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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Sep 28. 2018

울릉도 촛대바위 일출과 성인봉 숨겨진 비경

성인수, 신령수, 메밀밭, 산채비빔밥, 나리분지, 냥꼬네게스트하우스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일어나!!" 


아침에 일찍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니 창밖으로 해가 빼꼼히  올라온다. 

일출을 보라는 어택 캠프 사장님의 배려에 엉망인 상태로 카메라만 들고 부둣가로 달려간다. 

잠깐 보였다가 다시 구름으로 들어갔단다. 

구름이 마치 초에 불을 붙일 때 생기는 연기 같아 불만 붙어주길 간절히 바라며 촛대바위 일출을 기다린다. 

중형 카메라를 들고 나오신 몇몇 작가분들은 이미 좋은 자리를 선점,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린다. 

부지런한 어벤저스 한분이 이미 해가 빼꼼 나온 사진을 찍고, 여유로운 포즈로 구경하기에 부러움을 솔직히 토로한다. 

그때 구름 사이 잠시 몇 초간 나온 해를 찍는다. 

오늘같이 밀당을 하는 일출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어제 얻은 고급 정보로 '풍미당 제과'에서 '호박빵', '엉겅퀴 빵', '먹물빵'을 사 가지고 나오는데 그 빵을 또 사러 온 어벤저스 한 분을 뵙는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맛인가 보다. 

산을 가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아서 어벤저스분들과 인사하고 뜨거운 물과 여장을 챙긴다. 

'엉겅퀴 빵'을 개시해 씹으며 저동에서 도동으로 이동하다 '대원사'로 오르는 길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급경사의 구불구불 임도다. 

한참을 오르다 임도가 끝 나갈 때 즈음 천혜의 요새 도동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전망 지점에 다다른다. 

가방을 내려놓고 시원한 물을 한모 금하고 도무지 그냥 갈 수 없어서 물감과 종이를 꺼낸다. 

도무지 그리지 않고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비경이다. 










오르는 길은 오솔길 같은 산길이다. 

비가 왔었는지 아니면 항상 습한 지 지렁이도 많고 흙에 물기가 많아 쾌적하다. 

어느 지점부터는 고비의 천국인 듯 지천이 고비 세상이다. 

길을 걷다 빨간 열매들이 땅에 떨어져 있는 걸 보고 내려오는 어르신께 여쭤뵈니 '마가목'이란 열매로 신경통에 좋다고 술에 담가먹는단다. 거의 울릉도에서만 나는 열매로 기념품이 된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저씨와 나는 이미 열매를 모으고 있다. 

아저씨는 손 빠르게 모으셨는지 먼저 인사하고 내려가시고 나는 조금 더 모으고 있는데 모녀분들 오르다 열매에 대해 물어본다. 아저씨가 이야기하신 대로 전해드리고, 먼저 보내드리고 조금 더 모으다 다시 산을 오른다. 정상을 1킬로 정도 남겼을 때 좌우 길이 나눠지는데 거리가 단축되지만 경사가 심한 좌측 길을 초이스 한다.  

올라가다 보니 아까 봤던 모녀가 쉬고 있다. 

어머니 되시는 분께서 '도동'을 잠시 일본이 살았던 일이 있어 악착같이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거란다. 

일본의 입장이 그렇다면 고구려 시대 우리가 중국의 시안까지 우리 땅의 흔적이 있으므로 지금 중국은 반이 우리나라겠네 하고 우길 수 있단 말인가? 

각설하고 모녀와 함께 '성인봉'을 오른다. '성인봉'은 생각보단 높고 싱그런 산이었다. 

'정상석'에 다다르자 기쁜 마음에 먼저 도착한 세명의 팀 사진도 찍어드리고, 모녀의 사진도 찍어드리고, 정상에 오른 기분을 만끽한다. 

그런데 무언가 답답한 기분에 사방을 둘러보니 전망이 막혔단 사실을 알아낸다. 

