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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Apr 26. 2024

비 온 뒤 맑음, 마요네즈 김치볶음밥

추천곡: 김현철 <봄이 와>

지난 주말부터 비소식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일기는 ’봄비가 잦은 나날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목요일부터는 또 놀랍도록 맑아요. 어제 목격한, 분홍색과 주홍색이 뒤섞인 화려한 노을은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는 착각도 들게 했고요.


‘비 온 뒤 맑음’이라는 표현, 일본어로는 ’아메노치하레雨のち晴れ’입니다. 평소에 일본어를 잘 쓰지도 않는데(가끔 일본인 친구들을 위해 스토리에 올리는 정도), 이 표현은 기억에 남네요.


하늘이 영원히 흐릴 수도 없고, 영원히 맑을 수도 없겠지요. 날씨란 건, 또 삶이란 건, 해와 비, 포근함과 차가움, 좋음과 나쁨을 오가기 마련인데, ‘맑은 뒤 비’ 혹은 ‘하레노치아메晴れのち雨’라는 말은 잘 쓰지 않잖아요. 언어에는 장기가 없지만 생명은 있어 마치 동물처럼 경쟁하고 진화하는데, 아무래도 밝은 면을 보는 쪽이 생존에 유리한가 봅니다. 우리도 그러하듯이.


이번 주에는 우연히 ‘낙관’의 한자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즐거울 락(樂)에 볼 관(觀).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즐거운 것으로 본다는 의미겠지요. ‘긍정’의 한자 뜻도 아름답습니다. 즐길 긍(肯)에 정할 정(定).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정해진 것을 그대로 즐긴다는 뜻이겠지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태도를 뜻하는 한자에 기분이 들어가 있는걸요. 물론, (미처 읽어보지 못한) 그 책의 요지는,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는 것이겠지만요.


이번 주에는 무엇을 먹고 마셨던가요. 맥주도 많이 마시고, 도시락인 ‘벤토’도 사 먹었고, 동네 라멘 집과 빵집도 방문했고, 외식도 잦았네요. 일본의 황금연휴인 골든위크를 앞두고 차분하게 보내는 금요일 낮(밤부터는 제법 요란할 예정입니다), 점심에 냉장고에 남은 재료만을 활용해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베이컨이나 새우, 참치라도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냉동해 둔 밥과 달걀, 파, 양파, 김치밖에 없더라고요. 그럴 때 마요네즈를 한 스푼 넣으면 덜 심심하답니다.


재료: 밥 한 공기, 달걀1, 김치 100g, 파 1/4단, 양파 1/4개, 마요네즈 1T, 간장 1T, 고춧가루 1T, 식용유 1T

1. 김치와 파, 양파를 다진 뒤, 마요네즈, 간장, 고춧가루를 넣고 섞어 준다.
2.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강불에 1을 볶는다.
3. 밥을 넣은 뒤 불을 중불 줄여 흰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잘 섞어 준다.
4. 달걀프라이를 만들어 올린다.
5. 취향에 따라 김이나 치즈, 통깨 등을 더한다.



지난주에 저의 봄노래를 찾았다고 올렸는데, 더 마음에 드는 곡을 발견해 버렸습니다. 롤러스코스터의 피처링이 완벽한, 김현철 가수님의 <봄이 와>.


봄이 오면은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거리고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안 좋은 것은,
눈뜰 수가 없네. 눈을 뜰 수가 없네.

봄이 와 봄이 와 그대와 함께라 좋아라


햇살이 들어오는 방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낮잠에 빠져들고 싶어요. 다음 주에는 여름의 기운이 더 왕성해질 듯하니, 오는 주말에는 남은 봄볕을 부지런히 만끽하시기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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