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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Aug 26. 2020

마이크로 매니징만
하는 리더

언제까지 구성원을 죄수 취급 할 것인가?

※ 이 글에는 영화 <쇼생크 탈출>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쇼생크 탈출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레드(모건 프리먼)는 복역 40년 차에 가석방 판결을 받는다. 식료품점 점원으로 채용된 레드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어느 날 레드는 일하던 중 화장실에 가도 되냐고 물었고 상사는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핀잔을 준다. 레드는 집에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40년 동안 허락 받고
오줌 누러 갔다.

허락 받지 않으면
한 방울도 안 나온다.




회사에 레드처럼 지시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직원,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고민 없이 상사에게 가져가는 직원 등 매사에 수동적인 직원들이 넘쳐나 고민이라면 가장 먼저 해당 조직의 리더를 주목하면 된다. 높은 확률로 그는 리더십 없이 매니지먼트만 하는 나쁜 리더일 테니까.


여기서 잠깐 리더십과 매니지먼트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둘 다 리더에게 필요한 스킬이다. 리더십은 '저 산 정상이 목적지다!'라고 구성원들에게 큰 소리로 알려준다. 리더십 있는 리더는 미션과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들과 신뢰 '관계'를 맺으며 산을 올라가야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한편 매니지먼트는 목적지가 결정되면 그에 맞게 준비하고 관리하는 스킬이다. 산 정상이 목적지라면 리더는 계획을 세운다. 등산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을 계산하며 장비와 식량을 준비하고 구성원들에게 역할을 배분한다. 리더는 산 정상까지의 여정을 위해 구성원을 '관리'하고 '통제'한다.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당연히 리더십이 리더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다. 이끌지 못하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는 조직의 2인자에게 권한을 위임해도 무방하고 때로는 그 편이 효율적이다.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리더십 없이 매니지먼트만 하는 리더는 구성원을 타율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마치 자율적인 판단 없이 교도소의 규칙과 교도관의 지시를 따르는 죄수처럼 말이다. 당연히 이런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은 의사결정이 느리고 학습과 성장이 없고 지속가능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침몰한다.


업무의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하고 구성원에게 판단의 자율을 허용하지 않는 매니지먼트를 마이크로 매니징이라 한다. 흔히 알려진 오해인데, 마이크로 매니징 자체는 나쁜 스킬이 아니다. 업무의 1인분을 해내지 못하는 구성원에게는 세세한 지시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더십 없이 오직 마이크로 매니징만 하는 경우다. 망치만 쓸 줄 아는 목수는 튀어나온 못만 다스릴 수 있는 법이다. 이런 목수는 톱질과 대패질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망치질로 해결하려 한다. 보통 마이크로 매니징만 할 줄 아는 리더는 다음과 같은 악순환을 반복한다.


1. 구성원이 목표를 스스로 정하게 한다.
2. 물론 가이드는 없다.
3. 목표 달성까지의 진행률을 수시로 체크하며 열심히 하라고 닥달한다.
4. 진척이 늦어지면 꾸짖고 왜 늦는지 이유를 캐묻는다.
5. 늦는 걸 만회할 방법을 요구한다.
6. 틈날 때마다 가스라이팅을 시전한다.
7. 이제 못 믿겠다며 일할 때마다 참견한다.
8.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면 1번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구성원은 처음에는 반발하다가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며 자포자기하며 통제에 적응한다. 지시 없이는 오줌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레드와 같이 문제가 생기면 매번 고민 없이 '어떻게 할까요?'라고 리더에게 묻는 조직문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조직문화는 크게 네 가지 문제를 만든다.


첫째, 의사결정이 느려진다. 리더의 지시 없이는 프로젝트가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는다. 캠핑을 가서 지주핀 하나를 어디에 꽂을지, 어떤 음악을 들을지, 요리에 소금을 얼마나 넣을지, 모든 의사결정을 한 사람이 한다고 상상해보라. 


둘째, 학습과 성장이 없다. 학습과 성장에는 동기부여가 필요하고 동기는 오직 책임이 주어질 때 발생한다. 책임을 감당하려면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니지먼트만 있는 조직의 구성원은 책임질 게 없다. 책임질 필요가 없는 조직에서 굳이 뭘 배우고 성장할 필요가 없을까? 

 

셋째, 지속가능한 성과가 없다. 마이크로 매니징만 하는 리더는 모든 문제를 자신의 지시로 해결하려 한다. 다시 말해 이 조직의 문제해결력은 결코 리더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라도 리더 혼자 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자주 보고해주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죠.


몇몇 성과를 낸 유명한 리더의 인터뷰를 보면, '자주 보고해주는 사람'이 일 잘하는 구성원이라고 정의한다. 글쎄, 그 리더는 그저 지시를 잘 따르고 보고해주는 손발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 조직이 성과를 냈다면 그건 리더 개인의 유능한 실무력으로 성과를 세운 것이지 조직이 한 게 아니다. 구성원들은 전혀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조직은 지속가능한 성과를 낼 수 없다. 


개인이 아닌 팀이 존재하는 이유는 팀이 개인보다 더 크고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문제해결력이 리더 개인의 문제해결력과 동일하다면 인건비를 낭비하는 셈이 된다. 팀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려면 사람이 아닌 프로세스와 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똑같은 리더가 나온다. 구성원은 리더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통제는 통제를 낳는다. 매니지먼트만 있던 조직의 구성원이 나중에 리더가 되었을 때, 그 역시 매니지먼트만 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리더십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안타까운 문제다. 


몇몇 기업은 리더십과 매니지먼트를 분별하지 못한다. 분별하지 못하니 판단하지 못하고 판단하지 못하니 실수를 저지른다. 가장 흔한 실수는 유능한 실무자가 유능한 리더가 될 것이라 믿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유능함을 인정받았던 실무자일수록 쉽게 마이크로 매니징의 함정에 빠진다. 과거에 업무를 관리했던 방식 그대로 조직을 관리하면 똑같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이 없는 업무와 달리 감정이 있는 사람은 다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체계와 규칙으로 감정을 가진 사람을 제어하면 큰 부작용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몇몇 나쁜 리더는 본인의 부족한 준비와 즉흥적인 지시, 독단적인 행동을 린스타트업이나 애자일로 포장하거나 마이크로 매니징을 디테일로 표현한다. 진짜 디테일은 구성원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게 설명해주는 것이지 트집을 잡는 게 아니다. 


리더에게 리더십은 필수다. 본인이 리더라면 구성원을 '관리'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에게 꿈과 영감을 심어줄 수 있을지를 '궁리'해야 한다. 그 역할은 절대적으로 리더의 몫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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