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곡: 소란 <리코타 치즈 샐러드>
혹시 민트초코 좋아하세요? 하와이안 피자는요? 그렇다면 생굴과 홍어, 닭발과 곱창은 어떤가요?
지난 일기에서 밥에 낫토와 날달걀을 올리고, 미소된장국에 가지를 넣는 모습을 보고 눈치채셨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흔히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는 식자재나 요리를 대부분 잘 먹어요. 위에서 언급한 음식은 당연히 ‘호’이고, 피단과 취두부, 선지, 번데기, 두리안도 없어서 못 먹는답니다.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고수도, 제게는 향긋한 나물일 뿐이에요. 고수에서 화장실이나 비누 냄새를 감지하는 분들은 특정 성분을 감지하는 유전자를 가졌다는 뜻이라면서요. 저는 해당 사항이 없는지, 초등학생 시절 중국에서 만둣국에 들어간 고수를 처음 맛보고 바로 사랑에 빠졌답니다.
누군가와 중국이나 베트남 음식을 먹으러 가면, 고수 취향을 확인하는 편이 좋죠. 사실,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과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함께 식탁에 앉아도 큰 문제는 없어요. 각자 주문한 요리에 고수를 넣거나 빼달라고 요청하면 되고, 만약 여럿이 나눠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면 고수를 따로 담아 달라고 하면 되겠죠. 이런 취향의 차이는 딱히 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상호보완이 되는 취향 차이도 있지요. 퍽퍽 살을 좋아하는 사람과 부드러운 살을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살면, 뼈 있는 치킨을 먹을 때마다 얼마나 평화로울까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과 차라리 설거지가 편한 사람, 혹은 정리 정돈이 중요한 사람과 바닥의 먼지 유무가 중요한 사람도, 각자 신경 쓰이는 일을 하면 돼요.
그런데 이런 취향, 혹은 라이프스타일의 차이는 어떨까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시작해 볼까요. 룸메이트라면 편할 수도 있겠지만, 한 방 한 침대를 공유하기란 쉽지 않겠죠. 극단적이지만 자린고비와 욜로족이 공동 경제를 꾸려나가기도 어려울 테고요.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비혼주의자, 혹은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과 딩크로 살고 싶은 사람도 어느 한쪽이 신념을 꺾어야만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다 맞는 사람은 없고, 살아가면서 성향이나 가치관은 바뀌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서로에게 맞추고 싶게 만드는 힘이 사랑이겠지요. 단순히 누군가와 함께 하기 위해 꿈을 포기하거나, 원하는 삶을 부정했던 경험이 제게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사랑이 사라지면 그 모든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고 마니, 관계 속에서 중심 잡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다시 음식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저는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식자재나 음식은 있어도 못 먹는 건 없어서, 메뉴 선정은 일행에게 맞추는 편인데요, 만약 누군가 저로 인해 그전에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음식의 맛을 알게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고수라든가…
저는 고수를 그대로 요리에 올려 먹기도 하지만, 오이, 양파와 함께 가볍게 겉절이처럼 무쳐 먹기도 해요. 국수나 고기에 잘 어울리는데, 오늘은 간편하게 봉지 라면으로 할게요. 라면 레시피는 포장지 뒷면에 잘 적혀 있으니 생략합니다. 저는 삼양라면과 진라면 순한 맛을 선호하지만, 일본 마트에서 신라면을 파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재료: 고수 1, 양파 1/2, 오이 1
양념: 고춧가루 1T, 식초 2T, 설탕 1T, 간장 1.5T, 깨 약간(마늘과 액젓도 추가하고 싶었지만, 아직 재료를 마련하지 못했어요.)
1. 고수 한 단의 질긴 뿌리를 제거한 뒤,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양파와 오이를 채 썬다.
3. 1과 2를 섞어 양념에 무쳐 주면 완성.
오늘의 추천곡은 소란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예요. 연애를 시작하고 새로운 미식 세계가 펼쳐졌다는 가사가 귀엽지요.
내가 너를 만나고 신세계가
새로운 날 발견해
리코타 치즈 샐러드
버터 갈릭 브레드, 쉬림프 파스타
너 없이도 좋았을까
그런데 저는, 비가 오면 가사에 앞부분에 나오는 설렁탕과 감자전이 더 당길 것 같네요. 디저트도 누룽지와 캔커피로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