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대화를 하다가 '내가 왜 이 사람을 설득해야 하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상대방과 대화를 해야 할 가치가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혹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잘 통하면 행복한 일이고 이렇게 소통이 오고가는 사람들과 주로 어울리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하지만 앞뒤가 꽉 막히거나 도저히 이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느끼는 것은 '이 사람에게는 정말 넘을 수 없는 지식의 벽이 있구나.'가 아니라 '이야기 하기 싫다. 이건 시간 낭비다.'라는 것이 직관적인 사실이다. 대화의 톱니바퀴가 어느 작은 부분부터 맞물리지 않는 걸 느끼고 대화를 억지로 이어갈수록 점점 지겨움의 늪에 빠지는 것만 같다.
이럴 땐 그냥 한 번 바보처럼 보이고 대화를 끊어버린다. 어차피 바보같이 보이든 철이 없어 보이든 알아보는 사람들끼리는 알아본다. 주위에 내가 뭘 말하고 뭘 하든 상관없이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과는 말도 잘 통하고, 만약 가치관이 충돌해도 술 한 잔에 이해를 넘겨버린다. 정말 부담없이 소통을 하고 가끔 실없는 농담을 던져도 기분좋게 웃어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공들여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 '비즈니스적인 목적이 있다거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철든 사람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비즈니스도 하기 싫고 비위를 맞춰줘야하는 자리는 마냥 불편할 뿐이다. 철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나와 맞는 사람들만 편하게 남는다. 불편함은 내가 느낄 수도 있지만 그 불편함이 조금이라도 티가 나면 상대방에게도 쉽게 전염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맘껏 이야기하고 상대방 말이 맞을 때는 거침없이 받아들인다. 억지로 맞추고 끼워 넣으면 그 인연이 오래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 사람과 억지로 어울리게 되더라도 조금만 섞여있으면 불편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면 철을 내려놓고 가볍게 그 자리를 떠나는 이유다.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모자르다. 바보인척 한 번 속아준다고 내가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 그리고 자신과 맞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이다.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 시간조차 아까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