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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집 앞을 나서기 전부터 여행이다.
가는 길에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다.
평소에 출퇴근에는 그냥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었을 뿐인데 내가 여행이라고 마인드를 장착하는 순간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꽃과 동물들이 여행이 된다.
잘 가다가 갑자기 웅크리는 사람, 달달한 대화를 나누는 연인, 창문 좀 닫으라고 명령하듯 이야기하는 할머니, 파주 공단에 일하러 온 아랍계 분들까지 모두가 여행이다.
774번 버스를 타고 도착지인 '신산5리 정류장'에 내리니 비가 내린다.
속도 좋지 않다.
가까운 곳에서 해결한 후 달라진 여유로운 맘으로 길을 걷는다.
아까는 그냥 길이었는데 마음의 안정을 찾고 보니 꽃밭길이다.
논에 물을 대고 있어 흙이 촉촉하다.
고속도로 다리 밑에는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이 주말을 맞아 쉬고 있다.
베트남어로 서로 무어라 하는데 베트남어에 익숙하지 않아 알아들을 순 없다.
그들이 여기 있으니 몇 년 전 다녀온 베트남에 와 있는 기분이다.
비가 그치고 하늘에 구름이 묵직하게 멋있어 사진을 찍으며 둑길을 걷는다. '분수천'에서 도내리 들판을 바라보며 걷는다.
어느 시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가니 나타나는 '문산천,
'부곡교'에서 '문산천'과 꿈틀대는 봄 풍경을 스케치북에 담아본다.
마을을 지나며 여전히 꽃이 아름답다.
딸기도 꽃이 달콤하게 피었다.
마을을 지나니 숲이 조금씩 파헤쳐지고 베어진 게 보인다.
파주 부곡 간 고속도로를 건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숲이 베어지고 있다.
편의성 관점에서 부분 베어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지만 마음이 아프다.
출판 물류단지를 지난다.
출판 관련 회사들의 창고 같은 곳 같다.
중간중간 젖소들을 사육하는 곳들이 보여 흥미롭다. 조심스레 그들의 모습을 찍어본다.
넓은 길을 따라 내려가니 '파주시청'이 나오고 그 옆길로 따라 올라가니 '파주 삼거리'가 나온다.
'파주시장'이 있는 번화가다.
와본 적이 있는 '파주초등학교' 앞길을 따라 올라 '파주향교'에 도착한다.
여전히 닫혀 있지만 경기옛길을 처음 알려준 고마운 곳이다.
스탬프를 찍고 '봉서산'으로 오른다.
왔던 곳이라 오히려 길이 짧게 느껴진다.
숲의 녹음이 아름답고 흙길의 편안함이 안정감을 준다. '봉서산'은 대나무의 열매를 먹고산다는 상상의 새 '봉황'이 산다는 산인데 숲을 자꾸 깎아 먹어서인지 '봉황'은 없고 모기가 잔뜩 사는 건 슬픈 사실이지만 정상에서 멀어질수록 모기는 조금씩 적어진다.
산에서 내려와 '중에교'에서 꺾어 '독서둑길'을 걷는다.
그 길은 조용한 길었다가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삶의 흔적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낮은 집들과 높은 집들 그 공간 사이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빛들과 사람들의 생활 소리들...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둑방길이 끝날 때쯤 '선유 삼거리'에서 다음 길을 본다.
이곳부터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겠구나 싶으니 기대감이 차오르면서 한편으론 의주길의 마지막이란 생각에 아쉽다.
조금 걸어 나오니 '선유 시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버스를 탈까 하다가 시장이 궁금해 다음 정류장까지 걷는다.
'주공아파트'에서 11-1 버스를 타고 '문산역'까지 이동한다.
밤에 보니 '문산'이 꽤 번화해 보인다.
서울로 가는 열차를 탄다.
'문산'이라는 이 공간은 내가 아는 한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이다.
의주길의 마지막 길이 정말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