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살이 아니라 궂은 살

by 잔주

손이나 발에 배긴 굳은살을 보고 사람들은 영광의 흔적이라며 치켜세워주거나 고생 많이 했다며 토닥여주곤 한다. 그리고 고된 일을 겪을 때면 흔히 굳은살을 비유하며 시간이 지나면 단단해지고 더 강해질 것이라고 좋게 표현한다.


운동선수의 발, 장인(匠人)의 손을 보면 굳은살은 좋게 표현되는 게 맞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 굳은살은 반복되는 힘든 일들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무뎌지게 하고, 불편한 구두 속에서 발을 더 파고들기만 한다. 강해지는 것과 무뎌지는 것은 다르고 익숙해지는 것과 참는 것은 다르다.


굳은살은 상처, 스트레스, 고뇌, 인내처럼 고통스럽고 견뎌내야 할 것들이 모여 굳어진 살이다. 그 살을 가지고 있어야 꼭 노력한 사람이고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굳은살의 일반화에 갇혀있다. 굳은 살이 없어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즐기며, 생각하며 행동해서 이뤄낸 사람들도 많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잭팟이 터질 수도 있고, 몸이 아니라 머리를 잘 써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고생을 해도 체형 덕에 굳은살이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굳은살이 무조건 성공의 표식이 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값진 경험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악몽일 수 있다.


자신과 맞지도 않는 기준에 맞추려다 보면 물집이 생기곤 한다. 그 이물감과 고통은 잘맞는 기준에 맞췄으면 애초에 생기지도 않았을 것들이다. 예쁜 신발을 신고 싶어 익숙해지려 버티는 건 조금 참을 수 있지만 불편한 구두를 규율 때문에 억지로 신으며 버티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어차피 그 구두는 오래 신을 수도 없고 신을 때마다 발 뿐만 아니라 내 생각까지 아파온다. 애초에 신지 않았더라면 예쁜 신발을 찾을 시간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 작은 여유조차 잃어버리게 된다.


궂은일도 버텨내면 이겨낼 수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온갖 고통을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생긴 굳은살은 ‘궂은 살’일 뿐이다. 버틸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도저히 하기 싫은데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거란 생각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궂은 살이 배겨 오랜 시간 힘든 시간 속에 살아갈 수도 있다.


자신이 있거나 확실히 길을 정한 사람들의 굳은살은 존경한다. 하지만 그게 아닌데도 무조건 갖은 고초를 겪으며 궂은 살을 얻어낼 필요 없다. 아니다 싶으면 상처가 아물고 나서 새살로 새 길을 찾아가도 괜찮다. 아픈 걸 티내는 건 엄살이 아니고 싫어하는 걸 피하는 건 나약한 게 아니다. 미련할 정도로 버티지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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