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멋대로 스포일러 하지 마세요.

by 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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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꼭 “다음 장면에 ~할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사람 한 명쯤은 있다. 운 좋게 맞추면 “거봐~”라고 말하며 괜히 으쓱해하고, 틀리면 그냥 조용히 침묵을 지킨다. 맞추면 자기 촉이 좋은 거고 틀리면 그냥 숨어버리는 것이다.


영화, 드라마만 그렇게 예측하려고 하면 다행이지만 남의 인생도 쉽게 예측하곤 한다. “나 퇴사하고 조그만 카페를 차려보려고”라고 하면 “그러다 너도 소리 없이 망한다.”라고 한다거나, “공방 다니면서 가구만드는 것 좀 배워보려고”라고 새로운 꿈을 얘기하면 “어차피 팔지도 못할 거 왜해?”라고 하기도 한다.


정말 상대의 계획을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왜 그런 생각을 했고, 어떻게 해나갈지 진지하게 들어주는 게 정상이다. 그 사람의 동기와 계획도 모르면서 영화나 드라마 보듯 쉽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실패하면 “거봐, 내가 안된다 했잖아.”라고 할 것이고 성공하면 자신이 말한 것도 까먹은 채 침묵을 지킬 것이다.


듣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없이 하는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한다. 하려고 했던 일들을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하고 매일 밤 뒤척였으면서 그 가벼운 말들 때문에 또 흔들린다. 그리고 마치 내 생각을 읽은 저명한 평론가의 말을 듣는 것처럼 심각해진다. 하지만 가벼운 말을 던지는 사람들은 애초에 내 생각을 깊이 읽을 생각조차 없었다. 설사 무겁게 들리더라도 그건 자신이 생각을 그만큼 많이 했기 때문이지 그 사람들의 말 자체가 무거운 건 아니다. 그러니 그럴싸한 말 같더라도 전부 가볍게 던져버리는 것이 낫다.


자기 인생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자신이기에 마지막 결말까지도 자신만이 써내려갈 수 있다. 어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집중해서 써내려가기 위해 시골로 들어가기도 하고 멀리 떠나기도 한다. 그게 무조건 잘 될 것인지 불분명해도 자신의 세계에 빠져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어찌됐건 평가와 결말은 그 작품이 나오고나서 이뤄진다. 이렇게 어디 은둔하거나 잠수를 타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자신이 쓴 작품의 결말과 평가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의 가벼운 말들에 휘둘려 자신까지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제3자의 피드백이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꺼내보이고 진지한 의견을 받아들이면 된다. 어린 시절 연애 편지를 뺏겨 놀림을 당하듯 내 인생을 조롱거리로 만들 필요 없다. 만약 피드백을 원했지만 조롱만 하거나 막장 결말로 쉽게 치부해버린다면 그 사람을 생각없이 악플이나 다는 사람 취급해도 좋다.


결말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자기 멋대로 스포일러 하는 사람들은 피식 웃으며 지나쳐가고, 자신만의 명작을 망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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