종이를 펼쳐 그리기 시작한다. 

공간을 넓혀서 두장에 이어 그리는데 검은 실루엣의 왼쪽 편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그 무엇은 앙코르가 힘겹게 토해내는 붉은 알 같았다. 

붓은 쉬지 않고 움직여 내가 느낀 인상을 그려내고 사람들은 해를 집중해  보다가 해가 색을 하얗게 바꾸자 조금씩 흩어져 버린다.




다 그리고 사진 찍고 정신 차려 움직이려니 속이 별로다. 

화장실을 찾는데 앙코르 와트 직원이 북쪽 화장실을 가르쳐줘 가는데 25센트 유로다. 

우리나라처럼 절 화장실이라 그런가 보다. 급한 맘에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건너편 남쪽 더 깨끗한  화장실은 무료다. 어제 들이킨 우유가 잘못인지 속에서 천둥이 끊이질 않는다. 

이 컨디션으로 그릴 수 있을까 하다가 먼저 '성소'로 찾아가니 줄 서는 사람도 없어 관람하기 편하다. 

둘러보다가 스케치북을 펴고 힘겹게 그리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아까 지나가다 본 귀여운 일본인이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말에 오케이하고 사진을 받기로 한다. 

안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간단히 뇌물로 가볍게 얼굴을 그려준다. 이름이 '유키'라는데 기다리는 친구와 태국에서 만나 기까지 같이 다닌단다. 

혼자 여행하다 맘 맞는 누군가와 하는 여행도 정말 좋다. 

부담이 없어 서로에게 이해와 여유를 넉넉히 배려한다. 

화장실이 급해 사진을 받기 위한 이메일을 적어준다. 여행은 새로운 친구 만들기에 최고다. 안내하는 지킴이가 15분만 보고 내려가라고 소리친다. 마저 정리하고 내려가서 물어물어 오른쪽 편 화장실을 간다. 





다시 돌아와  '앙코르와트 부조'를 보기 위해 1층 시작점으로 가니 한국인 가이드분이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하신다. 앙코르와트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돌며 유머와 진심을 섞어 이야기해주신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앙코르와트를 시멘트로 보수해 시멘트 독에 훼손된 조각들은 안타까움만 더 느끼게 한다. 마치 우리나라 경주의 '석굴암'을 해체한 후 조립하지 못해 시멘트로 덮어버린 일제 식민지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더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첫 번째는 전쟁에 대한 기록이다. 전쟁을 통해 지배자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그것을 문자가 아닌 조각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 조각의 섬세함과 해학성과 다양한 아름다움이 장인이 그저 돈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라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조각한 모습이다. 

1000년 전 중국과의 교류나 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까지 읽을 수 있는 이 보물들은 인류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유산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 


전쟁 이야기가 끝나면 지옥과 중간계 그리고 천국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이다. 

대중을 두려움으로 교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천국은 그저 존재할 뿐  지옥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혀를 뽑아 늘이기도 하고 배를 가르기도 하면서 지옥에 대한 묘사가 리얼하다. 

정확하게 반까지 듣고 기다리는 스마이가 생각나 끊고 입구로 나간다. 

다음에 나머지를 꼭 들어야지 생각하면서....




오늘 다음의 여정은 앙코르 톰의  "바푸온"이다. 

'코끼리 테라스'를 비롯해 손님을 접대하던 '문둥왕의 상'까지 유적이 넓게 흩어져 있은 곳이다. 

마치 경주 유적지를 걷듯 태양이 연둣빛 잎들을 투과시키며 유적들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해준다. 

밥을 먹을까 고민하다 관광지 식사가 현지 식사보다 비싼 이유가 뚝뚝 기사 식사가 포함되었단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억지로 자리를 잡고 '똠양꿍'을 먹는다. 

캄보디아 음식이 유명한 게 없어 자꾸 태국 음식을 시키지만 오늘 '똠양꿍' 맛은 시원 달달 시큼 짭조름 여행 와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다.  


"앙코르 톰 북문"을 통해 "프레야 칸"에 간다. 

프레야 칸은 '신성한 칼'이란 뜻이란다.

원래는 11세기에 만들어진 힌두 사원인데 '승리의 힘'이란 의미의 '자야스리'가 이름이었는데 자야바르만 7세가 아버지를 위한 사원으로 증축했단다. 

어머니를 위한 사원인"타프롬"보다 더 남성적으로 느껴진다.

입구 중 신하들이 왕래하던 서쪽 문은 점점 들어올수록 작아지게 만들었다. 

















잠깐 이동해서 도착한 "네악포안"은 병원 같은 곳인데 자야바르만 7세가 즉위한 후 102개의 병원을 만들었는데 그중 보관이 잘된 곳이 여기 "네악포안"이란다. 

중앙에 성소를 기준으로 오른쪽 연못은 '말'이 왼쪽은 '사람'이 바로 앞은 '코끼리'가 건너 작은 못은 '사자'가 치유하던 못이란다.


 "타솜"은 사원 끝에 있는 나무와 신전의 모습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동화 같은 곳이다. 

이 절은 자야바르만 7세가 참파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아버지를 위해 최초로 지은 절이란다. 


멀리 드넓은 평야와도 같은 논이 이어진다. 

'스마이' 말로는 인구의 80프로가 농사를 짓는데 그중 물이 많지 않은 곳에는 길게 생긴 쌀인 '안남미'를 짓는단다. 

'안남미'는 3개월이면 자라고 우리가 먹는 찰진 쌀은 5개월 걸린단다. 

쌀국수는 다 안남미로 만든단다.  


"동메본"은 라젠드라 바르만 2세가 동 바라이(저수지)를 만들었던 곳인데 지금은 다 말라 버렸고 피라미드형의 아름다운 사원이 반길 뿐이다. 

동메본을 지나 "프레 룹"에서 선셋을 본다. 

'육신의 그림자'란 의미의 사원은 왕실 화장터로 추정한단다. 

많은 유럽, 아메리카, 동양 사람들이 평원과 사원이 어우러진 해가 넘어가는 광경을 보며 차분한 시간을 보낸다. 

하루를 정리하며 바라보는 석양에 어울리는 바람이 달다. 

어두워진 길을 달려 숙소에 도착하니 피곤이 몰려온다. 

하루 종일 화장실을 스무 번 넘게 다녀온 것 같다. 

몸이 너무 힘들어 일찍 잠을 청한다.    



2018.08.31

https://brunch.co.kr/@2691999/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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