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곡: Pink Sweat$ <At My Worst>
현요아 작가님의 <내가 너무 싫은 날에>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자기 연민과 자기혐오를 오갈 때, 스스로에게 내릴 수 있는 작은 처방전들을 오밀조밀 모아둔 다정한 책이에요. 어쩌면, 지질하게 보일 수 있는 행동이나 기분을 낱낱이 고백할 수 있는 작가님의 솔직함이 특히 사랑스러웠지요. 때로는 자신이 견딜 수 없이 밉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애정과 용기를 끌어 모아 스스로 다독여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 진솔하게 기록되어 있답니다. 제목을 보고 내 얘기인가 싶다면, 강경하게 일독을 권해요.
저도, 제가 싫은 날이 많아요. 이미 지난 대회를 복기하며 ‘그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나’ 후회할 때도 있고요, 역류성 식도염과 만성이 된 기침에 시달리면서도 그 원인을 끊기는커녕 더욱 탐닉할 때, 무언가에, 혹은 누군가에 지나치게 쉽게 마음이 가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차갑게 거둬질 때, 나의 게으름과 무딤, 혹은 이기심에 놓쳐버린 인연을 세어 볼 때, 이유 없이 우울할 때, 거울, 혹은 사진 속의 내가 유독 늙고 못생겨 보일 때(… 한숨 한 번 쉴게요), 돈이 없을 때(아, 이건 항상…), 편두통이나 복통으로 하고 싶은 일을 못 할 때 등등.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자신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요. 첫 소개팅에 나온 사람과 백년해로할 확률에 버금가지 않을까요. 나는 나의 이름도, 성별도, 외모도, 기질도, 환경도, 무엇 하나 선택하지 못한 채 태어나 그 몸속에 평생 갇혀버리는걸요. 메서드 연기나 망상이 아니라면, 다른 인생은 꿈꾸지 못하지요. 그래도 미우니 고우나, 내가 아니면 나의 생존을 위해 나만큼 몸부림 칠 사람이 없으니, 마지못해 지켜주고 있을 뿐일지도요.
지금 나의 문제를 과거에서 찾는 일이 흥미로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목격한 사고라던가, 부모와의 관계라던가, 직접 겪은 물리적 폭행이라던가, 뭐 그런, 흔하다고도 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없는 트라우마요. 이미 삼십 대 중반이 된 지금은, 그 영향을 인정하되, 과도하게 몰입하거나 핑계 삼아서는 안된다고 나를 다그쳐요. 그동안 스스로를 가꾸고, 성장시킬 기회가 많았으니까요. 아직까지 ‘내면 아이’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는 것은, 성인이 된 나의 나태함일지도 모르니까요.
어쩌면 영원히 나는,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려고요. 대신 지금껏 나를 방임하지 않고, (심하게) 해치지도 않고, 겉으로나마 번듯한 척하며 밥벌이도 할 수 있게 키워 온 나의 노력을 사랑합니다. 자랑스러워합니다.
먹는 얘기로 넘어갈게요. 목이 따끔거리고, 왠지 기운이 없었던 어제는 3천500엔 치 장을 봤습니다(드문 일이에요). 기력이 달리면 흰쌀밥에 김치와 고기를 먹는다는 친구의 말이 기억났거든요.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소금 후추에 재웠다가 버터에 굽고, 김치를 올려, 김에 싸 먹었어요. 밥을 다 먹은 뒤 남은 고기는 트러플 오일을 뿌려 위스키 안주로 활용. 자고 일어났더니, 역시 한결 개운하네요.
어제는 육식을 즐겼으니, 오늘은 채소를 먹을 차례지요. 샐러드 말고도 야채를 쉽게 소진할 수 있는 오믈렛, 에그프리타타를 만들었습니다. 시금치가 있는 줄 알았았는데, 청경채뿐이어서 청경채를 넣었고, 단백질이 필요할 것 같아 남은 참치캔도 털어 넣었어요. 내일 점심도 이걸로 해결할 요량으로 양은 넉넉히 많들었답니다.
재료: 달걀4, 우유 1/3컵, 시금치(실제로는 청경채였지만)2, 양파 1/2, 양송이버섯 4, 방울토마토 8, 참치 1캔, 버터 2T, 소금, 후추, 파슬리
1. 양파를 채 썰고, 시금치를 씻어 적당한 길이로 썬다.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자르고, 양송이버섯도 껍질을 벗겨 슬라이스 한다.
2. 계란과 우유를 섞고, 소금과 후추 간을 한다.
3. 냄비에 버터를 녹이고 양파, 시금치를 먼저 볶은 뒤 숨이 죽으면 양송이버섯과 방울토마토, 기름을 제거한 참치캔을 골고루 올린다.
4. 3에 2를 붓고 뚜껑을 닫은 뒤 표면이 다 익을 때까지 중약불에 올려 둔다.
5. 파슬리를 뿌리면 완성. 취향에 따라 케첩이나 치즈 등을 곁들여도 좋다.
이번 주에는 이 노래를 자주 들었네요. Pink Sweat$라는 분의 곡이지만, 해리안윤소안 님께서 부른 버전도 좋아요. 저도 신주쿠교엔에 겹벚꽃을 보러 간 날, 인스타그램이 릴스 배경음악으로 추천해 주어 접했어요.
I need somebody
who can love me at my worst
No, I'm not perfect,
but I hope you see my worth
나의 최악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다름 아닌 내게 되기를 바라며, 편지를 마무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