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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Jan 26. 2024

운동와 숙면의 인과관계, 장어 오차즈케

추천곡: 김현창 <아침만 남겨두고>

잔뜩 화가 나 있던 편도선이 평정심을 되찾으면서, 이제 감기는 제 몸에 미련 같은 기침만 남기고 사라지는 중입니다. 눈치 없는 기침이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아 불편하지만, 이 또한 머지않아 자진 소멸하겠지요.


어쩌면 사랑처럼 흔한, 별다른 인사도 없이 왔다가 가는 감기. 하필이면 희망에 차 있던 연초에 찾아와 새해 다짐을 엉망으로 만든 것이 분할뿐입니다. 덕분에 운동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쳤지만요. 그래서 이번 주 월요일에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답니다.


그동안 저는 피트니스센터에, 요가원에 참 좋은 회원이었어요. 1년 동안 매달 1만 엔 가까운 요금을 꼬박꼬박 납부하면서 한 달에 한 번 가지 않을 때도 많았으니까요.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으면 쏟아부은 너무 아까우니, ‘언제든지 운동할 수 있다는 마음의 안정을 주는 비용’을 냈다 칠게요.


시간 약속 어기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니, 1:1 레슨을 예약하면 기어서라도 갈 텐데, 헬스든 필라테스든 요가든, 1:1 레슨은 작고 소중한 제 월급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더라고요. 이왕이면 킥복싱 같은 호신술을 배워볼까 싶기도 했지만, 주변에 마땅한 시설이 없고, 돈이 들지 않는 러닝을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요.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감기 기운이 가시자 마자 발견한 곳이 ‘커브스’였답니다(광고 아님).


여성 전용 시설인데, 전신 근육을 골고루 자극하는 기구 운동과 제자리에서 걷는 유산소 운동을 30초씩 번갈아 하며 30분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스트레칭을 하면 하루치 프로그램이 끝납니다. 1:1 레슨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회원들이 잘 따라오는지 봐주는 코치님도 상주하고요. 한 번 체험을 하러 갔는데, 제가 칭찬에 약한 걸 어떻게 알고 자세가 너무 좋다며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 주시더라고요. 첫 6회는 예약 후 방문해야 해서 이번 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다녀왔어요. 월요일에는 뿌듯함에 집에 돌아와 혼자 테킬라 반 병을 마시는 실수를 범했지만, 덕분에 테킬라가 얼마나 무서운 술인지 알게 되었답니다. 수요일에는 건전하게 운동 후에 반신욕까지 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숙면 효과조 있더라고요(그러고 보니 테킬라를 마시고도 푹 자긴 했네요).


운동 초보인 제게 무리가 없는 강도에 친근한 분위기, 그리고 적당한 코칭도 있으니, 운동이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히 해 보려고요. 아쉬운 점은, 한 기구에 머무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원하는 분위에 충분한 자극을 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운동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피트니스로 옮겨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들어요(그래서 이번에는 1년 단위가 아닌, 월별 결제를 선택했답니다).


니체가 말하고 켈리 클락슨이 복창했죠.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연초에 심한 감기를 앓은 탓에 일 년 내내 더 건강해질 자신을 기대하며, 오늘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했습니다. 감기에 걸린 동안 냉장고를 채우지 못해 달걀도, 쪽파도 없어 만들지 못했지만, 장어 일부를 달걀말이에 넣어 반찬 삼아 먹고, 오차즈케에는 쪽파를 올리면 더 좋아요.


재료: 밥 1인분, 양념 장어 1/2마리, 니가타니엔 오차즈케 1 봉지, 와사비 적당량

1. 양념된 장어를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프라이팬에 굽는다.
2. 장어를 한입 크기로 썰어 밥 위에 올린다.
3. 오차즈케 내용물을 2에 올리고, 와사비를 취향껏 올려 준다.
4. 마지막으로 뜨거운 물 200ml를 부어 주면 완성.



숙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즘 빠져 있는 목소리를 소개할게요. 잠이 안 오거나 새벽에 이유 없이 깨는 밤, 가수 김현창 님의 <아침만 남겨주고> 가사가 위로가 되더라고요. 마음에 드신다면, <오후>도 들어 보세요..


네가 되어서 가라앉는 맘
밤새 대신 울어주고
볕이 드는 아침만
남겨주고 싶어요

네가 되어서 아무도 없는
밤을 대신 새어주고
볕이 드는 아침만
남겨주고 싶어요


수면유도제나 수면제, 술보다 운동과 반신욕이라는 처방을 따르며 앞으로 밤을 잘 보내볼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오늘 편히 잠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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