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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재희 Oct 24. 2021

끝이 없는 평양냉면

혼자가 아닌 시간들.

평양냉면에 관한 글은 수차례 썼다. 쓸 때마다 아직도 할 말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쓸 때마다 군침이 돌아서 흥분될 때도 많다. 냉면을 여전히 많이 먹고 먹을 때마다 맛있다. 또 맛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지금도 먹고 싶고, 아마 내일도 먹고 싶을 거다. 그럼 나는 또 바를 정(正)을 그려가며 때를 기다리겠지. 


냉면은 대부분 혼자 먹었다. 주변에 나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먹었다. 혼자 먹어도 좋을 만큼 맛있었다. 혼자여도 좋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외로웠던 적도 많았다. 그래서 10분 안에 후다닥 먹고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맛있음은 변치 않았고, 그러므로 인해 행복했던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 썼던 글을 이렇게 다시 정리하며 추가된 이야기도 뺀 이야기도 있다. 조금 멀어져 다시 글을 다듬어보니 혼자였던 시간이 없었다. 혼자였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할머니가 있었고, 아빠가 있었다. 외로워질 때면 친구들이 신랄하게 냉면을 비판하며 함께 냉면 이야기를 나눴고, 간혹 친구가 이토록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어 주기도 했다. 돌이켜 보니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함께 먹어줬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늘 혼자라고 여겼던 시간이 누군가와 함께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평양냉면을 먹으며 지내 온 내 삶이 더욱 풍부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냉면을 먹는 매 순간이 행복하지만,

진정 행복은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찾아오는 거 같다.


이 글을 혼자만의 이야기로 남겨두지 않고 세상 밖으로 보내며 함께 행복할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우리는 함께 행복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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