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곡: 커피소년 <장가 갈 수 있을까>
생일이 지나 만 서른넷이 되었습니다. 중년이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청년 축에 끼기에도 머쓱한 나이예요. 함께 사회생활을 하며 동등한 성인으로 대하던 사람이, 알고 보면 저보다 한참 어려서 혼자 놀랄 때도 많고요.
방을 구하면서 만난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님도 그랬어요. 관심 있는 물건을 직접 보러 가는 일을 일본에서는 내견, 혹은 ‘나이켄内見’이라고 부르는데, 중개사님과 온종일 나이켄을 다니다 보니 사담도 나누게 됐지요. 일본에서 보기 드문 체격이셔서 운동하셨냐고 물었더니, 오랫동안 야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성인이 되어서도 경호원이나 클럽 가드 등으로 활동하다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겨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고, 취직을 했다고 해요. 아내와 아이 사진이 스마트 워치 배경화면인 그의 나이는, 놀랍게도 스물셋이었어요.
“와,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도 30대 초반이시네요. 아빠가 젊어서 아이가 나중에 좋아하겠어요!“
“그러기를 바라야죠. 운동회 때 학부모 달리기는 조금 기대하고 있어요.“
아이가 화제에 오르니, 일할 때보다 눈을 빛내며 수다스러워지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어요. 동시에 나는 스물셋에 뭐 했나 싶더라고요. 음, 중개사님이 아빠가 되어 떠난 클럽에서 술이나 마시고 있었겠죠?
당장 다음 달에 제가 기적적으로 임신한다 해도, 아이가 태어나면 저는 서른다섯이군요. 요즘에는 마흔 넘어 첫 아이를 안는 산모도 많다지만, 한평생 운동을 멀리한 제 몸으로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해요.
솔직히 20대에 결혼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서른 즈음부터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서서히 강해졌어요. 배우자가 원하지 않으니,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지만요. 결혼할 때 확고한 의지가 없었던 저의 잘못이라면 잘못인데, 지난 일기를 읽으셨다면 아시겠지만, 익숙한 패턴이죠.
결혼과 출산이 인생의 정답이나 사랑의 증표는 아니지만, 살면서 감히 사랑이라 부를 만큼 깊고 오랜 관계를 맺은 단 두 사람이 저와의 통상적인 ‘다음’을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제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일까요.
길을 걷다, 엄마와 꼭 닮은 아이가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내게도 저런 아이가 태어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 준다면, 목숨을 걸어 봐도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저의 상황을 냉정하게 따져보면 원망만 들을 가능성이 더 커 보여 이내 단념하고 말아요.
몇 달 전, 대학 시절 은인과도 같은, 지금은 중국에 사는 언니 오빠 부부가 도쿄에 놀러 왔어요. 아들 둘을 낳고 더 아름다워진 언니와 자연스레 식전 기도를 올리는 오빠, 어느새 훌쩍 자라 나와 대화가 통하는 조카들을 보며, 저는 제가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눈앞에서 목도하는 애틋함에 조금은 울고 싶어 졌어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온 언니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걷지 않은 길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워하잖아요.
커피소년의 <장가갈 수 있을까>라는 노래가 있어요.
누굴 만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야 남들처럼 그렇게 장가 갈 수 있을까
저는 그저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임을, 너무 늦게 알았나 봐요.
요리 소개가 늦었네요. 오늘의 요리는 오야코돈입니다. 부모와 자식, 여기서는 닭과 달걀을 뜻하는 ‘오야코親子’와 ‘돈부리丼’를 합친 말이에요. 누가 지었는지 참 짓궂은 이름이지만, 맛은 좋아요. 이런 비극적인 작명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저는, 역시 엄마가 되기엔 글렀나 봐요.
재료: 닭다리살 200g, 양파 1/2개, 파 1/3단, 밥 1 공기, 식용유 1T, 혼다시 1t, 간장 2T, 설탕 1T, 미림 1T, 물 1컵
1. 양파를 채 썰고, 닭다리살과 파는 취향에 따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닭다리살은 소금과 후추로 밑간를 하고, 달걀은 따로 풀어 둔다.
3.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닭다리살과 양파, 파를 순서대로 넣어 굽는다.
4. 양파가 투명해지면, 혼다시, 간장, 설탕, 미림, 물을 붓고 중불에서 끓인다.
5. 닭고기가 익으면, 달걀물을 붓고 불을 줄인다.
6. 달걀을 원하는 만큼 익혀 밥에 5를 부어 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