그때 정상 너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이야기해주길 1분 정도 내려가면 시원한 전망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타박타박 넘어가니 갑자기 눈이 개안한 듯 시원하고 고대적 병풍 같은 산이 첩첩이 펼쳐져 있다. 

여기까지 와서 이 풍광을 보지 못하면 이불 킥이 아니라 더 심한 후회를 할 수 있으니 제발 꼭 성인봉 전망대에 들리길 추천한다.







정상에서 사진 찍다 만난 세분의 즐거운 분들과 하산을 같이 한다. 

조금 내려오자마자 약수터 '성인수'가 있어 같이 커피를 마시고, 바나나를 받고 마지막 보물 같은 '호박빵'을 나누어 먹는다.

'성인수'는 물맛도 좋지만 주변에 푸른 아름다운 풍광이 피곤함을 잊게 한다.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하산길은 처음엔 '정리를 잘 해놓았구나'에서 '계단이 끝이 없구나'란 생각으로 바뀐다. 경사가 급한 63 빌딩을 내려가는 기분이랄까?  

'나라 분지'와 '알봉'과 '송곳산'이 기묘하게 보이는 전망대에서 깊은숨을 토해낸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국적인 풍광이 또 있을까?  

조그만 더 내려가면  '신령수' 약수를 기점으로 '섬쑥부쟁이 (부지깽이나물)'에 핀 꽃을 바라보며 평지길로 바뀐다. 

내려가는 길은 '나리분지' 쪽과 중간에 있는 '알봉'을 넘거나 돌아 '용출수'로 나가는 길 두 가지 가 있는데 어벤저스 한분으로부터 받은 정보로 '중요 민속자료 투막집 257호'를 끼고 왼쪽으로 꺾어지면 환상적인 메밀밭이 나온단다. 

그 정보가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자 다시 흥분되기 시작한다. 

같이 하산한 즐거운 세분을 먼저 보내드리고, 메밀밭에 털썩 앉아 반짝이는 은빛 메밀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뒤로 보이는 구불구불 산들은 신들의 산처럼 그 메밀밭을 보호하고 있는 것 같다. 



















데크길을 따라가다 '깃대봉'과의 갈림길에서 그대로 '알봉'방향으로 직진한다. 

상징적인 '나리분지'가 보고 싶어 조금 속도 내서 달리는데 '알봉'을 올라가면 더 빠른데 '알봉 둘레길'로 돌아가니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20분쯤 달렸나? 

걷기 편한 길로 꺾어지고 천천히 걸어 '나리분지'에 도달한다. 

분지를 둘러보니 산들로 둘러싸인 여느 마을과도 같다. 

'울릉도'에 있는 유일한 평지라니 상징적 의미로 둘러보는 게 좋겠다. 

사실 나리분지로 온 이유 중 하나는 '산채비빔밥' 때문이기도 하다. 

입구에 있는 '캠핑 식당'에서 깔끔한 나물들로 만들어진 맛있는 보약 같은 밥을 반찬까지 싹 비우고 어두워진 임도길을 따라 '추산마을'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에 '영추산 성불사'는 마치 마이산처럼 두 봉우리가 봉긋 솟아 있고 그 앞에 마애불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내려가는 길에 있는 카페는 분위기가 좋으나 시간이 늦어 서둘러 내려간다. 

현포로 가는 버스는 바로 떠난 것 같고, 바닷길을 걸어 50분 정도 '현포'로 가는 길을 걷는다. 

바닷바람도 세고 길에 차도 드문 드문이지만 무섭다기보다 아늑한 느낌이다.  

바다에 잠을 자는 듯 '코끼리 바위'를 보며 '평리' 마을을 지나 잘 왔다고 인사하는 '얼굴바위'에 인사하고  '현포'에 도착한다.  

'냥꼬네 게스트하우스'에 도달하니 마을에서 제일 활기찬 듯 온기가 그득하다. 

그 따뜻한 온기 속으로 어두운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작은 파티 속에 함께한다.  







201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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