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는 관대하면서 자신에겐 야박한 사람들

by 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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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에게 억울하게 당한 날 밤 잠이 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

연인과 헤어지고 며칠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미칠 듯이 슬프고 그 사람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이런 고민의 시간들로 몇 시간, 며칠, 몇 달까지 괴로워한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을 아까워하며 툭툭 털고 일어나려 애를 쓴다. 혹은 힘든 시간들을 아까워하지 않으려 애써 합리적인 이유를 찾곤 한다.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몸에 힘이 없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힘들 정도로 머리 속이 복잡하면서도 어떻게든 헤어나오려 노력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하며 울고, 주변 사람들의 고민에 같이 힘들어해주면서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저 상황에선 아무것도 못할 거야.', '시간이 약이야.'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주변의 슬픔과 고민에는 관대하면서 정작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는 야박하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슬픔에 공감하는 것처럼 자신에게도 공감을 해주고, 주변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하는 것처럼 자신의 고민에도 동조하며 감정을 팔벌려 안아주는 것은 낯선 일이 돼버렸다.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빠져드는 것이 더 자신을 위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빠져나오려 노력을 거듭한다.


정말 힘들면 무언가를 할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감정과 행동들 속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의 모습이 소모적이고 비참해 보인다는 이유로 고통스러워한다. 본래의 슬픔과 고민보다 오히려 그런 자신의 모습에 더 힘들어한다.


정말 슬프고 화나고 힘들어서 자신이 아무것도 못하는 것은 감정과 행동에 대한 낭비가 전혀 아니다. 그런 감정들 속에서 헤엄치며 하나둘씩 천천히 정리해도 괜찮다. 억지로 이겨내야지가 아니라 차근차근 이해해가고 느껴가며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해지거나 분에 못이겨 흥분한 것이 부끄러워 질 때쯤 슬그머니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눈물이라도 덜어내고 분이라도 풀어봤으면 괜찮지 그 모두를 끌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겁다.


오랜 시간 동안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이나 스스로의 자존심에 못 이겨 다시 일상생활을 이어나간다면,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은 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실컷 슬퍼하고 힘들어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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