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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Feb 09. 2024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일, 소고기 트러플 짜파게티

추천곡: 짙은 <백야>

다사다난한 한 주였습니다. 전골을 먹다 급체를 하며 한 주를 열었는데, 구토를 하는 바람에 속 쓰림을 얻어 며칠 동안 죽만 먹었어요. 처음에는 물만 마셔도 위가 아프더라고요. 다행히 약도 잘 듣고, 자고 일어날 때마다 조금씩 통증이 호전되어 수요일에는 완전히 회복했지요.


소화불량이 가라앉자마자 하루는 운동을 다녀왔고, 또 하루는 호기롭게도 굴 파티를 즐겼습니다. 이제 살 만하다 싶었던 바로 어제 건강검진 결과가 도착했는데, 정밀 검사를 필요로 하는 항목이 있어 또 한 번 심란해졌지만요. 늘 몸 건강보다 기분 건강을 우선시하며 20대를 보낸 대가가 조금씩 찾아오나 봅니다. 이제는 정말 몸속 장기를 진지하게 돌봐야겠어요. 그래야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생,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고 충만하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몇 주 내내 앓는 소리를 하게 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벌써 2024년도 한 달 넘게 지나, 설이 당도했는데 말이에요. 비록 양력으로만 새해를 기념하는 낭만 없는 나라에 살지만, 한 달 넘게 방치한 목표를 점검하기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2024년을 시작하면서 세운 가장 큰 목표는 제 좁은 세계를 확장하는 일이었어요. 스쿠버다이빙과 운전면허에 도전하겠다 선언한 것도 그 일환이었이지요. 또, 지난해 회사에서 우연히 친해진 사람들이 요즘 저를 가장 웃게 하는 친구들이라, 인간관계 넓히는 일에도 지나치게 주저하지 말자 다짐했고요. 물리적으로는 아직 가보지 못한 홋카이도와 대만을 가 봐야지, 결심한 기억이 나네요.


스쿠버 다이빙은 수온이 높아지기를 기다리고 있고, 일본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에는 최소 20만 엔이 들어 조금 더 여유 있는 때를 노리려 합니다. 그래도 인간관계나 경험의 폭은 조금 넓어진 것 같아요. 최근 교회를 통해 사진이 취미인(그러나 실력은 전문가인) 친구를 알게 되어 몇 번의 촬영을 함께했거든요. 민망하지만 모델로서요. 수요일에는 영상을 찍으러 도쿄의 어느 전시장을 찾아, 디렉션에 따라 평소라면 하지 않을 포즈도 취하며 색다른 경험을 쌓았어요. 그 친구 덕분에 최근에 바꾼 브런치 프로필은 오래된 일본 집에서 촬영한 사진이고요. 더 많은 사진과 영상도 도착하는 대로 인스타그램에 올릴게요.


하지만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역시 출간 제안이겠지요.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에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가장 최근에 출간한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를 본 출판사 편집자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저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제외하곤, 줄곧 블로그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독립 출판사 세나북스를 통해 여행 에세이를 냈는데요, 이렇게 다른 출판사로부터 집필을 제안받기는 처음이에요.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출간을 결정하면 올해 제가 시작하려고 했던 공부와 떠나려고 했던 여행을 미뤄야겠지요.


마음으로는 지금까지도 갈팡질팡하는데, 머릿속에서는 이미 목차를 고민하고 있네요. 가끔은 내가 찾아가야 하는 일보다, 나를 찾아오는 일을 우선시해야 할 때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과감하게 고사하고 기존의 계획을 고수해야 할까요? 대체로 원하는 바가 명확한 저인데,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몰라 우유부단하게 구는 스스로가 참 답답하고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면 가끔은 음식도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 같아요. 여전히 ‘일요일은 내가’라고 시작하는 추억의 광고가 떠오르는, 짜파게티만 봐도 그래요. 인천에서 시작되었다는 중화요리, 짜장면에서 비롯된 음식일 텐데, 요즘은 고급 서양 요리에 자주 쓰이는 트러플을 당연하게 곁들이더라고요. 저의 오늘 점심이었습니다.


재료: 짜파게티 1, 쇠고기 100g, 버터 1T, 트러플 오일 1T, 달걀 1

1. 냄비에 달걀이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10분 동안 삶은 뒤, 껍질을 벗겨 반으로 잘라 둔다.
2. 짜파게티 봉지에 적힌 레시피에 따라 짜파게티를 끓이고, 동봉된 올리브유 대신 트러플 오일을 뿌린다.
3. 다른 팬에 버터를 둘러 쇠고기를 굽는다.
4. 짜파게티에 쇠고기와 달걀을 올리면 완성.



오늘도 퇴근 후 급하게 쓴 편지를 부치게 되어 속상하지만, 자책하는 대신 연재를 포기하지 않은 자신을 기특히 여기려고 합니다. 다음 주는 더 건강한 문장, 정성스러운 요리를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라요.


난 울지 않을래 피하지 않을래
어둠 속의 빛으로 넌 내게 머물러

짙은 <백야> 중에서

우리의 낮을 어둡게 만드는 사건이 있다면, 우리의 밤을 눈부시게 빛나게 만드는 일도 분명 존재하겠지요. 오늘 밤, 꿈에서 백야를 만나시기를 기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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