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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13. 2020

병원을 추억하며, 충정아파트 지나 딜쿠샤와 안산 자락길

경희궁자이, 홍난파 가옥, 월암 근린공원, 권률도원수 집터, 동양화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충정아파트, 경희궁자이, 홍난파 가옥, 월암 근린공원, 딜쿠샤, 권률도원수집터, 대성아파트(1971년), 북까페, 백암 약수터, 안산 봉수대, 안산 자락길




비가 그치고, 아직 빨래를 짜기 전처럼 우중충한 하늘이지만 공기는 녹색 생명력을  담고 있어 상쾌하고 싱그럽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던 근대 역사 공간 중 하나인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충정 아파트'로 발걸음을 옮긴다. 

충정로역 9 출구로 나오니 바로 정면에 보이는 청록색 5층 건물이 일제 기록에 의하면 1932년 등기로는 1937년 만들어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충정 아파트' 다. 

거의 백 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이지만 개개인의 소유권이 있는 개인 재산들이기도 하다. 조용히 바라보고 다음 유적지인 '딜쿠샤'로 이동한다. 


서대문구는 어렸을 적 병원 신세를 지던때, 나를 처음 병원에 오랜 시간 머무르게 했던 '적십자병원' 이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단독이었던 것 같은데 뒤에 높은 건물도 세웠고, 뒤쪽에 '삼성병원'도 이웃하게 되었다. 

그때 내 주사를 처음 실습으로 놓으며 10여 차례 팔목을 벌집으로 만들며 얼굴이 빨개지던 하얀 통굽의 예쁜 간호사 누나를 떠올린다. 

그때는 왜 이렇게 나이 많은 누나라 생각했을까....

기껏 세네 살 많았을 아니 어쩌면 동갑이었을 수도 있던 그 간호사 누나의 하얀 통굽 신발의 밑바닥은 왜 적십자 병원의 문양처럼 빨간색일까? 쓸데없는 생각에 집중하게 하던 병원의 시간이었다. 

그 병원을 추억하며....


다시 발길을 옮겨 딜쿠샤로 이동한다. 

몇 년 전까지 허름한 2,3층 건물이 즐비하던 대로변 상가들은 이제 대단지 아파트의 브랜드 힘과 경희궁이라는 궁의 이미지를 얹혀서 '경희궁 자이'라는 아파트 단지로 태어나고 이제는 강북의 힘센 아파트 반열에 오른다. 

그 단지를 지나 '홍난파 가옥'에 머무른다. 

홍난파 집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아름다운 꽃과 담쟁이넝쿨로 치장되어있다. 

그의 집을 기억할 만큼 그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 한가운데 있었구나 싶으니 외관만 남은 껍데기 집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 

뒤쪽 골목을 돌아다니다 성곽길과 근접함을 보고 지나가는데 성 구멍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고양이 두 마리가 사이좋아 보인다. 

형제와 남매는 아닌 듯하고 사이좋은 시간들 보내길 바란다. 






다시 돌아서 '딜쿠샤'로 가는 길에 다다르니 커다란 은행나무가 눈길을 잡는다. 

은행나무의 잎은 아직 연둣빛으로 반짝이고, 수령을 보니 문헌상으로도 500년 가까이 되었다. 

그 옆집이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권율 도원수의 집터였단다. 

'딜쿠샤'가 어디 있을까 두리번거리니 공사장으로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집이 딜쿠샤 복원을 위한 공사 중이란다. 

부디 일제시대를 지난 근대 자산으로 남아 과거를 잊지 않는 증거가 되길 바란다.

'사직터널'을 지나 1971년 지어졌다는 '대성아파트'를 건너보고 '옥바라지 골목'을 지난다. 

일제시대 서대무형무소에서 고문당하고 갇혀 계셨던 애국지사들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건너 독립문에서 '영천시장'을 지나 '안산 자락길'을 찾는다. 






'안산' 은 '백련산' '봉산' 과도 연결되는 '인왕산' 근처의 아름다운 산이다. 

둘레로 '안산 자락길'이 데크로 한 바퀴 연결되어 있어 운동화만 신고도 깊은 휴양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아주 귀한 산이다. 

데크길을 걸으며 연둣빛 녹색 초여름을 만끽하다 북까페가 있는 곳에서 봉수대 정상으로 오른다.

돌계단을 지나 '백암 약수터'를 지나 목을 축이고, 정상에 오르기 10분 전 기암괴석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5년 전 스케치를 했던 그곳이다. 

점점 안개에 사라져 가는 그 바위 덩어리들을 종이에 붓으로 잡아넣는다.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 날씨 탓인지 핸드폰 배터리도 수명을 다한다. 

이제 내려가야 할 때인 것 같다. 


산은 어두워지고 도시는 불은 하나둘 밝아진다.  










20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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