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지? 네, 편해요.

by 잔주
편함.jpg

군 시절 주말에 할 게 없어서 관물대에 몸을 편하게 기대고 있었다. 그러자 선임이 내게 다가와 “편하지?”라고 물었다. 편했지만 편하다고 할 수 없었다. 할 게 없는데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 관물대에서 허리를 일으켜 모포 각을 잡기 시작했다.


전역 후에는 창고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계속 서서 작업을 하다 보니 허리가 아파 바닥에 박스를 깔아놓고 앉아서 작업을 했다. 그러자 창고 직원이 다가와 “그렇게 하니까 편해?”라며 비꼬았다. 일은 똑같이 하고 있는데 앉아서 한다는 이유만으로 잔소리를 들었다.


효율적이고 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어도 무언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리 할 게 없어도 엄격한 상사 아래에서는 뭔가를 계속해야 할 것 같고 더 좋은 방법이 있어도 관례적으로 내려오는 방법으로만 일처리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요령껏 힘들어 보여야 하고 불편한 방법을 선호해야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 된다. 자신이 고생하고 있다는 걸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꼭 봐야 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모두에게 티 내야 인정받는 줄 안다.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한다.


뭐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그냥 편해 보이는 게 아니꼬워서 그러는 게 이유의 9할이다. 맞다고 생각하는 일에 “편하지?”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더럽다.'면서도 정상을 버리고 다시 비정상으로 가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잘 보여서 계속 함께 한다 해도 효율은 커녕 시간과 멘탈만 갉아먹을 것인데도 그 길을 선택한다.


요새 애들은 편한 것만 찾는다는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듣기도 한다. 실제로 세상이 편해졌다. 기술이 발달했고 편리한 서비스들이 많이 생겨났으며 사람들은 계속해서 머리를 쓰며 편리한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다. 간혹 이런 세상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으셔서 편함을 누리는 법을 모르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친절하게 알려드려도 좋다. 다만 나이 상관없이 무작정의 시기질투로 불편함을 강조한다면 대화를 이어갈 의지를 잃을 수 밖에 없다.


편하냐 물어보면 솔직하게 “네, 편해요.”라고 말해버리고 곁을 떠나 버리는 게 낫다. 터무니 없는 응징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땐 더 편하게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으니까. 설득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설득이 통할 상황이었다면 애초에 편하냐고 비꼬는 말조차 듣지 않았을 것이다. 혼자 속으로 들끓거나 편함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게 열변을 토하는 것은 자신만 불편해지는 일이다.

불편함을 버리고 편함을 인정하는 곳에서 편하게 살자.

keyword
이전 08화주변에는 관대하면서 자신에겐 야박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