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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Oct 30. 2019

서른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시작

아직 단단한 인격체로 영글지 못했지만, 태어난 지 서른 해가 지나니 어엿한 어른의 반열에 오르고 말았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지만, 서른 살에 생애 첫 아이돌 콘서트에 가니 옆 자리에 앉은 여중생이 내 나이를 듣고는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 그래도 그 나이로 안 보이세요!"


그 소녀의 머릿속 서른의 이미지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살면서 동안이라는 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내게 그런 말을 한 것일까. 기분이 좋아야 할지, 서글퍼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사이 콘서트가 막을 내렸고, 학생과의 인연도 거기까지였다.



"어릴 땐, 서른 살이면 다 어른인 줄 알았지."


함께 30대에 진입한 친구들을 만나면 흔히 나오는 말이다. 10대, 아니 20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나의 서른은 찬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커리어 면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사적으로는 배려 넘치는 사랑을 하며, 인격적으로도 성숙한,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운 그런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현실은 어떤가. 표면적으로 프리랜서를 내세우지만, 사실 구직 활동에 열을 올리는 백수이고, 결혼은 했지만 배우자와 다코야키를 포장하느냐 먹고 오느냐 하는 사소한 문제로 냉전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려우며, 돈을 모으는 건 아예 불가능해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의 서른이 불행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아직 '서른 살의 나'는 미완성이며, 심지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나이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가 탐탁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살다 덜컥 마흔이 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10년 후, 또 다시 세월에 무게에 정신적으로 압살 당하지 않기 위해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오늘부터 내가 생각하는 서른, 혹은 어른의 자격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해보려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이상향일 뿐이기에, 감히 누군가에게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응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래서 상호보완이 가능한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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