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 핑계로 집에 있어도 서울시장 선거 유세로 시끄럽다.
오늘은 조금 쉬고 싶었는데 엉덩이를 떠미는 저 연설 소리가 거슬린단 것은 내가 정치와 무관하단 이야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여서 듣기 힘들다.
현관문을 여니 앞 북한산은 어젯밤 비를 충분히 주어서 노란 꽃산이 되었다.
그 아름다운 꽃산 길의 봄비 내리는 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그 속으로 들어가면 꽃만 보일 것 같아 현관문을 열고 그 자리에서 그냥 스케치북을 편다.
우리 집 앞마당이 이리 아름다운 꽃동산 일지 몰랐다.
비가 그치고 평소에 어디가 나올까 궁금했던 '신계 아파트' 옆 산길을 오른다.
오늘 그린 그림의 왼쪽 봉우리 길이다.
그쪽으로 오르니 야생 개떼들이 지나간다.
위협적인 게 아니라 대형견부터 소형견까지 네 마리가 바람처럼 지나가더니 잠시 후 동네 똥개 같은 귀여운 녀석 한 마리가 딴짓하다 형들을 놓쳤는지 뒤늦게 지나간다.
이 녀석은 사람에게 해코지를 당한 기억이 있는지 내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지나간다.
가볍게 인사하고 오르니 삼거리가 나타난다.
'북한산 둘레길 7코스 옛성길' 능선에 오른 듯하다.
능선에서 삼십 분 거리에 '장군봉'도 위치해 있다. 장군봉 방향으로 나가다 '북한산 자락길'에 합류한다.
주변에 꽃들이 정말 아름답다.
'개나리'와 '진달래' 뿐 아니라 '제비꽃' '개복숭아 꽃' 등 꽃은 이미 만개했고 녹음이 뒤따라오고 있다.
봄이 비에 젖어 촉촉하고 싱그럽다.
이 길은 여러 번 걸었어도 계절마다 다른 길처럼 느껴진다.
테니스장에서 꺾어 '자락길 전망대'에 멈춰 숨을 돌리니 비가 씻어낸 깨끗한 전망에 안개가 풍경을 신비롭게 만든다.
아까 봤던 그 강아지 녀석이 까치와 놀다 전망대 바위에서 풍광을 즐긴다.
지체할 수 없어 쉬엄쉬엄 걸어 내려오니 이쪽이 양지바른 곳인지 노란색 초록색이 더 짙다.
동네 아주머님들이 무언가 채취하고 계셔 여쭤보니 '홑 나물' 이란다.
조금 지나니 노란색 개나리가 환상적이다.
마치 온 세상이 다 노란 듯 6살 어린이가 노란색 크레파스로 세상을 다 칠한 듯 즐거운 노란색이다.
그 길 따라 내려가니 '옥천암' 이 나온다.
바위의 부처님은 안녕하신 듯하고 '홍제천'의 수량이 늘어 물기운이 세차다.
전부터 알고 싶었던 홍제천 발원지를 알고 싶어 천천히 '홍제천'을 거슬러 오른다.
'홍제천' 은 '한강'부터 여기 '세검정'까지 걷는 길이 잘 연결되어 있으나 '세검정'에서 징검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끊어진다.
그 징검다리를 건너다 신발이 다 젖는다.
한쪽 편으로 오솔길처럼 나 있는 길을 따라가다 '부암동'에 접어든 듯하다.
길은 정리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야생동물인 '청둥오리'가 알도 까놓고 풍광도 더 계곡스런 풍모를 지닌다.
다시 정비되어 있는 길을 보니 여긴 '종로구'로 구가 달라진 것 같다.
'서대문구'와 '종로구'의 이견 차이인지 몰라도 길의 장단점이 산재해 있다.
종로구 쪽 그 길은 연결되어 있다 '화정박물관'에서 끊어진다.
주변을 헤매며 땅 밑으로 흐르는 '홍제천'의 방향을 찾다 찻길 건너편에 홍제천의 일부가 보인다.
'서울예고' 근처다.
방향을 잡아 움직이니 '평창동 제주 면장' 옆으로 다시 길이 나 있는데 시골스런 길이 오히려 더 정감 있다.
개발만이 다는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물 따라 오르니 왼쪽으로 '롯데캐슬 아파트'가 있고, '옥수 산장'이라는 주택 옆에서 또 끊어진다.
아니 이곳으로부턴 산으로 오르는데 본류가 아니라 지류처럼 보인다.
다시 큰길로 나와 찾다 보니 '평창동'으로 올라가 다시 본류를 찾는데 전에 와봤던 '카페 피아노'까지 오른다. 세차게 흐르는'평창 계곡' 계곡물을 보니 이쪽이 본류겠다 싶다.
형제봉 들머리 입구로 걷다 그 형제봉 밑 작은 계곡도 '홍제천'의 본류겠다 싶다.
결국 '홍제천'은 북한산 '평창 계곡' 계곡물이었구나 싶으니 궁금함이 풀린다.
어려운 문제를 푼 달콤함을 가지고 다시 내려간다.
물 따라가다 '부암동'에서 지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백사실계곡'으로 오른다. 집들 사이에 운치 있게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계곡은 지류지만 비 온 뒤라 물이 힘차다.
백사실까지 얼마 되지 않은 거리라 쉬엄쉬엄 오르는데 밤이어서 오히려 더 운치 있다.
'홍제천의 본류와 지류'를 찾고 보니 내가 항상 보는 이 물이 흐르는 근원을 알게 되어 한결 맘이 개운하다.
그래서 다들 자신의 삶의 근원을 찾는 걸까 싶기도 하다.
'홍제천'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다시 비가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